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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급 공무원, 국정원 요원이 연애하는 이야기?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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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주원 주연의 <7급 공무원>이 23일 첫 선을 보였다.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7급 공무원>은 이전 드라마에서 정보조직을 다루던 가상의 방식 대신 실제로 존재하는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게다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요원의 삶을 세밀하게 조명함으로써 앞으로 이어질 다양한 에피소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최강희-주원을 비롯해 안내성-엄태웅 등 첫 등장만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들의 호연도 이 드라마를 기대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첫회 방송만을 놓고 보면 기대 못지않은 아쉬움도 크다. 무엇보다 “‘인간이 만든 조직 중에 가장 비인간적인 집단’이라 불리는 국정원에 대한 냉정한 시각을 파고들 것”이라는 제작진의 포부가 전혀 구현되지 않았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국정원 요원이 연애하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마저 엄습했다. 문제는 최강희와 주원이 연기한 김서원과 한길로의 너무도 식상한 캐릭터에 있었다.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결국 연애 이야기?

 

이날 최강희가 연기한 김서원은 전형적인 ‘캔디형 여주인공’이었다. 가난한 환경에도 굴하지 않는 그녀는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세 개씩 뛰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과격함과 억척스러움을 동반했지만 그럼에도 사랑스럽고 현명한 여주인공. 이런 캔디형 여주인공 앞에는 꼭 재벌 2세가 등장하기 마련인데, 바로 주원이 연기한 한길로라는 캐릭터가 사업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폼 나게 살고 싶은 철부지 재벌2세역이었다.

 

사실 서로에 대해 잘 모르던 남여가 우연이 만나 악연이 되고, 이후 싸우면서 정들어 사귀게 되고, 끝내 위기와 갈등 끝에 행복을 쟁취한다는 이야기는 수많은 로맨틱 코미디가 답습한 전형이다. 이 부분에서 <7급 공무원>의 선택은 ‘안전성’으로 보여진다. 왜냐하면 국정원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앞세우고도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를 진부하게 설정했을 뿐 아니라, 우연히 만난 남녀 주인공이 서로 오해하고 싸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이제 정들고 사귀게 되는 것뿐이다. 배경이 국정원이니만큼 위기와 갈등이 스펙터클 하겠지만, 끝내 이들이 사랑을 이루게 될 것이란 예측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정원이라는 소재의 신선함이 진부한 캐릭터와 로코의 전형을 답습하는 식상한 이야기 구조에 의해 빛을 발하지 못한 것이다.

 

 

 

 

가난한 취업준비생과 철없는 부잣집 아들, 한편으로는 국정원을 꿈꾸는 공무원준비생으로 만난 서원과 길로는 그 첫 만남부터 우려를 자아냈다. 돈이 필요한 서원은 친구의 애원에 못이겨 결국 ‘맞선 아르바이트’를 나갔고, 그곳에서 길로를 만난 것이다. 시간을 다 채워야 아르바이트 비용을 받을 수 있었던 서원은 길로를 따라 레이싱 대결 현장에 따라 나섰고, 결국 길로는 서원 때문에 레이싱 대결에서 패해 자신의 자동차를 빼앗기는 처지에 놓였다. 악연이 시작된 것이다. 심지어 길로는 서원을 외교관의 딸로 오해했으며, 그녀가 자신의 조건과 배경을 보고 맞선자리에 나왔다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는 서원을 한심한 존재로 오해한 것이다.

 

 

 

서로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이들은 결국 방송 말미 국정원 7급 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한 뒤 면접장에서 재회했다. 오해와 악연으로 얼룩진 이들이 머지않아 동료로 만나 티격태격하게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사랑이 싹 틀 것이다. 길로는 서원을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될 테고, 서원은 길로를 통해 마음의 여유를 되찾을 게 분명하다. 모든 로코가 그래왔고, <7급 공무원>은 대놓고 그 길을 가겠다고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짧은 등장만으로 강렬한 포스를 뿜어낸 엄태웅이 산업스파이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 넣어줬고, 신입 요원들의 훈육을 책임지게 될 안내상의 캐릭터 역시 비밀을 간직한 국정원 요원으로 등장, 앞으로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이란 기대를 남겼다는 점이다.

 

과연 <7급 공무원>은 영화가 그려내지 못한 국정원이라는 조직과 요원들의 삶을 현실감있게 그려낼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그런 로맨틱코미디 드라마의 길을 걸으며 ‘국정원 요원들이 연애하는 이야기’라는 불명예를 쓰고 말 것인가. 그 시작은 바로 서원과 길로에게 주어진 캐릭터에서 출발한다. ‘캔디형 여주’인공과 ‘부잣집 아들’ 이라는 캐릭터 대신 최강희와 주원에게 주어질 국정원 요원으로서의 캐릭터가 과연 어떻게 그려질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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