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만약 비키니가 문제라면, 전국 각지의 해수욕장은 만15세 혹은 그 이상으로 출입연령제한을 설정해야 할 것이며, 비키니에 버금가는 의상을 입고 나와 단체로 춤을 추는 음악방송 역시 제재를 피할 길이 없다.

외모지상주의나 성 상품화 논란도 마찬가지다. 연예인들이 단체로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집단토크쇼 혹은 KBS 2TV <개그콘서트>와 tvN <코미디빅리그> 등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가장 쉬운 방식은 다름 아닌 외모비하 혹은 신체를 이용한 개그다. TV를 켜면 나오는 각종 드라마와 CF에서도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대사와 상황, 그리고 성 상품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장면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때문에 <1박2일>에 쏟아지고 있는 비판과 논란은 다소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1박2일>을 옹호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그 중에는 다소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난 지적들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이유로 이번 <1박2일> 방송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나 비키니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각종 놀이공원이나 워터파크, 하물며 가까운 바닷가나 해수욕장만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비키니인데, 공중파 방송에서 이를 담아내지 못할 이유가 어디있단 말인가. 게다가 지금은 비키니의 계절 여름이다.

예상치 논란에 급기야 담당 PD까지 나서 사과를 전했지만, 과연 이번 문제가 되풀이 되지 말란 법이 있을까. 글쎄, 쉽게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왜냐하면, 이번 비키니 논란은 <1박2일>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복불복’을 떼어 놓고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복불복이라는 접근법은 필연적으로 차별적 시선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좋은 것’, ‘나쁜 것’. 혹은 ‘상’과 ‘벌’로 명확히 구분을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에어컨이 가동되는 자동차와 그렇지 못한 자동차 혹은 달콤한 음료수와 까나리 액젓과 같은 아이템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그 자체로 극적인 대비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논란이 된 비키니 미녀처럼 여성의 외모를 복불복으로 접근하다 보면 생각지 못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왜냐하면 ‘비키니 미녀 vs 개그우먼’이라는 대결 구도 안에는 여성 외모에 대한 차별적 시각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날씬하고 예쁜 여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성공에 대한 ‘보상’이 되고, 개그우먼과 파트너를 이루는 것이 실패에 대한 ‘책임’이라면, 이는 단순한 복불복을 넘어서는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1박2일>은 이런 식의 복불복을 끊임없이 되풀이해왔다. 잠자리 복불복, 저녁식사 복불복 없는 <1박2일>을 그리기 어려울 만큼, 복불복은 단순한 게임을 넘어 이제는 <1박2일>을 이끌어 나가는 하나의 동력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보니, 제작진 입장에서는 새로운 복불복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아이템이 단순히 몸을 더 고생스럽게 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 비키니 미녀의 경우에는 가치판단의 영역으로 복불복을 가지고 와 문제가 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앞으로도 <1박2일>이 이런 방식으로 복불복 아이템을 선정하게 된다면, 더 큰 논란에 직면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번엔 여성의 외모였지만, 앞으로는 직업, 지역, 문화, 인종 등도 복불복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기우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복불복에 대한 제작진의 지나친 집착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을 늘 경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