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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진짜사나이>, 하늘이 도왔다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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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청률 하락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새롭게 개편된 <1박2일>의 상승효과와 <런닝맨>의 고정 시청자를 생각한다면, 일부의 이탈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오히려 <1박2일>과 <런닝맨>과 같은 장수프로그램에 맞서 <진짜사나이>가 선전하는 거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청률 하락과 별개로 국방부 홍보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는 일부의 지적은 <진짜사나이>에게 있어 너무도 뼈아팠다. 그것은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보다 더 완벽한 ‘그림’과 구체적인 ‘메시지’를 위해 제작진이 프로그램 안으로 들어온 순간 <진짜사나이>가 가졌던 순수성은 의심받기 시작했으며, 지난 수도방위사령부와 해군 편을 거치면서 시청자의 불만은 정점에 다다랐다. (오죽하면 칭찬일색이던 이 프로그램에 ‘홍보사나이’라는 비아냥마저 생겨났을까.)

 

이외수 강연 통편집과 NLL을 통한 애국심강조 등으로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제작진이 해군 편 이후 육군 백골부대를 찾은 것은 어쩌면 이런 논란과 지적을 수용한 결과라고 보여진다. 힘들고 고된 환경에서 어떻게든 적응하고, 그 안에서 웃고 울며 군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이야 말로 시청자가 <진짜사나이>에게 바라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 그리고 강원도 철원. 백골부대 편이 기대되는 이유는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충분했다.

 

 

 

 

사실, 예비역들에게 군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답이 있다. 바로 여름하면 유격, 겨울하면 제설작업이다. 물론, 이보다 더 고된 강도를 자랑하는 훈련과 작업들이 많지만 그것은 각 부대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유격과 제설작업은 각각 여름과 겨울을 대표하면서 동시에 모든 군인들에게 해당되는 공통점 때문에 예비역들에게 가장 큰 공감대를 안겨준다.

 

 

 

 

지난 4월 첫 선을 보인 <진짜사나이>가 본격적으로 시청률 고공행진을 벌이며 화제몰이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바로 6월에 방영된 유격훈련 덕이다. 멤버들의 고생담은 물론이고, 아기병사 박형식, 에이스 장혁, 경치의 노예 류수영, 구명병사 샘 해밍턴 등 시청자에게 사랑받는 캐릭터 역시 대부분 유격훈련을 거치면서 자리 잡았다. 그만큼 유격훈련은 별다른 제작진의 개입 없이도 훈련을 받는 그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가 되었고, 시청자에게 웃음과 감동을 안겨줬다.

 

아이러니하게도, 홍보논란 등에 휘말리며 위기에 빠진 <진짜사나이>가 찾은 곳은 강원도 철원의 백골부대. 눈이라도 한바탕 쏟아져 준다면, 유격훈련과 맞먹는 제설작업을 통해 다시 한 번 반등의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하늘이 도왔다. 22일 방영된 백골부대 편에서 멤버들은 한밤 중 내린 폭설로 인해 전원이 제설작전에 투입됐다. 넉가래와 눈삽, 그리고 빗자루를 활용한 제설작업은 ‘작전’이라 불릴 만큼 치열(?)하게 이뤄졌고, 멤버들은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지고, 쓴 만큼 다시 쌓이는 눈에 좌절감을 맛보면서 제설의 참 맛(?)을 깨달아갔다.

 

 

 

 

밖에서는 꿈과 낭만의 상징인 새하얀 눈이 왜 군대 내에서는 ‘쓰레기’라고 불리는지 격하게 공감한 순간, 그리고 야간 GOP근무와 제설작업으로 인해 속옷이 땀으로 범벅된 멤버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제작진도 잊고 있었던 <진짜사나이>의 초심이 보이는 되살아나는 듯 보였다.

 

<진짜사나이>는 단순히 부대를 돌아다니며 달라진 병영문화를 소개하거나 국방부와 육군의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군대라는 조직도 결국은 사람이 모여 부대끼며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점을, 그래서 눈물과 웃음이 함께 공존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부디, 오늘도 추위와 맞서고 잠을 이겨내고 있을 젊은 장병들의 노고를 정치적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길 바란다. 어쨌든 이날 방송은 일단 하늘이 도왔다. 앞으로는 제작진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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