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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등교 논란, 주객이 전도된 우리 교육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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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등교 논란이 씁쓸한 이유

 

직장인이 꿈꾸는 게 ‘저녁이 있는 삶’이라면, 아마도 학생들이 꿈꾸는 교육이란 ‘아침이 있는 학교’가 아닐까 싶다. 야근과 회식을 강요하는 조직문화 등으로 인해 법적 퇴근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직장인들처럼 학생들 역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우리나라 학교의 ‘0교시’ 문화(문화라기 보다는 악습에 가깝다)로 인해 아침잠을 줄이고, 아침밥을 거른 채 등굣길에 오르는 게 현실이다.

 

‘0교시’ 폐해는 만만치가 않다. 아침밥을 거르게 되면 한참 성장기에 접어든 학생들의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해서 교육적 효율이 높은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침 시간 꾸벅꾸벅 졸기 일쑤며, 0교시부터 야간 자율학습을 거쳐 자정까지 이어지는 학원수업 등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첫 걸음은 아마도 이 ‘0교시’를 없애는 것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다행인 것은, 교육계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13일 수원시 경기도교육복지종합센터에서 열린 '경기교육사랑학부모회 워크숍'에 참석해 앞으로 9시 등교를 의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0교시 폐지’를 선언한 것이다. 참으로 반길만한 결정이며,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되어야 할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재정 경기교육감의 ‘9시 등교’ 주장이 때 아닌 논란에 휩싸였다. 다름 아닌 일부 학부모가 이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맞벌이 부부 특성상 아이를 일찍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학교 도서관을 일찍 개방하고, 불가피하게 일찍 등교해야 하는 학생들을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는 이재정 교육감의 대안제시에도 불구,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9시 등교’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서울로 빠져나간다거나 혹은 아이 혼자 등교를 하다가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다.

 



 

더 큰 문제는 경기도의 이번 ‘9시 등교’ 결정을 바라보는 언론의 태도다. ‘밀어붙이기’, ‘강행’이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 일부 언론에서는 마치 학부모가 반대하는 문제를 도교육감 혼자 막무가내로 주장하는 거처럼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그 어디에도 이번 ‘9시 등교’ 결정에 있어 중심이 되어야 할 학생들의 의견은 보이지 않는다.

 

언뜻 보면 학부모와 교육감의 대결구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마저도 어딘지 이상해 보인다. 따지자면, 0교시 폐지를 주장해야 할 주체는 학부모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학생들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아침이 있는 학교’를 만들어줘야 할 주체는 다름아닌 이들의 부모들이다. 하지만 그동안 학부모는 우리 자식의 성적이 올랐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리고 더 좋은 대학에 진학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0교시를 묵인해 왔다. 오히려 더 일찍 등교시켜서 더 많은 수업을 받게 하고, 야간에는 학원으로 내몰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학생들에게는 아침도 없고, 저녁도 없고, 밤도 없다.

 

 

 

이재정 교육감은 우리 학생들이 원하기 때문에 이번 9시 등교를 결정했다고 한다. 너무도 당연한 결정이다. 언제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이나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해준 적이 있던가? 9시 등교는 학생들도 원하는 일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 교육에도 득이 되는 일이다. 추진하지 말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이를 먼저 주장했어야 할 학부모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교육이 목적이 아닌 입시가 목적이 되어버린 우리 학교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자아낸다. 이게 정말 찬반으로 나뉘어져 의견을 대립할 만큼 장단점이 뚜렷한 문제인 것일까? 잠을 줄이고 밥도 거르면서 받아야 할 0교시의 종은 대체 누구를 위하여 울리나. 만약 9시 등교를 반대한다면, 이 물음부터 먼저 대답해야 할 것이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연합뉴스 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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