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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 개그 어렵다는 김준호, 과연 누구 책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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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 개그 어렵다는 김준호, 과연 누구 책임일까?

 

“몇 년 전에는 정치나 사회적 풍자를 신랄하게 했었는데 (이제는) 좀 어렵다…”

 

지난 22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개그맨 김준호는 풍자 개그의 고충을 토로했다. 정치적 이슈나 사회 문제를 개그의 소재로 활용하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김준호의 고백은 우리사회 풍자 개그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직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없지만, 개그맨 스스로 수위를 조절하거나 소재를 자체 검열해야 하는 현실. 신랄한 비판은 고사하고,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풍자 개그마저 하나 둘 폐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준호가 누구던가. KBS <개그콘서트>내 서열 1위 개그맨이자, 수많은 후배 개그맨을 직원으로 거느리고 있는 소속사 사장이기도 하다. 적어도 개그계 내에서라면 그가 눈치를 볼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김준호 조차 정체모를 압력에 마음껏 풍자 개그를 펼치기가 힘들다면, 이제 막 이름을 알리거나 무대에 선 신인급 개그맨들은 국회의원의 ‘국’자 조차 이름에 올리기 어려울 것이다. 제아무리 용기와 패기를 가지고 풍자 개그를 선보인다 하더라도, 이유 없이 프로그램이 폐지된다면 개그맨들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생존의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개그콘서트> 리허설 현장을 방문한 미방위 국회의원들은 김준호의 고백을 듣고는 “더 세게, 많이, 더 신랄하게 해도 된다”며 개그맨들을 격려했다고 한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은 “사회적 압력을 의식하지 말고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방송 콘텐츠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으며,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국회의원이 세비를 많이 받는다는 내용도 많던데 의원들에게도 출연료조로 좀 줘야하는 거 아니냐”고 농담까지 건냈다.

 

 

 

 

이날 미방위 국회의원들의 반응만 놓고 보자면,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마음껏 풍자 개그를 펼쳐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만 같다. 하지만, 풍자개그를 선보이기 어렵다는 김준호의 고백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국회의원들의 격려와는 상당한 온도차를 보인다. “마음껏 펼치라고 해놓고선 뒤에서 고소하는 것 아니냐”, “압력은 없지만 퇴출은 있다”와 같은 반응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직설적 정치풍자로 주목 받고 있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한 코너 ‘LTE뉴스’ 중 일부가 인터넷에서 사라지고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됐다는 점을 떠올려보자.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인터넷에서 사라진 ‘LTE뉴스’ 방영분은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풍자 개그에 대한 우리사회의 경직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아닐까. 현실이 이런데, 제아무리 국회의원들이 “압력을 의식하지 말라”고 주문한들, 개그맨들이 마음껏 풍자 개그를 선보일 수 있을까?

 

 

 

만약, 이날 <개그콘서트> 리허설 현장을 찾은 국회의원들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단순한 말 몇 마디로 개그맨들을 격려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개그 소재로 차별받거나 혹은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정권에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고 해서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킨다거나 혹은 고위 권력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내용을 개그 소재로 이용했다고 해서 보복을 가하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판단은 대중의 몫으로 남겨 두었으면 한다. 아무리 신랄한 내용을 담고 있어도 개그가 재미없거나 공감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프로그램은 자연스레 도태할 수밖에 없다. 개그맨이 눈치를 봐야 할 것은 정치인의 압력이 아닌 국민의 반응이어야 한다.

 

만약 다음에 또 국회의원과 개그맨이 만나는 자리가 있다면, 그 땐 국회의원이 앞장서서 “요즘 풍자가 너무 약한거 아니냐”고 웃으며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런 여유야말로 요즘 정부에서 부르짖고 있는 ‘국민행복’시대로 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부디, 김준호와 같은 고충을 토로하는 개그맨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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