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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사랑할 때>, 신세경은 왜 ‘양다리의 아이콘’이 되었나?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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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정 멜로에 불이 붙었다. 8일 방영된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 11회에서 서미도(신세경 분)는 한태상(송승헌 분)과 이재희(연우진 분) 두 남자 모두와 키스를 나누며 위험천만한 로맨스를 선보였다.

 

물론 한태상과의 키스는 애틋하게 그려진 반면, 이재희와의 키스는 강제로 이뤄져 두 키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간 두 남자 사이를 오가며 ‘성공’과 ‘사랑’ 사이에서 방황했던 서미도의 행동과 내면을 비춰볼 때, 이 날 두 사람과 나눈 서미도의 키스는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것 같은 비극의 전조와도 같았다.

 

 

 

 

이날 태상에게 이별까지 고하며 런던행을 고집했던 미도는 자신 역시 태상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는 런던행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태상이 한 발 더 빨랐다. 그는 여자 친구의 꿈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사랑을 2년 뒤로 미루기로 했다. 쿨하게 미도를 런던으로 보내주고, 2년 뒤 한국으로 돌아오면 결혼하자며 멋지게 프로포즈를 신청한 것이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애절한 키스를 나눌 때 까지만 하더라도 이들의 사랑은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이재희가 변수로 등장했다. 이날 태상은 재희에게 미도와 자신의 관계를 밝혔지만, 그럼에도 재희는 미도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는 태상, 미도와 함께 출장을 간 상황에서 태상 몰래 미도에게 강제 키스를 시도했다. 깜짝 놀란 미도가 뿌리치긴 했지만 그동안 재희의 마음을 알고도 냉정하게 거절하지 못했던 그녀가 마음의 동요를 일으킨 건 분명해 보였다. 게다가 미도는 미도는 갑자기 런던행이 취소되자 제일 먼저 한태상을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압력설’이라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재희의 의도적인 강제키스는 앞으로 이 세 사람의 운명을 안개 속으로 이끌고 있다.

 

 

 

 

태상-미도-재희의 삼각관계를 지켜보면, 자연스레 조인성-하지원-소지섭이 출연했던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이 떠오른다.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하지원 역시 신세경처럼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당시 하지원이 맡았던 수정이라는 캐릭터는 재벌 3세 재민(조인성 분)과 가난하지만 열정과 능력이 있는 남자 인욱(소지섭 분)을 오가며 위태로운 로맨스를 벌였다. ‘양다리’라 욕먹을 만도 했지만, 오히려 대중은 그런 수정에 공감했고, 하지원은 성공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 여성의 심리를 잘 표현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흥미로운건 <남자가 사랑할 때> 속 미도 캐릭터 역시 수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신세경에 대한 평가는 하지원의 그것과 사뭇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방송 이후 줄곧 신세경은 ‘어장관리녀’, ‘양다리의 아이콘’과 같은 불명예스러운 별명만 만들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대체 왜 신세경이 연기하는 미도라는 캐릭터는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신세경을 ‘양다리의 아이콘’으로 만들어버린 것일까?

 

 

 

 

신세경이 ‘양다리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이유

 

 

우선, <발리에서 생긴 일> 속 수정과 <남자가 사랑할 때> 속 미도의 캐릭터 차이를 그 이유로 들 수 있겠다. 수정은 인욱과 재민을 사랑하는 남자와 성공을 위한 남자로 철저히 구분했다. 수정이 인욱을 사랑한다는 사실에 의의를 제기할 수 없을 만큼 드라마는 멜로 라인을 잘 교통정리했다. 반면, 미도는 태상과 재희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차라리 돈 때문에 태상을 좋아한다면 한결 이해하기 쉬울 텐데 미도의 모습을 지켜보면 꼭 그런 것 만은 아니다. 그녀에겐 외롭게 살아온 태상에 대한 연민의 감정과 자신을 도와준 고마움, 그리고 그의 순진함에 대한 애정까지 복잡한 감정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좋아하는 재희에게 확실히 선을 긋지 않고 여지를 남겨준다. 유머러스하고 낭만적인 재희와의 관계를 그녀 역시 즐기는 듯 보인다.

 

 

 

 

그러고 보면, 신세경의 이런 캐릭터는 <남자가 사랑할 때>가 처음이 아니다. 전작 <패션왕>에서도 신세경은 영걸(유아인 분)과 재혁(이제훈 분) 사이에서 대체 누구를 사랑하는지 헷갈리게 만들며 시청자를 답답하게 만든 바 있다. 그녀의 이름 석자를 처음 대중에게 어필한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도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이지훈(최다니엘 분)과 자신을 좋아하는 정준혁(윤시윤 분) 사이에서 갈등하며 어장관리녀의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결국 <남자가 사랑할 때> 속 미도 캐릭터는 그동안 신세경이 보여준 드라마 속 답답한 여주인공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줄곧 두 남자에게 사랑받거나 혹은 삼각관계의 중심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는 전형적인 ‘어장관리녀’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랑과 욕망, 현실과 낭만 사이에서 고민하며 충분히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도가 욕을 먹는 이유는 바로 그런 그녀의 모습이 <지붕 뚫고 하이킥>과 <패션왕>처럼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고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끝으로, 눈만 크게 뜨고 “난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표정을 짓는 신세경의 연기 또한 그녀를 희대의 ‘양다리의 아이콘’으로 만든 이유 중 하나이다. 사랑하는 남자가 프로포즈를 해도 눈 만 크게 뜨고, 남자 친구가 아닌 다른 남자가 강제로 키스를 해도 눈만 크게 뜨는 신세경의 연기는 미도라는 복잡한 캐릭터를 표현해 내기에 부족함이 느껴진다. 미도라는 캐릭터는 의외로 욕망에 충실한 캐릭터다.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면서도 꿈과 사랑 사이에서 그리고 현실과 낭만 사이에서 갈등하는 복잡한 내면연기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미도는 현실 쟁취적인 캐릭터를 벗어나 그저 ‘양다리’걸친 ‘나쁜년’에 머물게 될 것이다.

 

본격적인 치정 멜로가 시작된 <남자가 사랑할 때>. 과연 신세경은 ‘양다리의 아이콘’이란 오명을 벗고, 보다 더 입체적인 캐릭터로 거듭날 수 있을까? 한 순간의 강제키스로 인해 ‘순정남’에서 ‘껄떡남’이 되어버린 연우진이 욕을 한바가지 얻어먹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신세경이 이미지변신을 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 않을까 싶다. 그녀의 보다 발전된 캐릭터 소화능력, 그리고 제작진의 보다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기대해 본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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