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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 여군특집, 공감할 수 있을까?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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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밤-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17일 방영된 특공대 유격훈련 편 말미에 다음 주 24일 방송될 <진짜사나이> 여군특집 예고편이 공개된 것이다. 이날 예고편에 따르면, 멤버들은 조교의 호된 지시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등 초짜 군인의 티를 내며 험난한 군 생활을 예고(?)했고, 이들 중 일부는 강도 높은 훈련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여자도 이렇게 하냐”며 고통을 호소하는 멤버들에게 여군 조교는 외친다. “군인은 여자가 아니다”라고.

 

 

 

 

잠깐 공개된 예고편을 통해 짐작해 보건데,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이 지향하는 바는 명확해 보인다. 여군 역시 남자들 못지않게 힘든 훈련을 소화하며, 또 철저한 사명감과 군인정신으로 무장해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듯 보인다. 기초 군사훈련부터 부사관 교육까지 소화해야 할 멤버들이 겪는 정신적·육체적 고통 및 좌충우돌 적응기는 남자 멤버들이 그러했듯, 웃음과 감동을 이끌어 내는 주요한 장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여군특집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가 생각보다 뜨겁지 않다는데 있다. 오히려 최근 발생한 군대내 사건사고, 여군 장교에 대한 성희롱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여군특집에 대한 냉소적 시각마저 번져가는 모양새다. 남자 멤버들의 군 생활 적응기조차 군대미화 논란에 시달리는 판에 과연 여군특집이 얼마만큼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진짜사나이>가 방송 초창기 ‘일밤’의 구세주로 떠오르며, 일요일 저녁 예능을 평정한 데엔 무엇보다 공감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군대라는 곳은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다녀와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멤버들이 훈련을 받는 모습과 생활관에서 선임들의 눈치를 보는 장면 등은 바로 지난 나의 모습이며, 우리 아들, 형 동생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무런 웃음기 없이 묵묵히 훈련을 받는 모습이 예능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누구나 쉽게 감정이 이입되고 동화될 수 있었기 때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여군은 어떨까.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군에서 복무하는 여성 인력은 장교와 부사관 등 8,900여명 이라고 한다. 전체 군인의 약 4.7%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여군에 복무한 경험이 있거나 혹은 지원예정자를 제외하면, 이들의 군 생활에 공감할 시청자는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군대 내 제식을 비롯해 기초 군사훈련 등은 이미 지난 2년간 <진짜사나이>를 통해 수없이 시청해온 익숙한 패턴이다. 멤버만 여성들로 바뀌었을 뿐, 카메라가 담아내는 장면은 그다지 새로울 게 없을 것이 뻔하다. 아무리 여성 멤버들이 “힘들다”고 울먹인들 그것에 공감할 시청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남자의 경우엔 국방의 의무에 따라 강제적으로 군대에 입대한다. 반면, 장교나 부사관으로 임관하는 여군에겐 강제성이 없다. 이 강제성의 유무야말로 시청자의 반응을 극과 극으로 나뉘게 하는 결정적인 차이가 아닐까 싶다.

 

꽃다운 나이에 군대에 끌려가(?) 힘들게 훈련을 받아야 하는 20대 초반의 군인들에게선 연민과 고마움이라는 감정이 함께 피어난다. 그래서 멤버들이 보여주는 훈련과 생활관에서의 모습에 비록 연출이 가미됐다 하더라도, 이해의 폭이 생겨난다. 그들과 함께 훈련을 받는 일반병사들에겐 어쨌든 분명한 ‘현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과연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입대한 여군들에게도 이런 감정이 생겨날 수 있을까. 그들이 아무리 군인정신과 사명감, 그리고 책임감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최근 군부대 사건사고로 이미 군대에 대한 신뢰가 깨져버린 시청자들의 마음을 붙잡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여군들에게도 나름의 고충은 있을 것이다. 군대라는 조직은 필연적으로 남성 위주로 시스템이 짜여 질 수밖에 없고, 조직문화 역시 남성들의 사고와 문화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똑같은 군인이라 할지라도 여성들이 감수해야 할 불편함은 분명 존재하기 마련이다. 상관의 성추행 등은 그 단적인 예다.

 

결국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이 여자 연예인들의 병영체험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여군의 실상과 고충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공감을 일으키기 어렵다면, 공론화 시킬 수 있는 문제라도 제기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적어 보이기에, 여군특집은 아마도 <진짜사나이>의 발목을 붙잡는 최악의 특집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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