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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의 역습'이 되어버린 <하이킥3>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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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을 얼마 앞둔 MBC 일일시트콤 <하이킥3-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이 본격적인 '역습'에 나섰다. 그간 꼬인 멜로라인 풀기에 집중하던 것과 달리 최근 들어 주인공들의 '해뜰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며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고 있다.

 


22일 방영된 안내상의 복권당첨과 백진희의 취업성공은 바로 그 대표적인 예. 이날 방영된 <하이킥3> 118회에서는 복권 2등에 당첨돼 특수효과 사업을 다시 시작하는 안내상과 원하던 광고기획사 최종면접에 합격한 백진희의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사이에서 고민하던 백진희가 결국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 취업에 성공한 에피소드에 비하여 며칠 전까지 돈을 빌리기 위해 온갖 굴욕을 감내해야 했던 안내상의 복권당첨에서는 왠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졌다.



 




 

백진희의 역습, '돈'이 아닌 '꿈'


 

우선, 안내상의 가족을 살펴보자. 사기를 당해 동생네 집에 얹혀사는 안내상 가족은 이 시대의 보통 서민가정을 상징한다. 백진희가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청년세대를 대표한다면, 안내상 가족은 치솟는 물가와 대학 등록금, 갈수록 심해지는 경제 양극화에 짓눌리는 보통가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교과서적인 가르침이기는 하지만, 백진희가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적어도 아직 이 시대 청년들이 가슴에 담아야 할 것은 '돈'이 아닌 '꿈'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역습'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남자의 자격-청춘에게 고함2>에서도 나타났듯, 이 시대 청년들은 불안한 미래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행동하고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꿈을 향한 도전은 자칫 현실을 모르는 객기로 치부될 수 있지만, <하이킥3>에서 그동안 보여준 백진희의 캐릭터는 설득력을 부여했다. 변변한 스펙도 없이 오로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무장했던 백진희는 그런 당당한 겉모습과 달리, 늘 화려한 스펙의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주눅 들곤 했다. 특히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비록 넘어질지언정 하고 싶은 일을 향하여 한걸음 떼는 백진희의 모습은 우리에게 '돈' 아닌 '꿈'이라는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들어줬으며, '짧은 다리'의 역습이 시작되는 순간으로 기억에 남았다. 이제 백진희는 남은 5회 동안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이고, 사랑 앞에서도 당당해질 것이 분명하다. 현재로서 이적의 아내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에서 남은 5회 동안 이적과 백진희의 관계를 눈여겨 보는 것도 나름의 관전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안내상의 역습, 왜 로또여야 했을까?


 

하지만 <하이킥3> '주제담당' 중 한 축인 백진희가 설득력을 가지고 한 발 내딛은 것에 비해 안내상의 '하이킥'은 무언가 좀 어설프다. 무엇보다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이 '로또'라는 점이 마뜩잖다.

 

<하이킥3>는 그 제작의도 나타나듯 돈이 정답이고 돈이 가치의 기준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이른바 '루저'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역습과 반전을 기본 줄기로 삼고 있다. 그래서 <하이킥3>의 주제 의식은 짧은 다리를 힘껏 차올리며 이들이 세상을 향한 외치는 한마디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날 방송을 보면 그 세상을 향한 한마디가 마치 "정답은 로또야"라고 외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마저 들었다. 왜냐하면 로또와 같은 복권당첨은 그 확률적인 면에서 누구나 기대할 수 있는 '역습'이 될 수 없다는 점이고, 지나치게 피동적이다. 또한 '돈'이 세상 가치의 기준이라는 현실에 하이킥을 날리기는커녕 그 구조를 너무 쉽게 인정해버렸다는 점에서도 <하이킥3>의 주제의식과도 동떨어져 있다.

 


물론 <하이킥3> 제작진은 1등이 아닌 2등에 당첨되게 함으로써 복권당첨만이 '역습'의 전부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당첨금을 사업자금으로 하여 새로운 시작을 하는 모습만을 그려냄으로써 로또를 진정한 역습을 위한 발판 정도로 한정 짓는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나 '돈'라는 점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200만원을 모으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굴욕을 당하고 심지어 옆집 고등학생인 김지원에게 돈을 빌리던 안내상이 하루 아침에 복권당첨을 통해 처지가 달라지는 것은 역시나 감정이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록 시트콤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복권당첨까지의 과정을 코믹하게 풀어냈다고는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수 없다.

 

 

차라리 지금 운영하고 있는 '안예술'을 통해 기이한 인연을 많이 만나고, 그 '안예술'이 '역습'을 위한 발판이 되었다면 어떨까. 그게 '로또'보다는 더 스토리에 개연성을 부여하지 않았을까.

 

 

'로또가 정답'인 것은 맞지만, 정답이 '로또'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작진은 다른 답을 제시해줬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로또가 정답"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다른 답이 있다는 사실만이라도 전달해줬어야 한다. 그렇지 못했다는 점에서 <하이킥3> 역시 시청자를 배신한 느낌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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