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빅맨 9회'에 해당되는 글 1건

  1. 빅맨 9회: 김지혁(강지환)의 반격이 아쉬운 이유

빅맨 9회: 김지혁(강지환)의 반격이 아쉬운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반응형

 

KBS 월화드라마 <빅맥>은 사실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드라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배신-파멸-응징’으로 이어지는 복수드라마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칼에 찔린 채 바다에 빠진 김지혁(강지환 분)이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 살아 돌아와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별로 놀랍지 않다. 복수를 완성하지 않는 한 아직 그가 죽을 일은 없기 때문이다.

 

스토리의 전형성을 극복하는 건 배우들의 연기와 복수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카타르시스다. 특히나, 복수의 대상이 현성그룹처럼 부도덕한 짓을 일삼는 상류층과 거대 기업이 되고, 복수의 주체가 김지혁처럼 가진 것 하나 없는 밑바닥 인생일 경우 그 쾌감은 배가된다. 현실에서는 가능할리 없는 멋진 반전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복수도 ‘돈’이 있어야 가능한 세상?

 

하지만 지난 26일 방송에서 비춰진 김지혁의 반격은 아쉽기 그지없었다. 주인공답게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후 현성그룹을 상대로 그가 취한 복수의 방식과 접근법에선 복수의 통쾌함보다는 의아함이 먼저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날 김지혁은 한성유통에서 쫓겨난 구덕규(권해효 분)의 도움을 받아, 사채업계의 큰손 조화수(장항선 분) 회장 밑으로 들어갔다. 한성그룹에 복수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돈과 힘을 가진 존재가 필요했고, 평소 한성그룹을 탐탁치않게 생각한 조회장과 뜻을 같이하기로 한 것이다.

 

야구방망이를 들고 한성그룹으로 달려갔지만, 그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김지혁의 선택은 이제 ‘힘의 논리’로 귀결된다. 악랄한 자본에 복수하기 위하여 그보다 더 악랄한 자본의 편에 서고, 힘을 내세우는 사람들을 더 큰 힘으로 억누르는 식이다.

 

 

 

 

 

과연, 복수도 이제는 ‘돈’ 있어야 하는 세상인 것일까? 현실적으로 보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가진 것 하나 없는 밑바닥 인생이 무슨 수로 거대 재벌을 상대할 수 있단 말인가. 드라마 속 한성그룹은 법과 언론마저 자본의 힘으로 주무르고 있다. 드라마 밖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건 없어 보인다. 김지혁이 기댈 곳은 없다. 그는 늘 죽음의 공포에서 벌벌 떨며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역설적으로, 김지혁의 복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한성그룹이라는 재벌을 상대하려면, 적어도 그에 준하는 돈과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록 ‘악당’이라 불리는 조회장 밑으로 들어갔지만, 어쩌겠는가. 그것밖엔 방법이 없는 것을.

 

하지만, 김지혁이 조 회장의 힘을 등에 업는 순간, 복수드라마서 이 작품이 선사해주는 카타르시스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조회장 역시나 또 다른 누군가에겐 한성그룹 못지 않은 존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악을 악으로 상대하고, 힘을 힘으로 억누르는 건, 가장 편한 방법임에는 분명하지만, 드라마를 지켜보는 시청에게 낯설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시청자가 김지혁의 복수를 응원하는 건 정의가 승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기 때문이다.

 

 

 

 

조회장의 도움을 통해 한성그룹을 무너뜨린 들, 그것은 결국 ‘자본’의 승리일 뿐이다.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운 김지혁이 결국 돈을 앞세워 복수에 성공한다면, 자신들의 가족을 위해 김지혁을 이용한 한성그룹 일가와 대체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우리사회에서 돈이 절대적인 가치를 갖는 건 분명하지만, 드라마 속 복수마저 ‘돈’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 돼버린다면 어쩐지 조금은 슬퍼질 것 같다. 남은 회차에서는 김지혁의 색다른 반격이 그려지길 기대해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