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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늘 부족한 당신이 읽어야할 책 <슬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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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플로리안 오피츠(Florian Opitz ) / 박병화역
출판 : 로도스 201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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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 문명사회의 종말을 그린 이야기는 너무나도 많다. 핵무기를 이용한 대량살상이나 생태계의 재앙, 외계인의 침공, 기계나 로봇의 역습, 혹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의해서도 세계는 종종 멸망의 길을 걷는다. 각종 소설이나 영화는 이런 소재를 끊임없이 차용하면서 경쟁과 이익에 몰두하는 사회를 비판하거나 인간의 존엄성과 환경을 파괴하는 현대 사회 시스템에 경고를 보낸다.

 

 

종말을 가정한 우리의 상상력은 너무나도 풍부해 아주 짧은 미래부터 먼 미래까지 세계가 멸망하는 방법을 헤아리는 길은 아주 다양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한 상상력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경쟁과 이익에 몰두하는 과정 속에서 소외된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고, 파괴된 환경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를 주제로 한 소설과 영화는 쉬이 만나볼 수 없다.

 

 

 

플로리안 오피츠의 <슬로우>는 바로 종말이 아닌 대안에 초점을 맞춘 상상력의 출발점이라는 데에 그 매력이 있다. 프리랜서 방송 기자이자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인 저자 플로리안 오피츠는 어느날 문득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자신을 돌아본 뒤, 현대인의 시간 부족 문제와 가속화 현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들어오는 메일을 수시로 확인하며, 컴퓨터로 작업의 대부분을 수행하고, 늘 마감시간에 쫓기는 전형적인 현대인이다. 디지털기기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하루도 불안해서 살 수 없는 그의 문제의식은 그래서 보편적이며 그가 던지는 질문들 역시 공감을 자아낸다.

 

 

대체 우리 모두가 들어가 사는 이 다람쥐 쳇바퀴를 돌리는 것은 누구일까? 우리는 대체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것일까? 인간의 영원한 물음이라 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한 답 찾기. 종말이 아닌 대안을 찾고자 하는 저자의 여행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시간을 아껴 쓰면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

 

 

“우선순위를 정해서 일을 해라”,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써라”, “중요한 일에 집중하라”등 자기계발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주장은 일면 타당하지만, 사실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매 순간 중요하지 않은 일과 중요한 일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흑과 백을 나누듯 딱 잘라 구분 지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에 있어 우선순위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아무리 마음을 다르게 먹고, 시간이 부족한 것은 내가 게으르기 때문이라는 자기 반성을 해봐도 시간의 압박은 사라질 줄 모른다. 무언가 더 본질적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시간 관리 전문가와 시간 연구자, 그리고 디지털 세계에서 벗어나 아날로그로만 작업을 하는 기자를 만난 플로리안 오피츠 역시 같은 생각이다. 그는 개인이 아무리 시간을 아껴 쓰려 노력을 해도 사회 전체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은 늘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유행의 주기가 짧아지고, 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기간도 짧아지고, 심지어 배우자와의 결혼기간마저도 짧아지는 세상에서 어떻게 시간이라는 것이 개인의 문제일 수 있겠냐는 것이다.그렇다면 시간문제는 구조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로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이제 속도와 경쟁을 부추기는 세력추적에 나선다.

 

 

속도와 경쟁에 집착하는 세상

 

 

저자가 만난 세계적 기업컨설턴트는 ‘속도’와 ‘효율성’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 누구보다 빠르게 일을 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컨설턴트에게 있어 효율성과 경쟁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다. 하지만 문제는 효율성과 경쟁을 강조하는 기업 경영 논리가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었다는 데 있다.

 

 

「경쟁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된 시대. 초·중·고교나 대학교 간에 더 많은 경쟁이 있어야 하고, 전기회사나 가스회사, 보험회사 간에 더 많은 경쟁이 있어야 한다고 모든 정당이 생각하는 시대, 사람들이 점점 시간 부족을 호소하는 시대에 이런 현상은 우연이 아닙니다. ‘경쟁’을 외치는 사람들 때문에 시간이 점점 사라지는 것입니다…」본문 中

 

 

저자는 세상이 점점 빠르게 돌아가고 우리 모두가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 데는 자본주의 경제와 경쟁논리가 큰 역할을 했다고 결론 내린다. 하지만 지나치게 빠르게 변화하는 것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 우리 사회 또한 마찬가지다. 저자는 초 단위로 뉴스를 생산하는 로이터통신 유럽본사를 찾아 그곳에서 컴퓨터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사람의 현실을 마주한다.

 

 

조금 더 인간적인 삶을 위하여 개발한 기술이 결국은 인간을 대체하고, 심지어 인간을 위협하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면, 그것은 대체 누구를 위한 기술이란 말인가?

 

 

종말을 넘어 대안을 향한 상상력을 위하여

 

 

행복과 속도 사이에서 고민하는 저자는 이제 다람쥐 쳇바퀴를 벗어나기 위한 대안을 찾고자 한다. 그는 제도권에서 탈출한 금융 전문가를 만나고, 산골 농장을 방문한다. 황무지로 떠난 기업가는 물론이고 ‘국민총행복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나라 부탄을 찾아 조건 없는 기본 소득에 대해서도 고민을 한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지금도 우리가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중 누군가는 도시 생활에 지쳐 귀농을 결심,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또 누군가는 파괴된 환경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환경운동가 혹은 생태주의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물론 그들 중 누구의 삶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저자 역시 결론을 내리지 않고 그들과의 만남 속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점을 자세하게 기술, 독자들의 판단을 돕고자 한다. 다만, 저자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방문한 부탄의 ‘국민총행복론’과 조건 없는 기본 소득에 대해서는 그것이 희망찬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단어로 바꾸자면 ‘보편적 복지’가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지금 당장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누구나 기본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갖춰진다면, 당장 오늘 해야 할 일에 급급해하기 보다는 조금 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상상력은 이제 세계의 종말을 넘어 물질 문명사회의 대안을 향해 더욱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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