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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 병장 샘은 왜 고개를 숙여야만 했을까?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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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 병장 샘은 왜 고개를 숙여야만 했을까?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 지난 2년간 끊임없이 ‘군대미화’논란에 시달렸던 MBC <일밤-진짜 사나이(이하 진짜 사나이)>가 어느덧 첫 만기 전역자 배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지난해 4월부터 이 프로그램의 초창기 멤버로 활약한 김수로, 서경석, 샘 헤밍턴. 이들은 오는 12월 마지막 입대를 끝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할 계획이다. 병장 계급을 달았으니, 남은 것은 이제 전역뿐. 프로그램 특성상 아주 자연스런 하차라고 볼 수 있다.

 

전역을 코앞에 둔 병장을 흔히 ‘말년병장’이라 부른다. 군대를 경험하지 않은 이들도 이 ‘말년병장’의 파워(?)에 대해선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2년간의 노하우와 꼼수(?)를 동원하여 작업과 훈련에서 열외 받고, 있는 듯 없는 듯 귀신처럼 생활하는 존재. 하지만 말 한마디로 소대원과 중대원 모두를 움직일 수 있는 ‘살아있는 권력’. 모든 군인의 꿈이 ‘말년병장’이란 말도 결코 농담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진짜사나이> 속 멤버들에게서는 이 ‘말년병장’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계급장은 분명 ‘충전이 완료된’ 작대기 4개의 병장계급을 달고 있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과 행동은 병장의 그것이라 하기엔 어딘지 모를 이질감이 느껴진다.

 

가령, 지난 9일 방영된 오뚜기부대 정찰대 편을 보도록 하자. 이날 방송에서는 ‘신병특집’으로 새롭게 합류한 유준상, 임형준, 육성재와 기존 <진짜사나이> 멤버들의 만남이 그려졌다. 이들은 특급전사로 구성된 오뚜기 부대원들과 하나의 분대를 이뤄 훈련을 받았고, 이후 같은 생활관에 배정받았다.

 

함께 훈련을 받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던 따뜻한 분위기는 저녁시간 생활관에서 돌변했다. 군기 빠진 이등병들의 모습에 선임들이 화가나 쓴소리를 내뱉었기 때문이다.

 

 

 

 

오뚜기부대 김태양 상병은 “군인은 군인다울 때 가장 빛나지 않느냐”며, 멤버들의 느슨해진 군기에 대해 지적했고, “이렇게 해서는 정찰대에 먹칠하는 것 밖에 안 됩니다”라며, 방송이 아닌 실제 군인으로서의 자세와 태도를 주문했다.

 

실제로 제작진이 편집을 통해 보여준 몇몇 멤버들의 모습은 선임들로부터 지적을 당해도 뭐라 대꾸할 수 없을 만큼 잘못이 명백해보였다. 헨리와 육성재는 발을 맞춰 이동하는 도중에 계속 수다를 떨며 ‘제식 간 잡담 금지’라는 규율을 어겼고, 개인 정비 시간에도 이등병과 일병이라는 계급에서 벗어난 행동과 말을 보여줬다. 에이스로 기대했던 유준상도 실수를 연발했고, 임형준 역시 군기 빠진 생활태도로 선임들의 지적을 피해가지 못했다.

 

 

 

 

문제는 이제 막 전입신고를 마친 신병이나 아직 일병에 지나지 않는 헨리가 아니다. 병장 계급을 달고 있던 <진짜 사나이> 기존 멤버들 역시 오뚜기 부대 병사들의 ‘군기잡기’에 할 말을 잃고 저자자세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특히 트림을 하며 경례를 했다는 이유로 분대장에게 지적받은 샘 해밍턴은 마치 커다란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경석과 김수로 역시 자신들보다 계급이 낮은 상병이 군기를 잡는 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

 

만약 이들이 간부급에게 혼이 나는 상황이라면 이런 반응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같은 병장과 자신들보다 계급이 낮은 상병이 아니던가. 마치 자신들이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아무 말도 못한 채 숙연한 분위기를 만드는 게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억지 연출’을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다.

 

 

 

역설적이게도 이날 방송은 <진짜 사나이>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등병일 때 선임에게 지적을 받거나 혹은 어려운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헤매는 과정은 분명 재미있지만, 이들이 상병과 병장으로 진급한 후에는 기대해할 만한 그림과 상황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이들이 병장 계급을 달았다고 해서 정말로 병장처럼 말과 행동을 한다면 어떻겠는가. 아마도 초심을 잃었다느니, 병영 악습이라니, 하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들의 하차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겠지만, 만기전역을 하기 전까지 대체 ‘병장인듯 병장아닌 병장 같은’ 이들은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지금처럼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서 병풍으로 전락해야 할까? 아무리 방송이라 해도 그렇지, 말년 병장이 같은 병사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건 정말로 이해하기 어렵다.

 

만약 앞으로도 이럴 거라면 차라리 프로그램을 제목을 ‘진짜 이등병’으로 바꾸는 게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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