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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가> 아이 울리는 ‘복불복’, 제작진 반성해야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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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갖고 싶은 걸 갖지 못한 한 아이는 울었고, 누리꾼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 아이를 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 아이의 나이는 고작 10살. 기대를 벗어난 결과에 실망할 수 있고, 혼자만 소외된다고 느끼면 울음부터 나오는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나이다. 그런 아이에게 “그만 좀 울라”며 손가락질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지적일까? 어쩌면, 시청자의 손가락질은 울음을 터트린 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울게 상황을 만든 제작진을 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21일 방송된 MBC <일밤-아빠어디가(이하 아빠어디가>에서 김성주의 아들 민국이가 또 한 번 눈물을 터트렸다. 멋진 캠핑카가 아닌 텐트에서 잠을 자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자신도 모르게 ‘울컥’한 것이다.

 

 

 

 

이날 방송에서 다섯 아빠들과 아이들은 충남 태안의 갯벌을 찾아 처음으로 맛조개를 잡는 등 다양한 생태체험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맛조개 잡는 방법을 몰라 당황하던 아빠와 아이들은 어느새 방법을 터득하여 저마다 ‘조개왕’으로 거듭나는 등 갯벌체험에 ‘푹’ 빠졌다. 그런데 갯벌체험이 끝난 뒤, 서로 잡은 조개의 양을 비교하여 네 가족은 캠핑카에서, 나머지 한 가족은 텐트에서 자야만 하는 ‘복불복’이 펼쳐졌다. (이 복불복은 사실상 이날 방송의 오점과도 같았다.)

 

결국, 조개를 적게 잡은 송종국과 김성주가 대결을 벌이게 됐고, 두 사람은 코끼리코를 다섯 바퀴 돈 후 신발던지기를 통해 승부를 가렸다. 본격적인 시합에 앞서 연습게임에서 김성주가 계속 성공을 거두자 민국은 아빠의 승리를 직감하며 환하게 웃었지만, 막상 본격적인 대결에서는 송중국이 승리를 가져갔다. 기대에 부풀었던 민국이는 아빠의 실패에 감정을 숨기지 못했고, 속상한 마음과 서러움에 그만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그런 민국이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윤민수가 먼저 나서 민국이를 캠핑카에 재워주기로 약속하면서 이날 캠핑카 ‘복불복’은 훈훈하게 마무리 됐지만, 자꾸만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제작진의 무의미한 복불복에 대해선 한번 쯤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특히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 아빠와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에 있음을 생각해본다면, 누군가를 떨어뜨리거나 ‘벌칙’이 되는 이런 모양새를 갖춘 이런 식의 <1박2일>류 ‘복불복’은 오히려 프로그램에 ‘독’이 되고 만다. 아이들은 사소한 것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그게 다른 아이들과 자신의 ‘승패’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면 지는 아이 입장에선 마음의 상처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날 민국이의 눈물이 그저 떼쓰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아이들 역시 그동안 숙소가 마음에 안들거나 혹은 다른 아이들과의 게임에서 지는 상황에 놓였을 때 민국이와 비슷한 반응을 보인곤 했다. 이는 특정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민감한 아이들의 감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제작진의 준비 부족에서 발생한 결과인 것이다.

 

어차피 제작진의 ‘복불복’은 결과가 아닌 과정을 위한 ‘복불복’이다. 누가 텐트에서 자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누군가’를 뽑기 위한 아빠들의 게임이 즐거움과 재미를 주기 때문에 ‘복불복’을 진행하는 것이다. 몸 개그를 유발하는 코끼리 코에 집착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때문에 굳이 어느 한 가족에게 텐트 숙박을 강요하기 보다는, 두 가족을 하나의 캠핑카에서 같이 재우는 방법을 마련했어도 상관이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자신들이 왜 ‘복불복’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하고 있는지, 그 이유와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듯 보였다. 일부러 하나의 가족을 다른 가족과 떼어 놓거나, 의도적으로 악조건을 제시하는 등의 ‘차별’은 프로그램의 재미를 살리기는커녕 이날 방송에서처럼 아이에겐 상처를 그리고 시청자에겐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아빠! 어디가?>는 <1박2일>이 아니다. 야외취침과 금식과 같은 벌칙을 고집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아빠! 어디가?>의 특성에 맞는 ‘복불복’을 마련할 수 있다. 그리고 굳이 잠이나 밥을 두고 ‘복불복’을 하지 않더라도, 이날 아빠들의 달리기 시합처럼 소소한 게임으로 프로그램의 잔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제작진은 아이를 울리면서까지 진행해야 할 만큼 지금의 ‘복불복’이 가치 있는 일인지 반성해 봤으면 좋겠고, 시청자 역시 민국에게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손가락질하기 전에, 이제 10살 밖에 안되는 아이에게 욕하는 자신을 먼저 되돌아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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