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나가수>와 <불후의 명곡 2>의 근본적인 차이

대중문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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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대상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비교가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보통 ‘비교’라 함은 둘 이상의 사물을 견주어 그 유사점이나 차이점을 밝히고자 할 때 쓰이는 설명 기법인데요. 비교를 통해 유사점을 밝히고자 할 경우에는 비교 대상 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일반적인 법칙으로 이끌기 위해 주로 사용합니다. 예를 들자면, <시크릿 가든>과 <최고의 사랑>을 비교하며, “<시크릿 가든>에는 김주원이 있고, <최고의 사랑> 독고진이 있듯이 인기 드라마에는 매력적인 남자 케릭터가 존재한다”라고 결론을 내는 것이죠.


 

반대로, 비교를 통해 차이점을 밝히고자 할 경우에는 비교되는 두 사물 중 한 사물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故 전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비교하는 글을 볼 수 있는데, 인터넷에 떠도는 유머 중 ‘노무현은 조중동과 싸웠고, 이명박은 초중고와 싸웠다’ 라든가 ‘노무현은 논란의 진실성이 궁금했고, 이명박은 논란의 배후가 궁금했다’와 같은 비교가 있습니다. 이는 누가 봐도 故 전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이나 인품을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최근, <나는 가수다>와 <불후의 명곡2>를 비교하는 글이 자주 눈에 띄고, 또 얼마 전에는 백제현 씨께서 ‘아부 아닌 안부’로 두 프로그램을 비교하는 트윗을 올려 커다란 이슈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두 프로그램이 가지는 근본적인 차이에 대해 밝혀보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지금이야 숱한 논란을 거치며(지금도 논란 중) 그 폭발성이 다소 줄었다지만, 여전히 MBC의 <나는 가수다>는 현재 방영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가운데 가장 ‘핫’한 프로그램이 아닐까 합니다. <나가수>가 제공하는 가십이야 말할 것도 없거니와 방송전후로 쏟아지는 스포일러성 기사와 대중들의 리액션(칭찬이 되었든, 비난이 되었든)은 근래 들어 보기 힘들었던 현상으로 비쳐집니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비록 <나가수>가 어떤 이유로 질타를 받거나 욕을 먹었다하여도, 지금껏 한번도 출연 가수들의 ‘무대’ 자체에 있어서는 태클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역으로, <나가수> 출연 가수들은 누구하나 자신의 무대를 소홀히 꾸민 적이없으며, 최선을 다해 공연을 준비하여 왔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옥주현 마저도 그녀의 무대를 보면 많은 준비를 하였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많이 준비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나가수> 김범수 무대 <사진철처: imbc>



지금은 볼 수 없게 된 임재범, 김연우, 이소라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처음부터 자리를 지켜온 YB밴드, 김범수 등의 경우에도 그들의 무대를 보면 얼마나 많이 준비하고 또 땀을 흘렸을지 충분히 짐작 가능합니다. 박정현, BMK, JK김동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하게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아니라, 무대를 사랑하고 관객과 호흡할 줄 아는 ‘진짜 가수’임을 느끼게 하는 대목은 바로 이 부분인 것이죠.

 


가수로서, 또 본인 삶의 주인공으로서 희노애락(喜怒哀樂)를 겪어온 그들이기에 그들의 노래에는 그들의 선율에는 그들의 음악은 때로는 드라마가 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영화가 되어 관객들을 울리고 웃게 만듭니다. 그 과정에서 보이는 자신만의 어떤 철학이나 자존감 등은 비록 그것을 ‘아집’이라 비판할 지라도 존중받아 마땅한 부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 정도의 자기 색깔이 없었다면 지금의 위치에 오르는 것 역시 불가능했을 테니까 말이죠.



                      <사진철처: imbc> 
 


KBS의 <불후의 명곡2>가 <나가수>와 비교될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일종의 아이돌 버전이라는 수식어는 처음부터 <불후의 명곡 2> 제작진이 노렸을 부분이었을 테고, <나가수>인기에 힘입어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겠다는 ‘눈에 보이는’ 전략은 ‘COPY’라는 기준이 모호한 방송 프로그램의 특성상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어차피, 어느 정도의 유사한 프로그램은 계속 만들어지고 또 경쟁하는 것이 방송의 자연생태이니까요.

 


그런데, 노래 잘하는 아이돌 멤버가 나와 부르는 노래를 계속해서 <나가수> 출연 가수들의 무대와 비교하는 것에는 이제 조금 염증이 나려 합니다. 보도를 보니, 방송 1회 만에 <불후의 명곡2> 출연자의 절반 이상이 교체된다고 합니다. 탈락자를 선정하는 <나가수>와 달리 우승자를 뽑는 시스템인데도 불구하고 출연자가 교체되는 것은, 바로 출연자의 자진 하차라는 의미인데요.

 


보도를 접하는 순간, ‘이들에게 <불후의 명곡2>의 무대란 하나의 방송 스케줄에 지나지 않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음악 혹은 노래란 스타로 성장해 나가는 하나의 전략과 수단일 뿐, ‘그게 전부는 아니구나’ 라는 점을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물론, 아이돌이라는 문화 현상에는 장단점이 있으며, 그들 역시 오랜 연습생 기간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라다는 사실에 있어서는 박수를 보냅니다. 또한 엔터테이너산업이 하나의 복합문화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아이돌 시스템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한 사회의 문화, 경제, 정치를 고루 고려해야하는 부분이 있어 비판적 접근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노래 잘하는 아이돌에게 노래는 그저 그들이 가지고 누리는 많은 것 중 ‘하나’일 뿐이지만, <나가수> 가수들에게 있어서 노래와 음악은 그들 인생에 있어 ‘전부’였다는 사실입니다.

 


무대를 준비하며 쏟은 땀의 양이 다릅니다.

 

노래를 듣는 관객의 심장 박동수가 다릅니다.

 

살아온 인생이 다릅니다.

 


바로, <나가수>와 <불후의 명곡 2>의 근본적인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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