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안녕하세요>는 누구의 고민이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 경쟁하는 예능프로그램이지만, 때로는 고민 유발자의 비상식적인 모습을 겨루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가령 대출을 받아 게임 아이템을 결재하는 남편, 아내에게 욕설과 막말을 서슴지 않는 신랑과 같은 사연은 대개 패널과 시청자의 공분을 사며 높은 득표를 받는다. 이런 사연을 이기기 위해서는 보다 더 자극적인 소재나 고민이 필요한 법이고, 결국 지난주에 이어 어제 방송까지 2연승을 차지한 ‘여동생 집착 오빠’같은 사연이 방송을 타기에 이르게 됐다.

물론, 여동생에 대한 오빠의 지나친 관심과 사랑의 내막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없으니, 말을 꺼내는 거 자체가 조심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드러난 이 오빠의 행동은 분명 상식적으로 이해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는 여동생을 매일 따라다니거나, 동생이 잘못을 하면 벌 대신 뽀뽀를 강요한다는 점 처남이 될 동생 남자친구에게 뽀뽀를 하지 말라고 각서를 받는 모습에선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게다가 어제 방송을 통해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이 오빠는 동생의 신혼여행까지 따라갔다고 한다. 방송을 보는 내내 불편함과 짜증이 한가득 밀려왔다.

이런 생각이 비단 필자만의 감정은 아닐 터. 방송 후 이 오빠에 대한 시청자들의 우려와 질타, 그리고 거센 비난이 동반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상식이 비상식을 만나면 파열음이 생기는 게 마땅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안녕하세요> 제작진과 이 오빠는 여동생에 대한 자신의 어긋난 집착을 다양성의 관점에서 바라봐 달라고 주문한다는 점이다. (여동생 집착 오빠의 행동이 비상식에 가깝다면, 이를 다양성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제작진의 태도는 정말 몰상식에 가깝다.)

물론,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삶의 방식이 다양하듯 개인의 가치관 역시 그것이 무엇을 지향하든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또한, 비록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도 언론과 방송에서 언급하고 공론화하다보면 그 안에 숨어있는 가치가 재조명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전에 반드시 선행돼야 할 한 가지가 있다. 우선 ‘왜’ 다른지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고, 배경이 있고, 또 그것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있어야 그것은 ‘차별’이 아닌 ‘차이’로써 동등하게 존재할 수 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나 편하고자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까지 다양성의 관점에서 이해한다면, 법과 도덕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이 오빠가 여동생에 과한 집착을 보이는 이유는 여동생이 어렸을 적 아팠다는 점, 그리고 어린 시절 헤어져 살았다는 점 등이 있다. 하지만 그걸로는 이 오빠의 과도한 집착과 소유욕을 이해하기엔 한계가 있다. 여동생의 신혼여행까지 따라가고, 신혼집에서도 같이 살 계획이라는 오빠에게선 동생을 한명의 사람으로 존중하는 이타심이 무엇보다 부족해 보인다.

도대체, 하나의 인격체를 그저 자신의 소유물 정도로 인식하는 오빠의 가치관을 도대체 어떻게 다양성의 과점으로 바라볼 수 있단 말인가! 두 사람을 위해서라도, 아니 이제는 여동생의 남편까지 세 사람을 위해서라도, 정말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녕하세요>에서의 1승이 아닌 전문가와의 상담이라고 생각한다. 불편함과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비상식마저도 다양성으로 포장하기에 앞서, <안녕하세요>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의 초심을 먼저 되돌아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객이 전도돼서 ‘누가 더 비상식적인가’를 겨루는 경연의 장이 되어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