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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사또전 18회 : 기대를 실망으로 바꾼 연출! 연기력이 뛰어나 더 아쉬웠던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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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밀양지역의 아랑설화를 모티브로 드라마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그 기대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간 어디에서도 시도된 적 없는 소재의 참신함에 놀랐고, 이준기와 신민아로 꾸려진 두 주연배우의 캐스팅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아랑사또전>이 성공한다면, 각 지역에서 내려오는 민담과 설화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제작돼 향토문화의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 할 것이라는 김칫국도 마셔보았구요...

 

비록 우려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초반 1·2회를 시청했을 때 까지만 하더라도 ‘믿고 보자’는 생각이 더 강했습니다. 이준기와 신민아의 호흡은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았고, 제작진이 뿌려놓은 수많은 복선과 단서들만 잘 풀어나간다면 평타 이상의 드라마가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종영까지 이제 한주밖에 남지 않은 <아랑사또전>은 10%초반의 시청률에서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하며, 심지어 11일 방영된 18회 분은 드라마가 추구했던 미스터리와 멜로가 정점에 달한 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의 외면을 받고 말았습니다.

 

이유는 바로 제작진의 개연성 없는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력을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허술한 스토리에 있었습니다. 이날 방영된 내용 중에서 제가 이해할 수 없었던 몇 가지 장면을 되짚으며 구멍 난 스토리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1. 하루 만에 내려온 어명! 제작진은 생각이 있는 걸까?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역모죄를 뒤집어 쓰고 옥에 갇힌 은오를 위해 아랑이 홍련에게 몸을 바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은오가 옥에서 풀려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최대감이 아닌 사또 은오로 노선(?)을 정한 관아 삼방 덕분이었는데요. 이들은 최대감의 계략에 빠져 역모죄를 뒤집어 쓴 은오를 구하기 위해 은오의 아버지인 김응부 대감에게 파발을 띄웠습니다.

 

그러자 다음날 바로 김응부 대감이 밀양 관아에 나타났는데요. 최대감은 김응부 대감조차 은오와 엮어 역모죄로 처벌하려 합니다. 하지만 뜻밖에 반전(?)이 일어났는데요. 바로 어명이 그것이었습니다. 김응부 대감은 어명을 받들리며 왕의 서한을 읽어내려갔습니다.

 

 

 

 

은오는 어명을 통해 죄가 없음이 밝혀졌는데요. 그 어명 속에는 사또 은오에 대한 밀양 백성들의 칭송이 자자하다는 점, 최대감이 높은 고리대금 등으로 밀양지역에 폐악을 끼쳤다는 점, 그리고 신분이나 귀천을 막론하고 나졸을 모은 것은 사또 은오의 재량권이라는 점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은오가 풀려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대체 하루만에 삼방의 파발을 받고 김응부 대감은 어떻게 그런 어명을 받아 올 수 있었는지 의문으로 남았습니다. 은오가 그나마 사또 구실을 한 것은 최근의 일인데, 백성들의 칭송을 왕까지 알고 있다? 아무래도 너무 억지 설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명을 그리 빨리 받아 올 수 있다는 것도 시간적으로 말이 안되고요.

 

 

 

 

차라리 지난번 은오와 김응부 대감이 만났을 때, 미리 최대감이 술수를 예측해서 준비를 해 논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갔으면 훨씬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왜냐하면 최대감은 이미 은오의 외조부를 역모죄로 몰았던 전례가 있으니, 은오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같은 술수를 준비할 게 뻔하니까 말입니다. 이준기의 연기도 훌륭했고, 무엇보다 김응부 대감을 연기한 윤주상 씨의 안정된 발성은 <아랑사또전>이 새삼 사극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줄 정도로 완벽했는데요.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연출이 찬물을 끼얹은 것만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대체 제작진은 생각은 하고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요?

 

2. 아랑의 눈물, 애틋하지 않았던 이유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날 아랑은 홍련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주고 은오 어머니를 구하기로 최종 결심을 굳히는데요. 떠나기 전 사또에게 따뜻한 밥이라도 지어주고 싶은 마음에 아랑은 처음이지 마지막으로 손수 밥을 지어 은오에게 대접합니다.

 

 

 

 

아랑은 “절대 몸을 내어주지 않겠다” 거짓말로 은오를 안심시킨 뒤, 다음날 일찍 홍련을 찾아 떠나는데요. 은오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 아랑은 “잠시 사람이 된 귀신인지, 귀신이 된 사람인지 잊을 만큼 꿈 같이 시간이 흘러갔다오. 당신이 날 소중히 여겨 주어서 고맙소. 소중한 마음으로 살게 해주어 고맙소”라며 진심을 전했습니다.

 

사또의 신발을 정리하고 관아를 나서는 신민아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이 젖어 있었는데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야만 한 여인의 애틋함이 잘 표현된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굳건한 표정으로 감정선을 잘 그려낸 신민아의 연기는 물론 훌륭했고, 특히 떠나는 길에 과거를 회상하며 흘러나온 신민아의 나레이션도 한껏 분위기를 집중시켰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동안 제작진이 신경 썼던 멜로라인은 아랑-은오가 아닌 아랑-주왈이었다는 사실입니다. 17회에서 급작스레 연출한 키스신이 있었다고는 하나, 아랑과 은오의 멜로는 그다지 애틋함이 들 정도로 절절하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아랑과 은오가 함께하는 에피소드를 풍성하게 만들고, 두 주연배우의 감정선을 살릴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이 연출됐다면, 이날 아랑이 떠나며 흘린 눈물도 극대화 될 수 있었을텐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게다가 아직 2회분이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식으로 종영 느낌이 드는 연출을 감행했어야 하는지도 이해하기 어렵고요. 충분히 슬프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던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그 애틋함이 덜했던 이유를 제작진은 잘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3. 이유가 너무 뻔한 불필요한 연출, 제작진의 무능력 인정?

 

이날 제가 가장 황당했던 것은 홍련을 만나러 가는 아랑이 주왈에게 서신을 넣어 산에서 만난 장면이었습니다. 결심을 굳힌 아랑은 주왈에게 안내를 해달라고 했는데요. 이해할 수 없는게, 아랑은 이미 홍련이 있는 곳을 알고 있는데 왜 주왈에게 서신까지 넣어 굳이 산 속에서 만나야 했느냐 하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날 아랑은 주왈이 홍련에게 가는 아랑을 막아서자 “도령의 마음이 정 안 내키면 나 혼자 가보겠소”라며, 애초 주왈의 안내따위는 필요 없었다는 듯이 행동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홍련을 만나러 가는 아랑과 주왈을 만나게 한 것은 바로 주왈의 기억을 되찾아 주기 위한 설정이었습니다.

 

아랑이 홍련과 만날 뜻을 굽히지 않자 주왈은 답답한 마음에 “내 마음을 알면서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소”라며 아랑을 잡아끌었고, 아랑이 엉겁결에 자신에게 안기자 옛 기억을 되찾게 된 것입니다.

 

 

 

과거 홍련의 혼을 거부한 서씨가 최주왈에게 칼을 겨눴을 때, 이서림은 꼭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최주왈에게 안겨 최주왈 대신 칼을 맞고 사망했던 것인데요. 주왈은 자신의 기억속에서 자기를 살리고자 칼을 맞고 죽은 처자가 이서림, 바로 아랑이었음을 깨닫고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랑이 떠나는 것조차 붙잡지 못했는데요.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아랑은 주왈에게 서신을 넣어 안내를 부탁했던 것입니다.

 

차라리 홍련을 만나고 오는 길에 아랑과 마주치거나,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주왈의 기억을 찾아줬으면 어땠을까요? 이유가 너무 뻔한 불필요한 연출은 제작진의 무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날 18회 분에서는 거의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습니다. 욕망에 사로잡혀 죄를 짓고, 끝내 은오에게 붙잡혔던 최대감 뿐만아니라, 은오와 아랑, 그리고 주왈, 돌쇠, 방울이, 심지어 삼방까지. 그런데 자꾸 제작진은 구멍 난 스토리와 개연성이 떨어지는 연출을 앞세워 그런 배우들의 열연을 깎아 먹고 있습니다.

 

처음 <아랑사또전>에 걸었던 기대와 설렘이 이런 식으로 실망감으로 바뀔 줄은 몰랐는데...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준기와 신민아의 연기가 흠잡았을 데 없고, 특히 둘의 호흡이 잘 맞아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드라마가 자꾸 산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다음주면 종영을 맞이할 텐데, 부디 엔딩만이라도 설득력있는 연출을 통해 시청자의 기대를 배신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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