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학습이 대세인가요? 얼마 전에 <‘자살 체험’에 이어 이번엔 총쏘기 체험?>이라는 글을 포스팅한 적이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논개의 충절을 기린다는 의미로 자살체험을 하고, 안보교육 차원에서 총쏘기 체험을 시키는 각종 위험한 체험활동에 대해 우려와 걱정을 해주셨는데요. 이번에는 경남 창원의 한 초등학교가 6·25 전쟁 기념 체험활동을 한다며 전교생에게 주먹밥을 준비해 학교 뒷산으로 피란을 가는 체험을 시키기로 해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17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창원 ㅇ초등학교는 지난 16일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전교생을 대상으로 18일 정규수업 대신 6·25 전쟁 61주년 기념 ‘나라 사랑 전장 체험활동’을 한다고 알렸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전교생들은 18일 아침 9시부터 30분 동안 교실에서 6·25 전쟁 참전용사 동영상을 시청한 뒤, 학교 뒷산에서 ‘전장 체험 산행’을 하게 됩니다. 고학년은 산꼭대기까지 올라가고, 저학년은 중턱까지 갈 예정인데요. 이날 학생들은 주먹밥을 준비해 산에서 먹는다고 합니다.

짜여진 프로그램도 프로그램이지만,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이 이런 교육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너무나 의아합니다.

실제로 가정통신문을 한 학부모는 “남북 분단 상황과 6·25 전쟁의 원인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초등학생에게 주먹밥, 피란 등의 체험을 통해 전쟁 교육을 시키는 것은 잘못된거 같다”고 밝혔습니다.

산에 올라가 주먹밥을 먹고 산을 오르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산을 오르기가 힘들다’, ‘불편하다’ 혹은 ‘공부를 하지 않고 주먹밥을 먹고 노니 재밌다’ 뭐 이정도의 수준이 아닐까요?

어떤 학부모의 경우에는 “아이가 공부하지 않고 학교 뒷산에 놀러가 주먹밥을 먹고 올 것이라며 들떠 있는 모습을 보니 교육의 취지가 의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해당학교 교장은 “막연하게나마 학생들에게 6·25 전쟁 당시의 어려움을 체험해보고 스스로 느끼는 점이 있도록 하기 위해 전장 체험을 기획했다”고 밝혔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지금 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이 전쟁의 어려움을 겪는 것일까요? 그 어려움이라는 것이 굳이 산을 오르는 ‘육체적 고통’이어야 할까요? 전쟁의 어려움을 경험하기 이전에 남북 분단의 상황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가치관의 형성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무자비한 살상과 폭력으로 얼룩지는 전쟁은 굳이 피란이라는 체험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교육으로 가르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오히려 체험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불편함과 짜증을 느낀다면 이는 아이들에게 잘못된 안보관을 심어줄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게 되는 것입니다.

가르쳐야 할 게 있고, 가르치지 말아야 할 게 있습니다. 가르쳐야 하더라도 가르쳐야 하는 순서가 있는 법입니다. 아이들에게 안보의식을 가르치기 위해 총쏘기 체험을 시키거나 6·25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 뒷산에서 주먹밥을 먹게 하는 것은 가르쳐야 할 내용도 아닐뿐더러, 학교 당국이 나서서 시행해야 할 프로그램은 더더욱 아닙니다.

아이들의 올바른 역사의식과 균형잡힌 안보관을 위해 교육 현장에 계신 분들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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