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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10주년 무인도 특집, 그들의 ‘생존예능’은 어떻게 달랐나?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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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10주년 무인도 특집, 그들의 ‘생존예능’은 어떻게 달랐나?

 

정글로, 군대로, 외딴 섬으로, 그리고 농촌과 어촌으로. 지금이야 흔한 소재가 되어버렸지만, 사실 연예인들의 ‘생존체험’이 처음부터 각광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준비부터 촬영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되고, 거기에 더해 특별한 미션이나 게임 없이 그냥 생존하는 거 자체가 과연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7년 6월, MBC <무한도전>에서 선보인 ‘무인도 특집’은 연예인들의 ‘생고생’이 얼마나 다양한 재미를 만들어 내고 또 캐릭터까지 창조해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본격적인 ‘생존예능’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그 결과, 이국적인 풍경과 함께 보다 더 엑티브 한 볼거리를 보여주는 <정글의 법칙>, 재료를 구하고 요리를 해먹는 재미를 알려준 <삼시세끼> 등 다양한 ‘생존예능’이 보다 진화된 형태로 시청자를 찾아오고 있다.




 

화려함과 볼거리가 강조되는 요즘 ‘생존예능’에 비한다면, 사실 <무한도전>의 ‘무인도 특집’은 심심하고 밋밋하기 그지없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무인도에 멤버들을 던져 놓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멤버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오직 하나. ‘무한 이기주의’를 발동하는 것이다. 나라도 살아야겠다는 신념(?)으로 별거 아닌 거에 목숨을 거는 것에서 <무한도전>만의 독특한 ‘생존예능’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난 26일, 10주년을 맞이하여 <무한도전>이 준비한 ‘무인도 특집 2’역시 마찬가지다. 이날 제작진은 시청자가 뽑은 다시 보고 싶은 특집’ 1위로 무인도 편이 꼽히자, 이를 다시 재현키로 결정했다. 10주년을 맞아 레드카펫 위에서 샴페인이라도 터트리길 내심 기대했던 멤버들의 바람과는 달리, 제작진이 준비한 선물은 바로 ‘외딴섬’이었다. 인천 승봉도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성공경도에 도착한 멤버들은 “여기서 어떻게 1박2일을 보내냐”고 불만을 터트렸지만, 제작진은 멤버들에게 아무런 생존 도구도 건네주지 않고 그대로 떠나버렸다.

 

예능 베테랑 유재석 조차 “여기서 뭘 하냐?”며 어이없어 할 만큼,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 멤버들은 말 그대로 진짜 ‘생존’을 위해 먹을 것을 찾아 나섰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섬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굴은 시기상 날 것으로 먹기에는 부담이 따랐고, 그나마 제작진이 준비해 둔 코코넛은 최후의 비상식량으로 남겨 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생존’도 어려운데, 여기서 어떤 재미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혹시 다시 보고 싶은 특집 1위가 최악의 특집이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는 순간, 다섯 명의 멤버들은 10년간 쌓아 온 호흡을 바탕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 냈다.

 

<무한도전>을 통해 ‘유반장’ 캐릭터를 만들어낸 유재석은 이날도 시종일관 멤버들을 다그치며 ‘시어머니’로 빙의했다. 특히 다함께 힘을 모아 돌을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소라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정준하에게 불만을 쏟아내는 장면은 정준하를 눈치없는 캐릭터로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유재석의 잔소리가 늘어날수록 정준하의 답답한 행동이 계속된 이유는 바로 그만큼 두 사람이 호흡이 뛰어나다는 증거였다.

 

정준하가 눈치 없는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동안 박명수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박명수는 굴을 미끼로 해서 밧줄과 대나무로 즉석 낚싯대를 만들었고, 동생들이 힘들게 돌을 모으는 와중에도 혼자 낚시로 물고기를 잡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물론, 다른 멤버들이 보기에는 그냥 일하기 싫어서 뺀질대는 것으로만 보였고 말이다. 결국, 화가 난 멤버들은 박명수에게 ‘명수세끼’란 별명을 붙여줬고, <삼시세끼>를 패러디한 ‘명수세끼’는 묘한(?) 어감으로, 큰 재미를 이끌어냈다.




 

두 명의 형들과 달리 하하와 정형돈은 유재석의 지시를 따라 일을 척척 해냈고, 제작진에게 구호 요청을 보낼 수 있는 SOS 표식 만들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다음 주에는 이들의 본격적인 무인도 체류기가 방영될 예정이다. 지난 2007년과 마찬가지로 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식량을 차지하기 위해 이들은 치열한 몸싸움을 이어나갈 것이며, ‘무한 이기주의’를 통해 다른 생존예능과는 차별화된 이야기와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 바탕에는 제작진과 멤버들 사이의 신뢰, 그리고 다섯 명의 멤버 개개인 사이에 흐르는 끈끈한 정과 호흡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10주년을 맞아 초심으로 돌아간 <무한도전>. 그들이 보여준 ‘생존예능’은 ‘역시!’라는 감탄사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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