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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투표율 91.4%에 숨겨진 작가의 노림수!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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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다. SBS 월화 드라마 <추적자-THE CHASER (이하 추적자)>누가 대통령이 되고 누가 떨어지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추적자>는 억울한 딸의 죽음에 가려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버지가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였으며, 우리사회 권력과 자본과 기득권이 어떻게 정의와 진실을 왜곡하고 오염시키는지 보여준 한편의 ‘페이크 다큐멘터리’였다.


그러니까 애초에 강동윤(김상중 분)의 대통령 당선 여부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의 낙선은 그저 하나의 과정에 불과했다. 백홍석(손현주 분)이 딸을 사랑하는 아빠로서,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으로서, 그리고 힘없는 소시민으로, 진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와중에 지나쳐야 할 정거장에 다름아니었던 것이다.

 

 

 


비록 지난주 방송 마지막 장면이 투표소를 향해 달려가는 국민들의 모습으로 채워졌지만, 오후 3시 기준 38%의 투표율과 출구조사 강동윤의 지지율 63%를 비춰볼 때 사실상 강동윤의 당선은 막을 수 없는 대세와도 같았다. 실제로 16일 방영분에서도 오후 6시 기준 투표율은 73%에 머물렀다. 이미 백홍석의 몰래카메라를 통해 강동윤이 저지른 잘못이 만천하에 공개된 까닭에 강동윤의 당선은 많은 논란이 뒤따르겠지만, 신혜라(장신영 분)의 말대로 “여기는 대한민국”이니까 또 쉽게 잊혀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백홍석이 사는 세상 속 국민들은 이제 강동윤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하는게 순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때, 반전이 일어났다. 바로 선거관리규정에 따라 오후 6시전까지 투표소에 도착하면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전해진 것이다. 투표소 곳곳은 이미 분노한 국민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긴 줄이 늘어선 상황이었다. 높아봐야 80%정도에서 투표율은 그치고 가까스로 강동윤이 당선될 것이라는 예측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오후 825분 투표 종료. 최종 투표율 91.4%.

 

 

 


투표율이 관건인 상황에서 기적같은 투표율이 그려졌다.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장충체육관에서 투표를 진행한 ‘그분’이 아니면 상상할 수 있는 그런 투표율이 나오고야 말았다. 투표율과 함께 공개된 출구조사 지지율 결과 강동윤은 조동수 후부에게 크게 뒤처졌으며, 결국 강동윤은 패배의 쓴맛을 맛봐야만 했다.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환호했다. 자신들의 손으로 이룬 결과,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 한 표의 기적을 이룬 국민들은 충분히 환호할 충분했다. 적어도 그들은 “정치인들 다 똑같다”며, 아무도 안 뽑는 것을 마치 ‘쿨’한 것처럼 여기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않았다. 비록 덜 나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투표라 할지라도 그들은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한걸음을 내딛었다. 박수치고, 소리지르고, 환호할 자격이 그들에게는 충분히 있었다.


강동윤의 낙선으로 국민들은 최소한의 정의를 지켰고, 또 진실은 승리한다는 성취감도 맛봤다. 백홍석 역시 강동윤의 낙선을 계기로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는데, 애초 드라마가 시작될 당시의 모습, 그러니까 딸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밝히기 위한 아버지 본연의 모습으로 백홍석은 돌아갔다. 그는 강동윤을 낙선시키기 위해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수정이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사건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이날 백홍석은 거짓말과 증거 조작으로 얼룩진 수정이의 재판기록을 깨끗하게 닦아낼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으며, 방송 말미에는 사실상 수정이 재판을 다시 시작하는 백홍석의 또 다른 도전이 이어졌다. 이제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옆에는 최정우(류승수 분) 검사, 아니 최정우 변호사가 함께했다.

 

 

 


최정우 변호사"수정이를 죽인 것은 법이었다. 백홍석이 재판장에서 총기 난사를 할 당시 심신 미약 상태로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백홍석의 죄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백홍석은 모두발언을 통해 자신은 최정우 변호사와 생각이 다르다고 밝혔다.

백홍석은 "나는 변호사와 생각이 다르다. 총을 가지고 법정으로 올 때 정상적인 상태였다"고 말해 재판장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이어 그는 "심신 미약 아니다. 심신 미약인 상태로 총을 쏜거면 법과 이 세상은 문제가 없는데 내가 이상한 게 아니냐", 자신은 지은 죄에 대한 벌을 받을테니, 덧붙여 수정이 사건 재심도 같이 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 기록에 있는 원조 교제, 마약 같은 것을 다 지워주고 싶다"며 애절한 부성애를 표현해 낸 백홍석은 우리 시대 ‘아버지’ 딱 그 모습이었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91.4%의 경이적인 투표율 덕분이었다. 하지만 사실 91.4%의 대선 투표율을 현실에서 실현시키기는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1986년 민주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이후 우리나라 대선 투표율을 살펴보면, 1987년 제13대 대통령 89.2%, 1992년 제14대 대통령 81.9%, 1997년 제15대 대통령 80.7%, 2002년 제16대 대통령 70.8%, 2007년 제17대 대통령 투표율 63%로 계속해서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대선 투표율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는 것은 피와 맞바꾼 직선제이건만 점점 그 소중함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금껏 우리는 <추적자>를 시청해오며, 여러가지 의미로 이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한다는 이유로 열광했으며, 또 박수를 보냈다. 특정 캐릭터, 투표가 이뤄지는 시공간적 배경, 그리고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그것과 너무도 닮아서 드라마가 현실인지, 현실이 드라마인지 종종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그토록 현실을 투영하던 드라마가 갑자기 왜 91.4%라는 말도 안되는 투표율을 들고 나온 것일까. 작가는 여기서 판타지를 말하려 했던 것일까? 아니다.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그것이 말이 되든 안되든, 혹은 현실에서 그럴 가능성이 높든 낮든, 그 투표율 말고는 강동윤을 낙선시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시청자는 우리가 사는 세상, 그러니까 2012년 대한민국에서는 이를 “투표하면 바꿀 수 있습니다”라고 부른다.

 

 


투표하면 바꿀 수 있다’는 단 하나의 진리. 그 소중한 깨우침을 전하기 위해서 작가는 91.4%라는 투표율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마음 같아서는 현실에서는 그보다 더 높은 투표율도 보여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200763%라는 수치가 너무도 초라하다.


<추적자> 박경수 작가는 현실을 드라마로 만들었다. 이제 드라마를 현실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으로 남겨졌다. 대선까지는 5개월이 남았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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