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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결 오연서의 눈물, 결국 결혼은 비즈니스?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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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서 “결혼은 비즈니스”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평생의 동반자를 찾는데 있어 사랑보다는 조건, 낭만보다는 실리가 더 중요해지면서 결혼에 대한 개념 자체가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세상이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고, 경제적 이유로 이혼하는 부부가 늘어나면서 결혼을 현실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랑의 결실이 굳이 결혼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사랑이 결여된 결혼생활이 행복할 수는 없다는 데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결혼을 비즈니스로 인정하는 순간, 우리가 사는 세상의 온도는 아마도 지금보다 몇 도는 더 내려갈 것이다. 여전히 혼인은 ‘인륜지대사’이며, 결혼이란 정말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미래를 함께하겠다는 약속이자 믿음의 표시다. 결혼을 약속하는 그 순간만큼은 순백의 드레스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순수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는 결혼을 너무 가볍게 다룬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아무리 ‘가상’이라는 조건을 붙여도, 결혼을 가상으로 체험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그것은 단지 수많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선보였던 ‘연애버라이어티’ 장르를 조금 더 자극적으로 어필하고 현실적으로 꾸몄을 뿐이다. ‘첫키스’, ‘첫날밤’과 같은 야릇한(?) 미션이 주어져도 실제로 연기자들이 키스를 하거나 밤을 같이 보낼수는 없는 일이다. 그저 가벼운 스킨십을 나누고 함께 침대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며, 카메라 불이 꺼지면 인사를 나누고 다음 스케줄을 위해 각자 갈 길을 떠나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과 ‘리얼’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시청자에게 쫄깃함을 선사해줬고, 선남선녀가 선보이는 알콩달콩한 연애는 대리만족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결혼생활이라기 보다는 그저 청춘남녀의 연애에 가까운 이 프로그램은 가상을 마치 현실로 받아들이게끔 해놓고, 일종의 ‘훔쳐보기’ 심리를 자극하며 그렇게 시즌4까지 이어져왔다.

 

<우결>에 출연했던 연기자들이 사실은 애인이 있었고, 또 스케줄 때문에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심지어 실제로 결혼까지 하는 일이 발생해도 이 프로그램이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적어도 카메라가 ‘가상’이라는 유리벽 안을 비추는 순간에는 모든 것이 용서되고 가능하기 때문이다. 설령 대본에 의한 대사든, 아니면 연기자 개인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설정이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단, 카메라가 ‘가상’이어야 할 유리벽 안이 아닌 그 밖을 비출 때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12일 방영된 <우결>에서 오연서가 눈물을 흘리며 이준에게 자신의 스캔들을 사과하는 장면이 그렇다. 마치 바람을 피운 아내가 혹은 다른 남자를 만난 여자가 남편에게 그리고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처럼 그려진 이날 방송은 <우결> 최근 스캔들에 휘말린 오연서를 구하기 위한 제작진의 의도적인 연출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큰 패착이 되고 말았다.

 

 

 

 

사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오연서와 이장우가 실제로 사귀는 것인지, 아니면 오연서 측이 밝힌 대로 친한 선후배사이일 뿐인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사실 그건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오연서와 이장우가 서로 사귀든, 혹은 사귀지 아니하든, 스캔들이 터짐으로써 <우결> 속 오연서와 이준이 보여주던 애정행각을 지켜보던 시청자의 몰입도가 떨어졌다는 데 있다. 어차피 가상이고, 연기라는 점을 알면서도 시청자가 <우결>속 이 커플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았던 것은 적어도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만큼은 두 사람을 커플로 인정하고, 두 사람을 응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게 비록 금이 간 ‘판타지’라 할지라도, <우결>시청자는 기꺼이 판타지를 즐겼다.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말이다.

 

 

 

 

그런데 이날 방송에서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 밖에서 벌어진 스캔들을 정면으로 다뤘다. 카메라가 가상의 유리벽 안이 아닌 밖을 비춘 것이다. 오연서와 이장우의 스캔들은 ‘현실’이며, 이준과 오연서의 연인 설정은 ‘가상’인데, 이 둘을 동일선상에 놓아 버린 것이다. 이는 자신들이 꾸민 가상의 상황을 마치 실제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시청자에 대한 기만과도 같다. 방송 후 <우결> 시청자 게시판에 비난 글이 폭주한 것은 바로 가상을 현실로 포장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스캔들을 바람 핀 것처럼 묘사하는 제작진의 안일함에서 비롯되었다.

 

 

 

이날 오연서의 눈물을 앞세워 제작진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분명했다. “스캔들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 이준에 대한 오연서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이준도 오연서의 상황을 이해했다. 둘은 서로를 믿었다. 그리고 앞으로 이들은 전보다 더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부부생활을 이어갈 것이다....”

 

방송을 보는 내내 솔직히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스캔들에 상관없이 두 사람을 계속 출연시킬 것이었다면, 이렇게 두 사람이 만나 마치 바람을 핀 연인이 사과하는 것처럼 그림을 만들어 냈어야 하는가 싶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금처럼, 둘은 손을 잡고 포옹을 하고 또 실제 부부처럼 이야기를 나누면 될 일이다. 어차피, <우결>은 가상이니까. 그런데도 굳이 제작진은 오연서가 이준에게 사과를 하고, 이준은 오연서를 믿어주고, 두 사람의 사랑은 변함없다는 사실을 연출함으로써, 가상버라이어티를 리얼버라이어티로 만들려 하는 과욕을 부렸다.

 

이유는 분명하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최근 들어 다시 주목 받기 시작한 <우결>이 단 한 번의 스캔들로 위기를 맞는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을 것이다. 오연서 역시 10년의 무명생활 끝에 빛을 보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방송에서 하차하는 것이 조금은 억울했을지도 모르겠다. 예능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기 시작한 이준도 결국은 마찬가지였을 터. 결국 이날 오연서가 흘린 눈물은 ‘결혼은 비즈니스’라는 사실만 재확인시켜준 셈이다.

 

 

 

 

‘가상’이든 ‘리얼’이든, 혹은 ‘대본’이든 ‘연출’이든 중요한 것은 ‘몰입도’다. 카메라는 유리벽 안을 비추는데 보이는 것은 유리벽 밖이라면, <우결>의 생명력은 끝난 거나 다름없다.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날 오연서의 눈물 해명을 통해 시청자의 마음을 돌리려한 <우결> 제작진이 꼭 현명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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