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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다 이순신> 논란을 통해 본 드라마 제목의 중요성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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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2회 만에 KBS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아쉽게도 드라마에 대한 호평이나 연기자들의 열연이 아닌 ‘역사의식 부재’라는 논란에 맞닥뜨렸다. 노이즈 마케팅 측면에서 본다면 이 또한 드라마를 알리는 홍보효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논란의 불거진 이유를 살펴보면 그 문제가 결코 단순하지가 않다. 오히려 캐스팅에 대한 우려를 씻을 만큼 1~2회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드라마 속 캐릭터의 이름으로부터 시작된 ‘이순신 이름 논란’은 제작진에게 있어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결과로 다가온다.

 

우선, <최고다 이순신>이 때 아닌 ‘역사의식 부재’ 논란에 휩싸인 이유는 바로 지난 1~2회 방송에서 나온 몇 가지 대사들 때문이다. 아이유가 연기하는 극중 이순신 캐릭터가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면접관이 그녀에게 “이름이 이순신? 우리 회사 말고 해군에 지원에서 독도나 지키는게 어때요?”라고 말한 부분이 이순신 장군과 독도를 비하했다는 지적이다. 제작진은 극중 이순신(아이유 분)이 면접 보는 과정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해명했으나, 변명 치고는 궁색하기 그지없다.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구한 성웅으로 칭송받는 장군을 단순한 항일 이미지로 빌려온 것도 모자로, 최근 일본의 막무가내 식 주장으로 인해 영토 분쟁(?)이 되어버린 독도까지 빗댄 것은 백번 양보해도 작가와 제작진의 경솔함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비하 논란은 극중 캐릭터인 이순신을 향해 신준호(조정석)가 “100원 짜리”라고 부르는데 서도 불거졌다. 이날 순신은 자신의 이름을 자꾸만 "백 원짜리"라고 비하하는 준호에게 결국 큰소리를 냈다. “학교 안 다니셨어요? 역사시간에 조셨어요? 구국의 영웅 몰라요?”라고 따져 묻는 이순신에 준호는 “그럼 이순신이 백 원짜리지 천 원짜리야?”라고 뻔뻔하게 답했는데, 바로 이 부분이 역사 속 이순신 장군을 비하한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순신 논란을 통해 본 드라마 제목의 중요성

 

사실 이런 논란들은 애초 제작진이 극중 주인공 캐릭터를 ‘이순신’으로 설정하고, 드라마 제목을 <최고다 이순신>으로 정하는 과정에서 한번 쯤 예상할 수 있었던 논란들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시청자들은 특히 역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역사가 더군다나 일본과 연결된다면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통의 역사적 인물도 아닌 ‘성웅’으로 칭송받는 이순신 장군이다. 이름을 빌려오는 것 까진 좋지만 그 이름을 단순히 극적 재미를 위해 사용한다면, 그 후폭풍이야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게다가 KBS는 이미 한차례 드라마 제목으로 인해 큰 홍역을 치룬 바가 있다. 시청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를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로 변경한 전례가 있는 것이다. 당시 시청자와 국어 관련 협회 및 시민단체는 한글 문법을 파괴하는 드라마 제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드라마 제작진과 KBS에 강력 항의했고, “드라마 제목 변경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던 제작진은 결국 드라마 제목을 변경하고 말았다.

 

11일해외유학생 청년단체인 디엔(DN)이 <최고다 이순신>제작진을 상대로 제목사용 금지와 방영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낸 사실은 어쩌면 시작인지도 모른다. 디엔 측의 제목사용 금지 요청을 시작으로 시청자들의 비판이 거세진다면 제작진 역시 해명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실 인기드라마의 경우 제목을 무척 신경 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단순하고 명료한 제목 짓기에서부터 시작해 극중 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에 내세워 친근감을 유도하기도 한다. <제빵왕 김탁구>와 <내 이름은 김삼순>처럼 조금은 유치한 주인공 이름을 아예 드라마 제목으로 사용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내 딸 서영이> 역시 극중 주인공의 이름 ‘이서영’을 제목으로 이용한 경우다.

 

KBS 주말 드라마의 경우 주 시청층이 부모세대며,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드라마를 시청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제작진은 ‘내 딸 서영이=서영이’로 치환되듯, ‘최고다 이순신=순신이’ 각인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굳이 이씨 성만 아니었더라면 ‘순신’이라는 이름은 주말 드라마 주인공에 잘 어울리는 조금은 유치하지만 입에 착 달라붙는 이름이기는 하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나 순신이가 그냥 순신이가 아닌 ‘이순신’이라는데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이순신을 검색하면 이제는 아이유 사진이 먼저 나온다는 지적은 단순한 지적으로 그치기에는 너무도 심각한 문제다. 안 그래도 역사과목이 필수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으로 전락해서, 청소년들의 역사의식이 옅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인 KBS가 역사의식을 흐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꼴이 돼버렸다.

 

 

 

 

차라리 드라마가 극중 캐릭터인 이순신이 극 초반 어려움을 겪다가 끝내 성공을 거둔다는 ‘성장스토리’를 담아낼 것이었다면, 이순신 장군을 긍정적으로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순신 장군 역시 무과에 급제하기 전 낙방을 많이 했다는 점과 임진왜란을 겪는 과정에서 고초를 겪었던 경험이 있는 만큼, 드라마 속 순신이가 이순신 장군을 롤모델로 삼고 냉정한 현실을 꿋꿋이 견뎌내는 설정을 보여줬다면 이런 논란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이번 <최고다 이순신>의 역사의식 부재 논란은 부르기 쉽고 기억되기 쉬운 이름만을 쫓은 제작진의 안일함이 빚어낸 결과라 볼 수 있다. 제작진이 한번 쯤 더 드라마 제목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어땠을 까 싶은 아쉬움이 드는 건 그 때문이다. 굳이 ‘이순신’일 필요가 없음에도 ‘이순신’을 사용했다면, 그 선택에 대한 이유를 보여줬어야 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러지 못했다. 논란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제작진의 몫인 이유다.

 

끝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드라마 제목은 그 드라마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딸 서영이가>가 ‘내 누나 서영이’, ‘내 아내 서영이’가 아닌 ‘내 딸 서영이’였던 까닭은 바로 이 드라마에서는 삼재라는 아버지의 시선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최고다! 이순신>이 정말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번 논란을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변명과 해명이 통하지 않는다면 제목 변경이라는 강수를 둬서라도 시청자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제 아무리 극중 캐릭터 이순신이 성공해서 최고가 된다하더라도 이 드라마는 끝내 최고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부디, KBS가 과거(차칸남자 논란)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기대한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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