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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조기종영이 아쉬운 진짜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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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이 당초 18부작에서 2부 줄어든 16부로 조기종영한다. 이로써 12부까지 방영된 <개과천선>은 종영까지 4회분만을 앞두게 됐다. 조기종영의 배경을 둘러싼 해석은 제각각이다. 방송국과 제작사는 6..4 지방선거 개표 방송과 월드컵 평가전 중계 등에 따른 결방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시청자 사이에서는 <개과천선>의 저조한 시청률이 발목을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있다. 정확한 이유야 모르겠지만, 만약 <개과천선>이 20%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 '대박드라마'로 자리를 잡았다면, 지금처럼 조기종영을 맞이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개과천선> 조기종영이 아쉬운 진짜 이유

 

문제는 12회까지 방영되고 난 뒤 남은 6회분을 4회분으로 줄여야 하는데 있다. 작가 입장에서는 준비된 스토리와 캐릭터를 축소할 수밖에 없고, 배우입장에서도 연기의 호흡을 지금까지와는 달리 가져가야 한다. 작품의 질적 하락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방 여파로 인해 동시간대 3위로 쳐지긴 했지만, <개과천선>은 시청률이라는 하나의 지료로만 판단할 드라마는 아니다. <골든타임>을 통해 그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는 최희라 작가의 극본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만큼 역동적이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 만큼 대단한 몰입감을 자랑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또 어떤가. '1인 2역'이라 해도 손색없을 만큼 변화가 큰 캐릭터를 김명민은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으며, 여기에 김상중의 카리스마가 시청자의 눈을 붙잡고 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오정세가 코믹하게 뒷받침하고, 진이한의 등장은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채정안과 박민영 역시 김명민 옆에서 제 몫을 다해주고 있다. <개과천선>은 극본, 연출, 연기 삼박자를 고루갖춘 '명품드라마'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극의 종반으로 접어든 이 드라마는 뜻하지 않게 '조기종영'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앞서 언급했듯 에피소드와 이야기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2회 정도면 하나의 법정 사건을 생략해야 할 만큼의 분량이다. 이제 막 진이한과 김명민의 대립이 본격화되는 순간인데 여기서 2회를 축소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진이한의 캐릭터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

 

 

 

 

지금껏 벌여놓은 사건과 이야기를 수습하려면 주인공인 김명민 위주로 흘러가야 되는데, 그럴 경우 진이한은 남은 방송에서 김명민과 대등한 위치에서 싸우기 보다는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를 담당하는 캐릭터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2회까지 이렇다 할 분량이 없었던 그가 이제 막 극의 중심으로 들어와 활약할 찰나 '조기종영'이 결정된 것이다.

 

이는 박민영도 마찬가지다. 현재 박민영은 <개과천선>에 있어서 철저한 주변인에 머무르고 있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그녀가 빠져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그녀의 존재감은 낮다. 이유는 분명하다. 조기종영에 맞춰 이야기를 축소하다보니 다른 캐릭터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는 것이다. 남은 4회분 역시 최희라 작가는 분명 잘 풀어갈 테지만, 애초 기획했던 캐릭터까지는 살리기 힘들게 분명하다. '조기종영'이라는 복병이 남기게 될 아쉬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캐릭터의 실종과 이야기 전개의 허술함은 어쨌든 이 드라마가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된다면 해결 될 문제다. 진짜 문제는 이렇게 시청률이 낮다고 해서 조기종영을 결정하게 된다면, 이번 <개과천선>의 조기종영이 나쁜 선례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개과천선>조차 조기종영을 피하지 못했는데, 만약 시청률도 낮고 혹평을 받는 드라마가 만들어지면 어떨까. 아마 2회분이 아닌 4회분을 줄이자는 이야기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방송국과 제작사의 말대로, 단순한 시청률이 아닌 출연배우들의 스케줄 문제가 조기종영의 원인일 수는 있다. 하지만, 결방과 촬영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예정된 일정에 맞춰 촬영을 차질없이 진행했더라면, 비록 드라마가 결방된다 하더라도 스케줄상에 문제가 발생할 리는 없다. 게다가 6.4지방선거와 월드컵 평가전 중계는 사전에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던 '예측가능한 변수'다. 계획에 없던 결방이 아니라,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던 결방이었던 만큼, 출연 배우의 스케줄을 조기종영의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궁색하게 느껴진다.

 

보고싶은 드라마조차 제대로 즐기지 못한 채 조기종영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 그것은 어쩌면 좋은 드라마를 일찍 떠나보내야 하는 아쉬움이 아니라, <개과천선> 속 세상만큼 부조리와 모순이 넘치는 우리들 세계에 대한 분노가 아닐는지 모르겠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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