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야왕 1회: 권상우-수애의 환상조합,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다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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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청와대에 울려 퍼진 한발의 총성. 이야기는 바로 여기서 시작됐다.

 

박인권 화백의 대물 시리즈 3탄 <야왕전>을 원작으로 한 SBS <야왕>이 14일 첫선을 보였다. <청춘의 덫>의 ‘역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야왕>은 퍼스트레이디가 되기 위해 사랑을 버린 주다해(수애)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모든 걸 헌신한 하류(권상우)가 청와대에서 재회하는 장면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유례없는 청와대 압수수색이 시청자에게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주는 찰나, 드라마는 12년 전 두 사람의 아름다웠던 한때를 조명한다.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 몰입도를 높이다

 

<야왕> 1회는 한마디로 정직했다. 원작 <야왕전>의 스토리를 별다른 각색 없이 차용했고, 이야기의 90% 이상을 주다해와 하류 두 사람의 캐릭터 구축에 쏟아 부었다. 주인공 위주의 빠른 이야기 전개 덕분에 시청자의 몰입도는 한층 더 높아졌고, 여기에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 더해지면서 다음 회에 대한 기대감마저 증폭됐다. 전국 시청률 8.0%(닐슨 코리아 기준), <드라마의 제왕>의 낮은 시청률로 인한 시청자 유입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름대로 성공적인 출발이었다.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인연을 맺은 하류와 주다해는 이날 7년 만에 재회했다. 죽은 엄마 시체 앞에서 3일을 버티다 쓰러진 다해를 하류가 발견하여 그녀를 구해 준 것이다. 게다가 하류는 자신의 돈을 들여 다해 엄마의 장례까지 치러줬다. 주다해를 향한 하류의 순애보가 시작된 것이다.

 

 

 

 

하류는 돈이 없어 술집에 나가려하는 주다해를 막아서고, 그녀가 아무 걱정없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바자리 하기로 마음먹었다. 또한 주다해가 대학에 합격하자 그는 대학 입학금과 등록금, 방세를 위해 호스트바에 출근하기로 결심했다. “널 위해 내 모든 걸 줄테니까 넌 내 모든 걸 가져가......” 비극의 전조와도 같았던 하류의 이 한마디에 주다해는 “거절 안하고 다 받을게”라며 앞으로 이들에게 펼쳐진 핏빛운명을 예고했다.

 

역시나 이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릴적 주다해를 성추행하던 그녀의 의붓아버지가 등장하면서 극은 한차례 분위기 전환을 꾀한다. 의붓아버지를 피해 달아나던 주다해가 공포심에 못이겨 의붓아버지를 찔러 죽였고, 그 광경을 하류가 목격한 것이다. 주다해를 위해 모든 걸 주기로 마음먹은 하류니만큼, 아마도 살인죄를 대신 뒤집어쓰거나 아니면 살인을 은폐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싶다.

 

 

 

 

 

뻔한 설정마저 이겨낸 배우들의 호연...권상우와 수애의 재발견

 

한발의 총성으로 시작된 오프닝과 칼로 사람을 찌른 엔딩만으로도 <야왕>이 첫 방송을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제아무리 흥미로운 설정과 이야기를 붙여놔도 이를 풀어내는 배우들의 연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몰입도는 자연스레 떨어지고, 악평에 시달리게 된다. 스토리 못지않게 등장인물의 캐릭터,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력이 중요한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하류와 주다해를 연기한 권상우와 수애의 호연은 <야왕>을 빛나게 해준 또 하나의 성과임에 틀림없다. 전작 <대물>을 비롯하여 이전 작품들에서 발음과 표정연기 지적을 받았던 권상우는 이날 액션연기 못지않게 순애보 멜로도 그의 전매특허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해냈다. 능청스러움이 필요한 코믹연기에서는 뻔뻔함을 더했고, 주다해를 향한 일편단심 순애보 연기에서는 어딘지 모를 슬픈 눈빛으로 애절함을 더했다. 아직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날만큼은 분명 완벽한 하류였다.

 

 

 

수애 역시 권상우에 밀리지 않았다. 극 초반 영부인의 기품이 느껴지는 의상과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시청자를 놀라게 한 그녀는 과거로 돌아간 순간 옅은 화장기를 바탕으로 청순함을 자아냈다. 게다가 냉정하고 딱 부러지는 말투는 가난하고 어렵게 자란 캐릭터에 설득력을 불어넣어주며, 앞으로 하류를 버리고 악녀로 거듭날 그녀의 또 다른 연기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류와 즐거운 한때를 보낼 때에는 천진난만한 소녀의 눈빛을, 의붓아버지에게 쫓길 때에는 공포심에 가득한 표정연기를, 상황에 따라 무수히 변하는 카멜레온 같은 그녀의 연기는 <야왕> 첫 방이후 이 드라마가 호평 받는 가장 큰 이유가 됐다. 수애의 재발견, 앞으로 또 하나의 거물 여배우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은 즐거운 상상마저 해본다.

 

 

 

권상우와 수애의 연기가 뛰어났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이유는 단지 이뿐만이 아니다. 필자가 이 둘의 연기에 가장 큰 점수를 이유는 무엇보다 이 둘의 연기력이 <야왕> 첫 방송에 그려진 몇몇 뻔한 설정을 ‘진부함’이 아닌 ‘익숙함’으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 가거나, 여주인공이 돈을 벌려 술집에 취직하는 장면 등은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드라마에 많이 등장하는 설정이다. 게다가 성공을 위해 사랑을 버리고, 복수를 감행한다는 이 드라마의 핵심 줄거리는 ‘청춘의 덫’ 뿐만이 아니라 여타 많은 드라마에서 우려먹은 소재다. 그런데도 이날 <야왕>에서 보여진 이 뻔한 설정들에서는 결코 식상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며, 추억과 향수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는 그만큼 권상우와 수애가 연기한 하류와 주다해의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이제 본격적으로 주다해를 위해 모든걸 바치는 하류의 이야기와 그런 하류를 배신하고 성공을 쫓는 주다해의 갈등이 펼쳐질 것이다. 사랑과 복수, 어쩌면 너무도 뻔할 수 있는 이 드라마가 기대되는 이유는 역시나 두 배우의 열연이다. 권상우와 수애, 하류와 주다해가 그려낼 2회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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