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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2013, 제작진의 몰이해 드러낸 박세영 왕따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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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학교 2013>이 제작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예상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교사와 학생의 갈등, 학교폭력, 왕따, 입시위주의 교육 등. 작금의 대한민국 교육이 처한 현실을 외면하고는 <학교 2013>이라는 타이틀을 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역시, 지난 3일 첫 방송을 탄 <학교2013>은 21세기 대한민국 학교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법한 일들을 ‘리얼’하게 그려내며, 지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된 ‘학교’ 시리즈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경쟁은 더 심화됐고, 학교는 학생들로부터 더 외면 받고 있으며, 교사와 학생들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왠지 쓸쓸하고 춥게만 느껴지는 <학교 2013> 속 교실 풍경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어떤 의미에서는 ‘불편한 진실’에 가깝지만, 단순히 교사-학생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과제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교실의 문제가 더 이상 학교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사회적 관심과 해결책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본다면, <학교 2013>은 에피소드 하나하나 마다 좀 더 신경 써서 제작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11일 방영된 4회에서 그려진 ‘박세영 왕따 논란’처럼 마치 피해자의 잘못이 왕따의 원인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이는 우리나라 학교 곳곳에서 벌어지는 집단 따돌림의 문제에 대한 제작진의 몰이해를 고백하는 바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이런 식의 에피소드는 왕따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조장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아쉬운 방송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세영이 연기하는 송하경은 지난 3회에서 도둑질을 한 것으로 오해를 받았는데요. 11일 방영분에서는 아이들에게 학교를 속이고 논술학원에 다닌 사실마저 들키면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으면서 성격마저 까칠한 송하경은 친구들의 불만을 사곤 했는데요. 이날 송하경의 거짓말이 밝혀지자 아이들은 “어떻게 학교를 사기칠 생각을 하냐? 사기꾼 아냐?”라고 말하며 송하경을 험담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하경의 책상 서랍 속에 있던 책 겉표지에 "위선자"와 같은 낙서를 써놓는 등 대놓고 하경을 왕따 시켰습니다.

 

 

 

 

물론 폭력을 동반한 왕따나 자존감을 짓밟는 행위에 비하면 수위가 덜한 왕따였으나, 문제는 이날 방송에서 그려진 왕따의 원인이 하경의 거짓말에서 시작됐다는 것입니다.

 

흔히 왕따 가해자 학생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상대방(피해자)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 원인이라는 것이 사실 듣고 보면 별 일 아닌 경우가 많은데, 가해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시키고자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가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곤 합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피해자의 어떤 행동이나 행위가 왕따를 유발시키는 동기가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왕따 문제의 핵심은 원인이 누구에게 있느냐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왕따는 ‘반작용’의 관점으로 바라볼 문제가 아니라 그 행위 자체가 있어서는 안되고 또 있을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피해 학생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안겨주고, 자존감을 짓밟고 훼손함으로써 정상적인 학교생활마저 어렵게 만드는 ‘집단 따돌림’은 어쩌면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몰이해, 입시 경쟁에서 소외된 인성교육, 그리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만들어낸 하나의 괴물일지 모릅니다. 그 괴물의 탄생을 아무것도 모르는 나약한 피해 학생에게 돌리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를 이끌어야 할 어른들의 ‘책임 회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날 <학교 2013>에서 박세영이 왕따를 당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설령 송하경의 거짓말이 문제가 된다하더라도 친구들이 느꼈을 배신감이나 괘씸죄가 왕따와 같은 결과로 이어진다면, 이는 왕따 피해자에게 그 원인을 떠넘기는 가해자의 모습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물론 <학교 2013> 제작진은 학교 안팎에서 풀어야 할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왕따 문제를 환기시키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보자는 선의에서 이번 에피소드를 마련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왕따 문제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분석하고,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피해자에게 원인이 있었다’는 논리와 접근 방식으로는 왕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학교 2013> 제작진도 이런 부분을 유념해서 드라마를 이끌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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