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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 헨리를 바보로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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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꾸려 나가다 보면, 꼭 별난 행동을 하는 사람이 하나쯤 있기 마련이고, 그들은 조직 내 관심을 한 몸에 받곤 한다. 특히, 군대처럼 특수한 환경과 문화를 가진 조직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조직생활에 기본이 되는 규율이나 규범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튀는 모습을 보이거나, 혹은 실수를 연발할 경우, 군대에선 이들에게 ‘고문관’ 혹은 ‘관심병사’라는 낙인을 찍는다. 또 언제든지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 병사라 생각하여, 그들을 특별 관리 대상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속 샘 헤밍턴이나 헨리의 경우가 이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예능적인 재미를 추구하기 위하여 ‘구멍병사’나 ‘군대무식자’와 같은 캐릭터로 포장돼 있긴 하지만, 군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은 군대 내에서 지칭하는 ‘관심병사’와 크게 다를 것 없다. 단지, 그들이 실수를 연발하거나 군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해서만은 아니다. 문제는 샘과 헨리의 실수를 지켜보며 웃음을 터트리는 나머지 멤버들과 일반병사의 웃음 속에서 때때로 군대라는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소수에 대한 다수의 폭력이 스쳐지나가기 때문이다.

 

 

 

 

가령, 지난 1일 방영된 열쇠부대 편만 해도 그렇다. 이날 방송에서 멤버들은 부대원들과 함께 계급별 체력 검정 시간을 갖았다. 개인별로 2분내 윗몸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를 실시하고, 개수에 따라 등급을 부여받는 방식이었다. 이날 헨리는 60개가 넘는 윗몸일으키기를 성공하며 괜찮은 성적을 냈지만, 인정을 받은 횟수는 30여개에 불과했다. 깍지를 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어리둥절한 헨리를 앞에 두고 통제관은 “깍지를 끼지 않으면 무효라는 말 들은 사람 거수”라고 외쳤고, 헨리를 제외한 모든 이가 손을 들었다. 깍지를 낀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을 앞에 두고, 그렇게 모두가 순식간에 헨리를 바보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비록 뒤늦게 일부 멤버가 “헨리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을 것”이라며 두둔했지만, 헨리의 기록은 변하지 않았다.

 

 

 

 

체력 검정 이후 진행된 사격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사격장 내에서는 총구를 전방이 아닌 하늘로 향하게 한다는 것은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기본 중에 기본인 상식이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발포되는 만약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헨리는 다르다. 총구를 어디로 향하게 해야 하는지 모를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이날 방송은 헨리에게 사격장 내에서 지켜야 할 수칙에 대해 교육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그의 총구가 하늘이 아닌 전방을 향하자 화를 내는 교관과 그런 헨리를 보며 당황하는 멤버들의 모습만 그려졌다. 방송은 또 그렇게 헨리를 기본 중에 기본을 모르는 ‘군대 무식자’로 몰아갔다.

 

 

 

샘이 상병이 된 후 그의 ‘구멍병사’ 캐릭터는 온전히 헨리의 ‘군대 무식자’ 캐릭터가 이어받는 느낌이다. 어느 정도 눈칫밥이 생긴 샘은 이제 분위기 파악을 못해 실수를 저지르는 일이 거의 없다. 여전히 체력적인 한계로 인해 가끔 민폐를 끼치기는 하지만, 적어도 멤버들이나 일반 병사들에게 웃음을 살 정도는 아니다. 반면, 헨리는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꾸지람을 듣거나 웃음의 소재로 전락하기 일쑤다.

 

가르쳐줬는데도 실수를 하는 것과, 처음부터 웃음을 만들어 낼 목적으로 상황을 몰아가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그렇다면, 헨리의 ‘군대 무식자’ 캐릭터는 과연 어느 쪽일까. 한국 군대문화에 있어 무지할 수밖에 없는 외국인을 데려다 놓고 그를 ‘무식한 캐릭터’로 만드는 방송은 못내 불편함이 먼저 다가온다. 그게 아니라면, 어쩌면 우리는 다수의 보이지 않는 폭력에 너무 관성화 돼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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