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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이민정, 비현실적이지만 공감되는 닮은꼴 캐릭터!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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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이다. <직장의 신>에서 정규직을 쥐락펴락 하는 ‘슈퍼 갑’ 계약직으로 분한 김혜수와 <내 연예의 모든 것>에서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는 국회의원 이민정 캐릭터가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물론 김혜수가 연기하는 미스김과 이민정이 맡은 노민영 의원은 현실 속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임이 분명하다. 언제 잘릴지 몰라서 전전긍긍하는 단기적 계약직이 칼퇴근을 하고, 점심시간 정시를 사수하는 일은 차라리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팀장이 시키는 일을 딱 잘라 거부하거나 회식은 몸을 망치는 행위라며 손사래를 치는 행동은 사실상 계약 연장을 포기하는 행위에 다름없다. <직장의 신> 속 미스김은 차마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보여줌으로써 대리만족을 선사하고, 나아가 정규직과 계약직이 차별받는 현실을 역설적으로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내 연애의 모든 것> 속 노민영(이민정 분) 의원은 어떤가. 때로는 지나치게 정의롭고, 심지어 오글거릴 정도로 바른 말만 하는 골라서 하는 이 캐릭터의 직업이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모순처럼 느껴진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껏 이런 국회의원을 본적도 없을뿐더러(이런 국회의원을 뽑지 못한 잘못도 있다), 그와 비슷했던 정치인은 지켜주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드라마 속에서 녹색정의당의 대표를 맡고 있는 노민영 의원은 소속 정당 국회의원이 본인 포함 달랑 2명밖에 없는 소수정당이다. 하지만 그녀는 “세상은 나아져야만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야합·밀실정치가 판을 치는 국회 내에서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한다. 동료 의원들에게는 왕따를 당하고, 심지어 야당 내에서도 무시받기 일쑤지만 그녀는 룸싸롱에서 자기들끼리 외치는 애국이 아닌 국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오늘도 목소리를 높인다.

 

 

 

“경제민주화 법 개정,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 인상. 우리 같이 추진하자. 범죄율, 자살률 엄청나다. 십대 이십대 삼십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산재 사망률은 또 어떠냐. 숫자가 아니다. 하나하나 다 목숨이다. 조금이라도 덜 살기 힘들게 만들어야 한다. 최소한의 안정망이라도 우리가 만들어 보자”며 김수영(신하균 분) 의원을 설득하는 노민영 의원의 모습에서는 부러움마저 느껴진다. 그리고 여기에선 “불필요한 친목과 불필요한 음주와 아부를 도모하면서 몸 버리고 간 버리고 시간 버리는 자살테러 같은 회식을 할 이유가 하등 없다”고 일갈하는 미스김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직장의 신>과 <내 연애의 모든 것>을 보다보면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때로는 짜릿한 기분마저 든다. 미스김과 같은 계약직, 노민영 의원과 같은 국회의원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그래서 이 두 드라마가 사실은 일정부분 판타지에 기대고 있음을 알면서도, 우리는 김혜수와 이민정의 대사 하나하나, 그리고 행동 하나하나에 몰입하고 또 공감한다.

 

 

 

애초에 회사 내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노민영 같은 국회의원이 당연한 정치인의 모습이었더라면, 이 두 드라마 속 캐릭터는 달라졌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비록 계약직이지만 노동자에게 주어진 권리를 제대로 누리고 싶은 우리의 욕망, 그리고 한번쯤 제대로 된 정치인을 만나보고 싶은 우리의 소원이 두 드라마 속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내지 않았을 까 싶다.

 

사실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미스김과 노민영 의원과 같은 캐릭터가 드라마 속 전면에 등장하여 시청자로부터 공감을 얻는 것은 또 그만큼 현실이 팍팍하고 불공하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균등하지 못한 기회, 공정하지 못한 과정, 그래서 발생하는 정의롭지 못한 결과.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것이 드라마 속 캐릭터라는 게 어찌 보면 슬픈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기엔 구태의연한 정치 현실이나 IMF 체재 이후 일그러진 우리사회의 노동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기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가져본다.

 

이제 막 시작한 두 드라마가 앞으로도 어떻게 현실의 부조리함을 그려낼지는 모르겠지만, 미스김과 노민영 의원이 선사해 줄 통쾌함과 속시원함은 당분간 계속될 듯 보인다. 비현실적이지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두 닮은꼴 캐릭터가 앞으로도 시청자의 가려운 곳을 싹싹 긁어주는 모습으로 오래 사랑받길 기원한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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