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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목들 17회: 어설픈 민준국의 계략, 연장방송이 부른 폐해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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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신>에 출연한 정웅인이 밝혔듯,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 속에서 민준국(정웅인)이라는 캐릭터는 애초 드라마의 중반까지만 등장하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 악역으로 연기변신을 꾀한 정웅인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민준국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이 쏠리자 작가와 감독은 민준국이라는 캐릭터를 끝까지 가져가기로 결정했다. 하나의 에피소드로 그쳤어야 할 민준국과 장혜성, 그리고 박수하의 얽히고 설킨 운명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주제의식이라 함은 사실 새롭거나 거창한 게 아니었다. 무수히 많은 드라마에서 다뤄왔던 복수와 용서에 관한 이야기였던 것. 다만 흡입력있는 스토리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 그리고 마음을 읽는 초능력 등 참신한 소재가 어우러지면서 <너목들>은 20%의 시청률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 할 수 있었다.

 

 

 

 

그런데 31일 방영된 17회를 보면, 오히려 그 승승장구가 이 드라마에 있어 ‘독’이 되지 않았나 싶다. 왜냐하면, 인기에 힘입어 연장방송이라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2회 분량의 방송을 억지로 짜내다보니, 긴장감은 상실되고 드라마의 완성도 역시 지난 1~16회와 비교하여 현저하게 떨어진 느낌이 든 것이다. 실제로 이날 방영된 17회는 극 중반까지 마치 ‘재방송’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지나치게 많은 회상신을 삽입하고 지난 방송 내용을 교차편집하여 보여줌으로써 시청자의 원성을 샀다.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분량을 늘린 것이 아니라, 지난주 방영되고 종영되었어야 할 이야기를 이번주까지 끌어오다 보니, 오히려 불필요한 내용까지 세세하게 보여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 드라마가 자랑하던 흡입력은 실종되고 말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방송에서 민준국이 꾸민 최후의 계략 역시 어설프게 진행됨으로써 <너목들>은 준비되지 않은 연장방송이 어떤 폐해를 부르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이날 방송에서 드러난 민준국의 최종 계략은 박수하를 본인처럼 살인자로 만드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과거 민준국은 심장병에 걸린 아내를 위해 이식받을 심장을 구했지만, 박수하의 아버지가 기자라는 신분을 이용해 그 심장을 먼저 수하 어머니에게 이식받게 함으로써 결국 민준국의 아내는 수술을 받지 못해 죽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내를 잃으면서 시작된 자신의 폭주를 수하에게 고스란히 재연하게 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살인과 괴물처럼 살아온 지난 삶에 정당성을 찾고자 했다. 민준국이 짱변(장혜성 변호사)을 납치한 이유는 바로 수하를 유인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민준국은 짱변의 피가 묻은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수하에게 자신이 짱변을 죽였다고 거짓 고백함으로써 수하를 도발했다. 짱변이 죽은 것으로 오해하던 수하는 분노에 떨었고, 급기야 흉기를 들고 민준국을 내리치려 했다.

 

하지만, 이날 방송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었던 민준국과 수하의 대립은 방송분량을 늘리기 위해서인지 몰라도 지나치게 늘어지는 감이 있었고, 민준국 스스로 너무 많은 말을 함으로써 수하가 자신의 계략을 눈치채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특히나 수하가 지신의 속마음을 읽지 못하게 하기 위해 준비한 선글라스는, 민준국 스스로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 꼴이 되어버렸다. 수하는 민준국의 선글라스를 통해 짱변이 살아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고, 수하가 자신을 죽이는 모습을 짱변에게 보여주려 했었던 민준국의 계략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차라리 수하에게 마음을 들키지 않는 방법을 사전에 복선으로 심어두고, 민준국이 그걸 이용하여 수하에게 거짓말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굳이 짱변이 살아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더라도, 수하 스스로 민준국처럼 살지 않겠다는 다짐과 감정절제를 통해 민준국의 계략을 극복해 냈다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애초 수하의 초능력을 알고 있었던 민준국이 선글라스와 같은 허술한 방법으로 수하를 속이려 했다는 점은 정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급하게 방송분량을 늘려야 했던 탓일까. 그동안 치밀하고 촘촘한 이야기 전개로 각광을 받았던 <너목들>은 너무도 어설펐던 민준국의 계략과 재방송을 보는 착각마저 들었던 지나친 회상신으로 인해 결국 종영 직전에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마지막 회에서 어떤 결말을 선사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부디 그동안 이 드라마가 쌓아온 명성을 스스로 깎아먹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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