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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유산 이정진, 존재감 상실한 진짜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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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메이퀸>후속으로 <백년의 유산>이 방영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이 드라마의 성공여부에 필자는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남녀 주인공으로 나선 이정진과 유진의 ‘네임벨류’나 ‘스타성’에서 그다지 큰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만드는 감독과 작가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시청자가 드라마를 선택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출연진이다. 어떤 배우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느냐에 따라 초반 시청률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백년의 유산> 남녀 주인공 이정진과 유진은 시청자를 이 드라마 앞으로 끌어 모으는데 있어 힘이 약해 보인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첫 방 시청률 14.9%를 기록한 이 드라마는 방송 2회만에 15%를 돌파했고, 이후 14회가 진행되는 동안 시청률 20%를 오가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비록 극 초반 자극적인 설정을 통해 막장논란을 겪기도 했지만, ‘밉상 시어머니의 끝판왕’으로 떠오른 박원숙과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착한 며느리 유진의 대결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흥미 포인트인 동시에 시청률 견인의 일등공신이었다. 여기에 덧붙여 전인화와 정보석의 풋풋한 중년 로맨스와 여러 조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 덕에 <백년의 유산>은 예상과 달리 시청자를 주말 저녁 TV앞으로 불러 모을 수 있었다.

 

 

 

문제는 겉으로 보기에는 성공적인 이 드라마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바로 남자주인공 이정진이 어느새 존재감을 상실, 조연보다 못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바로 상대역인 유진이 사사건건 박원숙과 부딪히고 대결하기에 바빠서 정작 파트너인 이정진과 합을 맞추는 장면이나 설정이 한없이 부족했다는데 있다. 또한 14회까지 진행된 스토리는 유진이 맡은 캐릭터 민채원의 이혼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이혼 후 로맨스를 엮어갈 상대역인 이세윤(이정진) 보다는 전남편 김철규(최원영)와의 호흡이 더 중요하게 다가왔다. 이정진이 맡은 캐릭터 이세윤은 철저하게 조연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극 초반 유진이 박원숙의 계략에 빠져 정신병원에 갇히고 기억상실에 걸리면서, 이정진은 그녀의 ‘키다리 아저씨’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어려움에 처한 그녀에게 도움을 주고, 누구보다 그녀를 걱정해 주는 모습으로 향후 펼쳐질 로맨스의 발판을 다진 것이다. 게다가 몇 년 전 사고로 떠나보낸 여자친구의 모습을 유진에게서 발견하는 등 앞으로 이들의 인연이 더 깊어질 것임을 암시해줬다.

 

하지만 이정진이 보여준 감정연기는 아직까지 시청자의 마음을 크게 울리지 못하고 있다. 워낙 그가 가지고 있는 마초적인 남성미가 강하다 보니, 섬세하고 부드러운 감정연기가 왠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다. 여기엔 그의 딱딱한 표정과 무미건조한 대사처리도 한 몫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캐릭터 자체도 재벌집 아들로 태어나 적당히 불친절하고 적당히 냉소적인 흔한 캐릭터로 그다지 매력이 없다. 그 때문인지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조화롭게 어울리며 이 드라마를 잘 버무려진 비빔밥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정진만 홀로 겉도는 느낌이다.

 

사실 이정진의 연기 스타일은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보여준 당당하고 남자다운 캐릭터와 어울린다. <피에타>의 강도 캐릭터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설명할 수 있다. 그의 큰 키와 넓은 어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초적인 남성미와 음색은 사실 로맨스의 달달함과는 거리가 있으며, 뻔한 캐릭터를 뻔하지 않게 그려내는데 있어 한계로 작용한다.

 

 

<백년의 유산>은 이제 사실상 2막에 접어 들었다. 민채원의 이혼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드라마는 이제 유진과 이정진의 멜로에 중점을 두고 스토리가 진행될 것이다. 만약 여기서 이정진이 살아나지 못한다면, 드라마는 또 박원숙에 대한 유진의 복수로 무게 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제 아무리 중년 연기자들의 내공과 호연이 드라마를 지탱해 준다 하더라도 남자 주인공이 존재감을 상실하면, 그 드라마는 곧 위기에 빠지게 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여자친구와의 사고 이후 이세윤이라는 캐릭터가 미각을 잃어버렸다는 데 있다. 이 설정은 앞으로 이정진에게 생기를 불어 넣으며, 유진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나 이들이 식품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이세윤의 잃어버린 미각은 이정진의 존재를 부각시키는데 있어 커다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잃어버린 존재감을 찾고 난다면, 섬세한 감정신과 유진과의 멜로 호흡을 통해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자신임을 이정진 스스로 증명해내야 한다. 그동안 그가 영화와 드라마에서 맡은 여러 캐릭터 중에서 <말죽거리 잔혹사> 우식과 <피에타> 강도 말고 떠오르는 게 없다는 것은 앞으로 그의 배우 인생에 있어 연기력을 한정 짓는 발목이 될 게 분명하다. 시청률에서 탄력받은 <백년의 유산>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 그에게는 마초적인 남성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섬세함과 부드러움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멜로연기도 자연스레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시청자에게 인정받는 다면, 그는 배우로서 또 한 번 도약하게 될 것이다.

 

비주얼 덩어리 ‘비덩’ 이정진이 감성 덩어리 ‘감덩’이란 또 하나의 별명을 추가하길 기대해 본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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