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예능, 유재석 대상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연말은 연말인가 보다. 각 방송사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각종 시상식과 축제 이야기가 연일 끊이지 않고 흘러나온다. 그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영원한 대상 후보’ 유재석의 수상 여부일 것이다.

올해 역시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에서 고른 활약을 펼친 유재석은 연말 연예 대상 후보 0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또 유재석 이냐”, “벌써 몇 년째냐”는 불만도 새어나오고 있지만,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유재석를 제외하고 올 한해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을 되돌아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에 가깝다.

KBS <해피투게더3>, <나는 남자>, MBC <무한도전>, SBS <런닝맨>을 책임지고 있는 유재석은 여전히 막강한 존재감을 선보이고 있으며, 각 프로그램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만약 연예 대상이 멤버 전원이나 프로그램이 아닌 개인에게 돌아간다고 가정하면, 유재석과 경합을 벌일만한 후보조차 쉽게 떠오르지 않는 실정이다.

몇몇 언론에서는 이런 상황을 개탄(?)하며 ‘너무 뻔하다’고 지적하지만, 사실 진짜 문제는 ‘또’가 아니다. 어차피 1년 동안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이에게 시상하는 상이라면, 몇 번을 받든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소수의 인기 프로그램과 특정 개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새얼굴’을 발굴해내지 못한 각 방송사와 제작진에게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사실, JTBC와 tvN을 떠올려보면, 지상파 예능의 진짜 문제를 마주할 수 있다. 그것은 유재석에게 대상이 돌아가느냐 마느냐의 문제보다 더 중요하며, 현재 지상파 예능이 연말이라고 해서 떠들썩하게 축제를 벌일 때가 아님을 보여준다. 어쩌면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있어 지상파 예능의 생존과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JTBC는 <히든싱어>라는 예능프로그램을 성공리에 안착시킨 뒤 지난해 <마녀사냥>과 올해 <비정상회담>까지 3연타석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마녀사냥> 성공 이후 지상파 토크쇼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19금’ 특집을 마련하며 ‘따라하기’에 나섰고, 마찬가지로 <비정상회담>을 본떠 ‘외국인 예능’ 개발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올 한 해 JTBC와 어깨를 나란히 한 건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 채널 tvN 이었다. tvN은 나영석 PD를 앞세워 ‘꽃보다’ 시리즈를 하나의 브랜드로 키워냈고, 또 최근에는 <삼시세끼>라는 ‘슬로우 예능’을 개척하기에 이르렀다. JTBC와 tvN은 그야말로 예능계의 도전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고, 재미와 공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반면, 지상파는 멤버 교체를 통해 새로운 시즌을 선보이거나 기존에 인기 있었던 프로그램의 포맷을 그대로 유지하는 ‘안전한 선택’에 집중했다. 몇몇 프로그램은 인기 예능을 그대로 모방하는 수준에서 기획하여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고, 또 몇몇 예능은 스타급 MC를 모시고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시청률 참패로 체면을 구겨야 했다.

상황이 이런데, 누가 대상을 받는지가 뭐 그린 대단하단 말인가. 예능판의 주도권을 종편과 케이블에 넘겨준 채 ‘따라하기’라는 오명만을 뒤집어 쓴 올 한해에 대한 전체적인 반성이 먼저지 않을까?

언론 역시 유재석의 대상 수상 여부에만 촉각을 곤두세울 일은 아니다. 안일주의에 빠져 도전을 회피하고, 단기적인 시청률만 바라보며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지 못하는 지상파 예능국의 체질 개선을 위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상의 가치도 더욱 높아질 것이며, 연예 대상 역시 진정한 예능인들의 축제로 거듭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올 연말 각 지상파 방송의 연예 대상은 매년 그랬던 것처럼 ‘집안 잔치’ 혹은 ‘나눠 주기’란 지적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JTBC와 tvN의 약진을 지켜보면서, 부디 지상파 예능 관계자들이 “대상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