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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서영이, 부녀 갈등의 화해는 불치병? 이해 못 할 설정인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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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40%를 돌파하며 ‘국민 드라마’ 반열에 오른 <내 딸 서영이>가 종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감추고 있던 비밀은 모두 수면위로 들어났으며,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남은 것은 이들이 어떻게 화해하고 또 서로를 이해해 나갈 것인가이다.

 

이혼을 결심한 차지선 앞에서 여전히 강기범은 돈을 먼저 이야기하는 남편이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그는 자신이 어떤 남편과 어떤 아버지로 살아왔는지 자신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회사 주식을 10%로 떼어 주겠다고 약속하기에 앞서 차지선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를 먼저어루만져 줄 때, 강기범은 이혼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이는 김강순과 최민석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부분이다. 강순이 민석을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방법은 다름 아닌 민석의 꿈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다. 자신의 입장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할 때, 비로소 우리는 ‘가족’이라는 틀에 갇혀 보지 못했던 것을 마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내 딸 서영이>라는 드라마가 기존 홈드라마와 달리 새롭게 가족을 그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기존 홈드라마는 가부장적인 제도가 갖는 모순이나 혹은 부모와 자식 간의 세대차이를 갈등의 주요 축으로 삼은 뒤, 결말에 이르러 반성과 이해를 내세우곤 했다. 하지만 <내 딸 서영이>는 기존 홈드라마와 달리 서영이가 아버지를 부정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출발시켰다. 그리고 서영이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강기범네 가족, 그리고 호정이네 가족으로까지 확장되면서 때로는 ‘가족’이라는 이름이 그 구성원들에게 어떤 짐이 되고 또 폭력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 가족이기 때문에 이해하고, 가족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에 앞서 그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이해와 노력이 필요한지 <내 딸 서영이>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가령, 삼재는 자신이 아버지이기 때문에 서영이 딸이기 때문에 그녀를 걱정하는 게 당연하다고 믿지만, 서영이 입장에서는 그런 아버지의 생각이 아버지의 ‘이기심’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때 삼재는 딸의 등록금을 도박으로 날릴 만큼 가족을 유지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다. 강기범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때때로 가족을 사회적인 체면, 기업의 이미지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가족의 형태를 위해 그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했어야 하는 게 옳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 못했고, 이혼을 요구하는 차지선 앞에 그는 약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에겐 집에서 돈만 쓰는 아내로만 느껴졌겠지만, 어쨌든 그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가족을 유지시켜 온 것은 바로 그 집에서 돈만 쓴 차지선이다. 둘의 이혼 앞에서 자식들이 모두 엄마편을 든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이혼 후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고 있는 서영-우재 커플 역시 기존 홈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설정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랑의 완성은 결혼’이라는 공식은 TV 드라마, 특히 주말 드라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아예 사랑하는 사람 둘이 결혼하는 것으로 결말을 짓는 드라마도 많다. 하지만, 서로의 자존심과 이기심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했던 서영-우재는 결혼이 아닌 이혼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깨달아 나가는 중이다. 비록 16일 방영된 45회에서 서영은 다시 한 번 우재에게 독한 말을 쏟아 냈지만, 그것은 미경과 상우의 관계가 자신 때문에 깨졌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자책감 때문이지, 우재에 대한 악감정은 아니다. 서영이 우재의 진심을 이해하고, 이제는 조금 더 자유로워진 몸과 마음으로 그와 만나게 될 것이란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이제 이 드라마가 종영까지 풀어야 할 숙제는 단 하나. 바로 삼재와 서영이 어떻게 화해할 것이냐의 문제다. 예전과 달리 집에도 찾아가고, 삼재에게 선물까지 건넬 만큼 서영은 달라져 있지만, 여전히 그녀는 아버지의 과거모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삼재 역시 자신이 딸에게 얼마나 못난 아버지였는지 잘 안다. 그래서 쉽게 용서를 구하지도 못한다. 다른 홈드라마와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하여 지금까지 꽤나 완성도 높은 스토리를 이어 온 <내 딸 서영이>가 기대되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기도 하다. 서영과 삼재의 화해가 어떤 방식으로 그려질지, 작가의 극본 감독의 연출력, 그리고 천호진과 이보영의 연기까지... 어느것 하나 기대되지 않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 방송을 보고 정말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복선처럼 스쳐 지나간 장면 하나가 이 드라마의 결말을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설마’하며 흘려보낸 가능성 하나가 어쩌면 이 삼재와 서영의 화해를 이루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마저 든다. 그것은 바로 삼재의 불치병이다.

 

 

이날 삼재는 목공 가구점 사장인 방심덕과 저녁을 먹는 과정에서 배가 아파서 고기를 못 먹겠다고 말했다. 흐름상 그가 고기를 먹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장면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굳이 배가 아파서 고기를 못 먹을 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고, 그건 바로 드라마가 곧 종영된다는 것까지 연결해봤을 때 삼재가 어떤 병에 걸린 것 아니냐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는 ‘불치병에 걸린 아버지, 그런 아버지 앞에서 눈물로 용서를 비는 딸’. 두 사람의 화해하는 모습까지 너무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물론 그럴 일이 없으면 너무나 좋겠다. 서영이 한 순간에 마음을 바꿔 아버지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또 자신의 잘못을 비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미 서영은 달라지고 있다. 꼭 결말에 이르러 두 사람이 손을 마주잡고 환하게 웃거나 아니면 눈물로써 참회하는 것만이 진정한 화해는 아니다. 오히려 극적인 그런 극적인 연출보다는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밥을 먹거나 아니면 서로의 안부를 주고 받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결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내 딸 서영이>가 삼재의 불치병을 통한 부녀의 ‘강제 화해’를 추구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은 그동안 다른 홈드라마와 다른 길을 걸어 온 이 드라마에게 있어 결국 똑같은 드라마라는 인식만 심어 줄 것이다. 부녀의 따뜻한 화해가 너무도 뻔한 불치병 설정을 통해 빛을 잃지 않길 바라본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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