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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제국 1회, 첫 방송을 아쉽게 만든 ‘자극 3종 세트’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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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아니면 제작진의 부담감이 발목을 잡은 것일까.

 

7월 1일 첫 선을 보인 SBS <황금의 제국>이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출발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시청률 역시 8.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 동시간대 방영된 MBC <불의 여신 정이>(10.7%), KBS<상어>(9.4%)에 뒤쳐졌다. 지난해 큰 화제를 모았던 <추적자>의 제작진과 배우가 다시 의기투합한 드라마라 하기엔 아쉬운 ‘성적표’임에 틀림없다.

 

시청자의 평가 또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가로지르는 시대적 배경과 무겁고 진지한 스토리라인으로 인해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배우들의 호연 덕에 몰입도가 높았다는 상반된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여기엔 지난해 <추적자>와는 확연히 달라진 공감코드 역시 한 몫 하고 있다. 절대 권력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추척자>속 손현주의 모습은 이 드라마를 관통했던 부성애 코드와 맞물리면서 전 연령층으로부터 지지를 이끌어 냈으나, <황금의 제국>은 다르다. 재벌집안의 권력다툼과 힘이 없어 가족을 잃고 스스로 괴물로 성장해가는 주인공 장태주(고수 분)의 광기는 주로 40~50대를 겨냥한 느낌이 짙기 때문이다. 1990년대 시작된 정부의 신도시 개발과 1998 불어 닥친 IMF, 그리고 카드 대란과 부동산 광풍이라는 배경 속에서 벌어질 앞으로의 이야기 또한 젊은 층이 공감하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는 만큼, 앞으로 <황금의 제국>이 풀어가야 할 숙제로 보여 진다.

 

 

 

문제는 <추적자>의 잔상을 떨쳐내기 위한 제작진의 노림수가 지나치게 노골적이며 선정적이었다는 데 있다. <추적자>의 제작진과 배우가 다시 모였다는 점은 이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부터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긍정적인 홍보 포인트였으나, 막상 뚜껑이 열린 시점에서는 끊임없이 비교당해야 하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 제작진은 1회 첫 장면부터 약간의 ‘무리수’를 두며, <황금의 제국>만의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자 시도했다. 장태주(고수 분)가 설희(장신영 분)을 이용하여 장관후보자에게 성 접대를 강요하거나, 장신영의 샤워신과 노출이 등장한 것은 극 초반 시청자의 눈을 붙잡기 위한 자극적인 설정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제작진은 장태주가 장관 후보자인 김의원(이원재 분)을 살해하는 장면까지 이어가면서 이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며 노골적인 자극 퍼레이드에 정점을 찍는다.

 

 

 

 

설의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는 장태주의 광기 어린 모습과 그런 태주의 말에 따라 스스로 자수를 하는 설희의 모습은 분명 인상적이었지만, 시계추가 과거로 돌아가면서 시작된 본격적인 이야기와는 다소 동떨어진 사건으로 비춰졌다. 사법고시 1차에 합격할 만큼 수재였던 태주가 자본과 권력 앞에 절망하면서 스스로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더라면, 분명 다른 방식의 연출도 가능했으리라 본다. 성접대와 노출 그리고 살인이라는 ‘자극 3종 세트’가 그저 첫 방송, 첫 장면에서 시청자의 눈을 붙잡기 위한 ‘꼼수’로 느껴진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배우들의 연기력을 뒷받침하지 못한 첫 회의 연출은 그래서 아쉬움이 남지만, 그럼에도 <추적자>라는 드라마 한 편을 통해 ‘괴물작가’라는 닉네임을 얻을 정도로 뛰어난 필력을 보여준 박경수 작가의 힘은 분명 여전했다.

 

자신을 ‘보통사람’이라 강조하던 노태우 전 대통령 정권 하에서 ‘보통사람’이 소외받는 현실을 비극적으로 그려내는 감각이나, “대안이 없으면 지시에 따르라”와 같은 명대사는 이 드라마의 앞날을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물론, 상대 드라마의 선전으로 인해 당분한 시청률 반등이 쉽지는 않겠지만, “4회까지만 봐 달라”고 밝혔던 손현주의 말대로 <황금의 제국>이 앞으로 점점 더 흡입력을 갖춰 나간다면, <추적자>의 신화를 재현 내는 것 또한 결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이야기는 이제 용역업체의 강제 진압으로 인해 아버지를 잃은 태주가 분노의 질주를 이어가면서 자연스레 이 드라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성진그룹과 관계를 맺게 되는 것으로 흘러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마주하게 될 손현주와 고수의 연기 대결은 또 다른 볼거리가 될 테지만,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재벌과 돈을 소재로 과연 제작진이 경제민주화 담론을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이냐 하는 점이다.

 

 

 

 

정치드라마는 많았다. 하지만 <추적자>는 달랐다. 91.4%라는 투표율을 통해 얼마든지 정치권력을 교체할 수 있다는 판타지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재벌드라마는 많았다. 그렇다면 <황금의 제국>은 드라마 속에 등장했던 수많은 재벌이야기와 어떤 차별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4회까지 남은 건 이제 3회. 제작진에게 필요한 것은 자극적 설정을 통해 <추적자>의 잔상을 털어내는 것이 아닌, 바로 기존 재벌이야기와는 다른 <황금의 제국>만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정국을 뒤엎었던 ‘경제민주화’ 담론이 쥐 죽은 듯이 사라져버린 이 현실에서 시청자는 <황금의 제국>이 <추적자>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주길 바라고 있다.

 

3회안에 그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어쩌면 <황금의 제국>은 더욱 험난한 길을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4회라는 유효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을 제작진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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