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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역적>, 누가 백성의 마음을 훔칠 것인가?

<역적>, 누가 백성의 마음을 훔칠 것인가?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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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 누가 백성의 마음을 훔칠 것인가?

 

이거 저거 훔친 게 많은 사람들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요즘, 우리사회 최대 관심은 국민의 마음을 훔쳐 줄누군가를 향해 있다. 여기서 그 누군가는 저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르다. 태극기를 들었는지, 촛불을 들었는지에 따라, 그리고 지역과 나이에 따라.

 

시스템의 붕괴라든지, 체제전복이라든지,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단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요즘, MBC 월화드라마 <역적 : 백성을 훔친 도둑(이하 역적)>은 무대를 조선시대로 옮겨 작금의 현실을 반추한다.

 

 

 

 

드라마 속 아모개(김상중 분)는 그 이름에서 보여지 듯 수많은 노비 가운데 한명일 뿐이다. 그에겐 주체성도 자율성도 허락되지 않는다. 주인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사는 게 그의 삶이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의 계략에 빠져 마누라가 죽고 전 재산을 빼앗긴 아모개는 세상의 이치와 법도가 자신 편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이 아모개를 다시 태어나게 만든다. 그는 양반의 편에 선 법 대신 자신의 손에 들린 낫으로 주인을 응징한다.

 

노비가 주인을 살해하는 건 삼강과 오륜을 어긴 죄, 즉 강상죄에 해당한다. 유교사회인 조선에서는 가장 큰 죄라 할 수 있다. 이유 불문, 사형을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아모개(김상중 분)는 죽지 않는다. 목숨을 부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돈을 크게 벌어 양반에 버금가는 호의호식을 누리기까지 한다.

 

 

 

 

"어째서 그때는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인간 같지 않은 것들 싹 죽여 버리고 새로 태어날 생각을 왜 못했을까". 천한 노비주제에 감히 양반인 주인을 살해하고도 당당하기 그지없는 아모개의 독백을 보자. 태극기를 들고 서울광장에 모이는 할아버지들이 들었다면 아마도 드라마가 나라 말아 먹는다며 당장에 불호령을 내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시 태어난 아모개는 없는 자, 모자란 자, 천한 자들이 모여 사는 익화리를 자신만의 유토피아로 만들어 가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호시절은 오래가지 않는다. 아모개의 강상죄가 왕족의 귀에 들어감으로써 아모개가 일군 없는 자들의 세상은 한 여름 밤의 꿈처럼 끝나고 만다. 왕종과 양반은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명분아래 아모개를 죽음으로 내몬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던 시절, 어쩌면 아모개는 너무 큰 꿈을 꿨는지도 모른다. 송충이 주제에 솔잎 이상의 것을 탐냈고, 분수에 어긋나는 옷을 입은 것이다. 사대부가 만든 시스템을 감히 노비출신이 바꾸겠다는 건,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물론, 아모개의 꿈은 그의 아들 홍길동(윤균상 분)이 이어갈 것이다. 길동은 앞으로 백성을 훔친 도둑이 되어 연산군(김지석 분)과 대립할 예정이다. 연산군에게 있어 권력은 곧 왕이고, 왕이 곧 국가다. 반면, 홍길에게 권력은 백성으로부터 나오고, 국가는 곧 백성이다. 둘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대를 앞선 홍길동의 꿈은 봉건사회라는 시스템에 막혀 좌절될지 모른다. 그러나 <역적>을 드라마로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시스템 속에 살고 있다. 적어도 우리에겐 연산군과 홍길동 중 누구를 리더로 뽑을 건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저마다 국민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출사표를 내던지는 요즘, 누가 힘과 권력을 올바르게 사용할 적임자인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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