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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 걸그룹 홍보, 적당한 선을 지켜야 할 때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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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 국군장병을 하나로 뭉칠 수 있게 하는 힘. 나이, 지역, 계급을 모두 뛰어넘는 유일무이한 존재. 지친 군 생활에 있어 한줄기 단비 같은 그것은 바로 ‘걸그룹’이다. 누구는 활력소라 말하고, 또 누군가는 비타민이라 표현할 정도로, 걸그룹은 군인들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는다. 이유 따윈 필요 없다. 왜냐하면 군인에게 있어 걸그룹은 그 자체로 신성하니까.

 

‘걸그룹 섹시경쟁에 있어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군인들’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은 모든 남자를 ‘걸그룹바라기’로 만드는 마법을 발휘한다. 왜냐하면, 엄격히 통제된 조직문화와 사회로부터 격리된 공간에서 절제된 생활을 해야 하는 군인들에게 TV속 걸그룹은 그 자체로 하나의 숨통이 되기 때문이다. 피 끓는 청춘들에게 있어 그녀들의 애교와 노출이 ‘힘’이 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MBC <진짜 사나이> 속 멤버들과 병사들이 걸그룹에게 열광하는 이유와 그런 그들을 보며 시청자가 묘한 공감대를 느끼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힘든 훈련의 고단함과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 속에서 군인들이 얼마나 많은 인내와 고통을 감내하는지 알기에 시청자는 기꺼이 그들이 걸그룹에 열광하는 모습에 박수와 지지를 보낸다. 중년의 멤버들이 입을 벌리고 걸그룹을 바라보는 모습이나 병사들이 목이 터져라 ‘떼창’하는 장면들이 재밌게 느껴지는 것도 그곳이 군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만약 김수로와 서경석이 다른 스튜디오 프로그램에서 걸그룹의 허벅지를 뚫어져라 쳐다본다면, 그들은 ‘매너없음’을 지적당하거나 ‘중년변태’라는 오명을 쓰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이돌멤버 박형식이 음악프로그램 리허설 때 걸그룹의 무대를 보며 괴성을 질러댄다면, 그는 스캔들에 휩싸이거나 ‘이상한멤버’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들이 군복을 입고, 다른 병사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면 그것은 하나의 ‘놀이’가 되고, ‘전우애’가 되며, ‘축제’로 발돋움한다. 군인에게 걸그룹은 그런 존재다.

 

 

 

 

하지만, 하나의 이벤트성 기획으로 끝났으면 좋았을 <진짜사나이>속 걸그룹 출연이 반복되면서, 이제는 걸그룹에 대한 군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이용한 의도적인 걸그룹 홍보 방송 만들기가 지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걸스데이와 투아이즈, 그리고 지난 28일 방송에 출연한 레인보우까지 벌써 세 팀의 걸그룹이 ‘응원과 격려’의 이유를 들어 <진짜사나이>를 찾아오면서 걸그룹 위문공연이 갖는 특별함의 농도가 점점 더 옅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병사들 입장에서야 다른 부대에는 걸그룹이 오고 자신들 부대만 오지 않는다면 서운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멤버들과 병사들의 땀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이 걸그룹의 홍보 공연으로 인해 퇴색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걸그룹 입장에서는 5%내외를 오가는 음악방송보다 15~17%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진짜사나이>에 한번 모습을 비추는 것이 인지도를 쌓는데 있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때문에 <진짜사나이>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출연요청이 쇄도하게 될 것은 너무도 뻔한 일이다. 하지만 투아이즈의 경우처럼 장혁과 같은 싸이더스HQ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데뷔 한 달도 안된 신인 걸그룹이 주말 황금시간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시청자가 “군인 오빠들에게 힘이 돼주기 위해 찾아왔다”는 그녀들의 멘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오히려 ‘끼워팔기 방송’이라든가 ‘홍보를 위한 공연’이라는 비난에 직면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수십명 혹은 많아야 일이백명 남짓한 병사들 앞에서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걸그룹의 진심마저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제대로 된 무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시종일관 웃으며 무대를 꾸미는 그녀들이 아닌가. 다만, 염려스러운 것은 걸그룹은 마치 군인들에게 선심을 쓰듯 짧은 치마와 핫팬츠를 입고 나와 춤을 추고, 병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광란의 분위기를 연출하며, 제작진은 또 그런 병사들의 반응을 원초적이고 말초적인 시선으로만 담아낸다는 점이다.

 

방송을 핑계로 한번쯤 망가지고, 또 걸그룹에 대한 군인들의 맹목적인 충성(?)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것 까지는 좋지만, 어쨌든 걸그룹의 짧은 치마에 열광하며 그녀들의 애교에 괴성을 질러대는 것만이 ‘진짜사나이’의 모습은 아니지 않은가. 이쯤에서 제작진은 걸그룹 출연에 대한 적당한 선이 어디인지,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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