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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2 김병만, 시청자 배려하는 모습에서 유재석이 보인다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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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에게 여운이 남는 웃음이 진짜 웃음이지요. 남을 비하하고 상처주면서 웃게 하는 웃음은 쓴 웃음밖에 되지 않아요.”

 

이른바 ‘최양락 명언’으로 회자되는 이 말속에는 뜻 깊은 개그 철학이 담겨있다. 바로 ‘개그를 하는 사람’과 ‘개그를 당하는 사람’, 그리고 ‘개그를 지켜보는 사람’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개그이며,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개그는 진정한 웃음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청자 입장에서는 독설과 디스라는 애매한 경계를 줄타기 하며 전달하는 웃음보다는 자신을 낮추고 희생해서 만들어내는 웃음을 부담 없고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시청자가 용인하는 선만 지킨다면 상대방을 깎아 내리면서 만들어내는 개그가 훨씬 만들어 내기 쉽고 또 웃음 전달력도 커 보이는 게 사실이다. 개그맨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아이템인 셈이다.

 

그럼에도 최양락의 명언에 있는 ‘진짜 웃음’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 개그맨들이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그 대표격으로 유재석과 김병만을 꼽는다.

 

 

 

 

유재석이야 '국민 MC'라는 타이틀이 말해 주듯 이미 최고 자리에 올라 있는 개그맨이다. ‘배려의 아이콘’이란 닉네임처럼 그는 늘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웃음을 이끌어 내고, 뭔가 잘 안풀린다 싶으면 스스로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말장난’에도 능숙하고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어느 하나 부족한 게 없다. (여기서 부족한 게 없다는 뜻은 잘하고 못하고의 의미가 아니라 개그로 승화시키는 능력을 말한다.)

 

반면, 김병만은 유재석과는 조금 다르다. 그는 수려한 말솜씨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웃음을 이끌어 내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 대신 그에게는 몸이 있다. ‘만능 재주꾼’이라는 별명처럼, 몸으로 하는 개그와 일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독한 정글에서 생존하는 것을 콘셉트로 하는 <정글의 법칙>은 그래서 김병만에게 맞춤옷과도 같다.

 

 

 

 

김병만은 힘들어도 잘 내색하지 않는 편이며, 어려운 과정을 스스로 이겨내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에게 감동을 안긴다. 그에게 웃음은 감동까지 도달하는데 있어 양념과도 같은 존재로 작용한다. 그래서 김병만이 선사하는 개그에는 억지웃음이 없고, 늘 자연스러움이 뒤 따른다.

 

하지만 유재석과 김병만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바로 시청자를 배려하는 마음가짐이다. <무한도전>과 <런닝맨>처럼 야외 촬영이 많은 프로그램을 중심에서 이끌고 있는 유재석은 늘 촬영 도중 시청자와 마주치곤 한다. 촬영을 방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일일이 시청자를 챙기다 보면 촬영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유재석은 오히려 이런 야외 촬영이 시민(시청자)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이라며, 늘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혹여나 촬영 때문에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겪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며, 알아봐주는 팬들에게는 자세를 낮춰 정성껏 인사하고 또 사인을 해준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장면에서는 늘 시청자에게 이해를 구하는 멘트를 던지기도 한다. 그에게 시청자는 프로그램보다 상위 개념으로 자리한다.

 

 

 

 

지난 19일 방송된 SBS '정글의 법칙 in 시베리아' 편 김병만의 모습에서는 바로 이런 유재석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바로 북극해로 가기 전 만난 네네츠족과의 만남에서였다.

 

이날 병만족은 네네츠족을 만나 순록을 통째로 대접 받는 그야말로 '잔치'를 경험했다. 병만족은 네네츠족의 방식대로 잡은 순록의 배를 갈라 생고기와 피를 마시라는 권유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이제 막 죽은 동물 배에 한가득 고인 피를 떠먹는 모습을 연출해야 했다.

 

정서상 다소 엽기적일 수도 있고, 또 비위에 거슬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병만의 태도는 달랐다. 그는 네네츠족이 건넨 생고기와 피를 입에 가져갔고 여기에는 조금의 망설임이나 어색함이 없었다. 차후 인터뷰에서 그는 "부족이 건넨 음식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바로 배려와 존중의 태도가 묻어나는 대목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순록의 피와 생고기를 먹는 와중에 네네츠족은 병만족에게 보드카를 건냈고, 방송 중에 술을 마시는 장면이 그대로 전파를 타게 됐다. 사실 프로그램 흐름상 전혀 문제 될 게 없는 장면이었다.

 

그런데도 김병만은 “네네츠족의 문화를 따르는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시겠다”며 보드카를 마시기전 시청자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그는 고개를 돌려 보드카를 마시는 예의를 갖췄다. 유재석과 마찬가지로 시청자를 프로그램보다 상위에 둔 평소 마음가짐이 나올 수 없는 행동이었다.

 

 

 

 

사실 네네츠족의 순록피 식음은 채소와 과일이 부족한 시베리아 땅에서 부족한 철분과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부족민들의 생존과 직결된 식습관이다. 만약 김병만이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는 큰 무례로 여겨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김병만은 네네츠족도 배려하고 동시에 시청자까지 생각하는 현명함을 보여준 것이다.

 

 

 

언어 순발력은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이렇게 시청자를 배려하는 모습과 자기를 희생할 줄 아는 정신이야 말로 김병만식 웃음이 아닐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아직까지는 그런 김병만식 개그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날 김병만의 이런 모습에서 유재석을 떠올린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서로 개그 스타일은 다르지만 시청자를 생각하는 마음만은 하나인 최고 개그맨들. 이들이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롱런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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