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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청중평가단’이 획일화된 무대를 만들고 있다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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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방영된 MBC 문화방송의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5라운드 2차 경연은 이날 처음으로 경연에 참여한 자우림이 1위를, 그리고 <나가수> 원년멤버로서 지금껏 ‘불패신화’를 이어온 YB가 7위를 차지하며 막을 내렸습니다.

 


이날 방송은 지난 한 주 자우림이 새롭게 <나가수>에 출연한다는 소식과 이른바 ‘명예졸업제’가 도입되어 <나가수>가 사실상 시즌2를 맞이한다는 뉴스가 인터넷의 연예면을 뜨겁게 달궜던 만큼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인데요. 역시나 경연을 펼친 일곱 팀의 무대는 7가지 무지개 색을 보듯 다채롭고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는 방송을 보는 내내 느꼈던 몇몇 불편함과도 연결되는 부분인데요. 바로 <나가수> 출연 가수들이 지나치게 청충평가단의 평가를 의식하며 선곡과 무대연출을 꾸미고 있다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가수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게 다름 아닌 청중평가단의 ‘수준 낮은’ 투표 행위와 평가결과라는 사실에서, 이른바 ‘시즌2’을 맞이하는 <나가수>의 암울한 미래마저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동안의 <나가수> 1차 경연은 탈락자가 나오는 무대가 아닌 만큼, 2차 경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가수들은 탈락에 대한 강박관념에 벗어나 진정으로 자신들이 즐기는 무대를 만들 수 있었고, 그래서 시청자 입장에서도 ‘피 말리는’ 2차 경연보다 훨씬 더 즐겁고 유쾌한 마음으로 1차 경연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무대 위에 선 가수가 즐길 때, 그를 바라보는 청중과 시청자도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5라운드 1차 경연에 나선 이날 가수들은 경연주제가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곡 선택의 기준을 ‘유명한 곡’ 혹은 ‘자신의 색깔에 맞는 곡’ 등에 맞췄습니다. 철저하게 청중평가단의 ‘평가’를 염두해 둔 선곡들이 눈에 들어왔는데요. 그중에서 지난 4라운드 2차 경에서 ‘술이야’를 통해 2위를 기록한 장혜진은 자신의 장점과 청충평가단의 기호를 확실히 파악한 모습을 보였고, ‘애모’를 선택하여 서정성 짙은 목소리를 바탕으로 한 무대를 꾸몄습니다. 2위라는 성적의 바탕에 전략적인 선곡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장혜진은 “왜 나는 계속 슬픈거만 하는거야….”라고 말했지만, 본인이 슬픈 노래를 불렀을 때 결과가 좋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당분간 장혜진은 계속해서 슬프거나 애절한 무대를 꾸미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입니다. 이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본인의 음색과 잘 어울리면서 유명한 곡, <애모>를 본인이 직접 선택해 놓고, “왜 나는 계속 슬픈거만 하는거야….”하고 투정을 부리는 모습에서 ‘가식’이 느껴지기도 한 이유입니다.

 


가수들의 전략적 무대연출은 팝핀현준과의 합동 무대를 연출한 조관우에게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아마도 조관우는 자신의 음색이나 자신의 무대가 강력하게 어필하지 못하고 소수의 공감만 얻는데 그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주로 4,5,6위 권에 머무르는 성적표를 받아보면서 <나가수> 무대에서 갖는 자신의 한계를 짚어냈는지도 모르겠고요.

 


듣는 이의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는 가성창법을 벗어나 이날 조관우는 진성창법으로 나훈아의 <고향역>을 소화했는데요. 팝핀현준의 팝핀댄스가 얼마나 조관우의 노래와 잘 어우러졌는지는, 그 도전에 대한 의미를 논하기에 앞서 여전히 의문으로 남습니다. 그러한 시도 자체가 불편하게 다가오는 이유 역시, 인터뷰를 통해 밝혔듯 조금 더 나은 성적을 받기 위한 일종의 ‘반강제 시도’가 되다보니, 공감하기 어려운 무대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장 비대중적인 곡을 선보인 박정현의 <우연히>는 랩과 비트박스가 등장하여 역시나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주었는데요. 랩과 비트박스는 정말 본인이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른 박정현이 선택할 수 있었던 최선책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비대중적인 곡을 부를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파격’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박정현의 이런 전략은 3위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나타났는데요. 무대 하나를 꾸미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또 섭외와 연습 등을 거쳐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니, 제가 다 피곤해지더군요.

 


한편, 이날 유일하게 청중평가단의 평가로부터 자유롭게 무대를 꾸민 가수는 김범수와 YB밴드였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이들은 사실상 다른 가수들에 비해 ‘탈락’에 대한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에서 무대를 꾸몄다고 생각됩니다. ‘명예 졸업제’라는 제도가 도입된 까닭도 있겠지만, 지금껏 쉴 틈도 없이 파격적인 무대 연출이나 혹은 강력한 사운드 아래 꾸며온 무대들 속에서 피로감이 누적된 이유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둘은 아주 힘을 뺀, 그러면서도 본인들 스스로가 즐겁고 또 만족하는 노래를 부르고 무대를 만들어냈는데요. 김범수는 탭댄스와 전자사운드를 통해 무대를 꾸몄던 4라운드와는 달리 이날은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로만 승부를 걸었으며, YB 역시 강렬한 사운드를 배제한채 어쿠스틱한 무대를 꾸몄습니다.

 






조미료를 하나도 넣지 않은 이들의 무대는 ‘그래서’ 각각 6위와 7위를 기록하였습니다. 그 결과를 보고 든 생각은, 어느덧 청충평가단의 입맛이 점점 조미료에 중독된 혀로 변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물론, <나가수>의 ‘탈락 시스템’은 지금의 <나가수> 정체성을 지탱, 유지시켜준 가장 상징적인 의미의 장치임에 틀림없습니다. ‘살아남으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유명 가수들의 인간적인 매력이 나오기도 하고, 또 훌륭한 무대가 만들어진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청충평가단의 평가에 따른 순위 집계와 7위 탈락이라는 시스템 자체를 비판하고자 마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탈락에 대한 기준이 하나의 흐름 혹은 텍스트적 문법으로 나타난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지금의 <나가수>는 뒤에 경연을 펼치면 높은 순위가 나오고, 새로운 가수가 출연하여 일곱 번째 무대를 펼치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1위를 차지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수들은 이제 노골적으로 뒤에 공연하기를 희망, 아니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1차 경연과 2차 경연을 합해서 탈락자를 정한다지만, ‘1인 3표제’라는 시스템 아래 청중평가단들은 교묘하게 자신들이 살리고 싶은 가수들을 벼랑 끝에서 구제하기도 합니다. ‘팬덤’과 ‘고정표’ 때문입니다.

 


노래‘만’으로 승부하고자 하는 가수들의 무대는 청중평가단에게 ‘싱겁게’ 느껴져, 좋은 결과를 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김연우 탈락 이후 이 부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높았지만, 여전히 <나가수>와 청중평가단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굳이 가수들의 파격적인 무대를 강요하지 않아도 되는, 때로는 이러하고 때로는 저러할 수 있는, 그런 다양한 의미를 담아낼 수 청중평가단의 평가는 요원한 것일까요?

 


이날 김조한의 인터뷰 내용은 그래서 더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어집니다.

 


“이걸 해볼까? 저걸 해볼까? 어느덧 제가 노래보다는 무대 연출에 더 노력을 기울이고 있더라고요…. 아..이건 아닌데…. 그런 생각할 시간조차 노래에 쏟아야겠구나 싶었어요.…”

 


대략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멋진 무대를 꾸미는 것도 좋지만, 적어도 청중평가단의 기호에 맞는 ‘의도된 연출’은 앞으로 조금 자제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시류와 유행으로부터 한발짝 비켜서서 자신의 음악을 추구해온 ‘가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가수’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청중평가단. 이들의 한단계 진화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나가수>의 미래 또한 암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획일화된 <나가수>는 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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