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개콘 일베논란'에 해당되는 글 1건

  1. ‘개그콘서트’, 또 불거진 '일베논란'...무엇이 문제인가? 14

‘개그콘서트’, 또 불거진 '일베논란'...무엇이 문제인가?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반응형

 

‘개그콘서트’, 또 불거진 ‘일베논란’...무엇이 문제인가?

 

KBS 2TV <개그콘서트>가 또 다시 ‘일베’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1월 렛잇비’ 코너에서 일베 합성사진으로 물의를 일으킨 지 불과 2개월 만이다. 이번에는 무려 두 개의 코너에서 ‘일베’와의 연관성이 불거지며 논란이 점화되고 있다. 아이디어를 낸 개그맨도, 그리고 콘티작업에 참여하는 작가와 최종 리허설을 통해 코너를 점검하는 PD 등 어느 누구도 이번 논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거 같다.

 

먼저, 방송 직후 ‘김치녀’ 논란이 불거진 ‘사둥이는 아빠 딸’ 코너를 보자. 사둥이 중 여름이란 캐릭터를 연기하는 개그우먼 김승혜는 새해 목표를 묻는 아빠 정태호에게 “꼭 김치 먹는 데 성공해서 '김치녀'가 될 것”이라며, 이어 “오빠 나 명품 백 사줘. 신상으로” 라는 멘트를 던졌다.

 

 

 

 

이야기 흐름상 김승혜의 ‘김치녀’ 발언은 명품을 밝히고 속물근성에 젖어있는 일부 여성을 풍자하기 위해 언급된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 왜냐하면 인터네 상에서 ‘김치녀’는 특정 여성이 아닌 모든 여성을 비하하기 위해서 혹은 혐오와 분노의 감정을 담아 사용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비록 ‘김치녀’라는 용어 자체가 일베에서 파생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최근 지역차별과 인종차별을 일삼는 일베 사용자들이 남녀갈등을 부추기거나 여성 혐오를 위해 주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언급에 있어서 조금 더 신중함을 기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비록 개그 코너라 할지라도 어쨌든 KBS는 공영방송이란 간판을 내걸고 있으니 말이다.

 

만약, 풍자의 의미로 ‘김치녀’라는 단어를 언급할 요량이었다면, 그 대상은 명품백을 밝히는 여성이 아닌, 아무런 근거나 판단기준 없이 모든 여성을 혐오의 대상으로 몰고 가는 ‘김치녀’ 용어 ‘사용자’가 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도 모른 채 그저 인터넷상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다는 점만으로 개그 소재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김치녀’ 발언은 공감은커녕 비난에 직면한 것이다.

 

 

 

 

이날 새롭게 선보인 ‘부엉이’라는 코너 역시 마찬가지다. 기회의도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부엉이’와 ‘추락사’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서 대중은 어렵지 않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베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희화화하기 위해 ‘부엉이’와 ‘추락사’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왜곡해 사용한다.

 

그렇다면, 코너를 구성하거나 진행하는 데 있어 조금 더 신중함을 기했어야 옳다고 본다. 실제로 이 코너는 ‘마빡이’ 이후 <개그콘서트>에서 심심치 않게 보여 온 일종의 몸 개그의 일종이다. 박성호가 박쥐 분장을 해 거꾸로 매달려 있거나, 나무 역할을 하는 개그맨이 계속 팔을 들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 거기에 충실하면 될 일이다. 아무런 맥락없이 갑자기 등산객을 등장시키고, 부엉이의 인도아래 그 등산객이 절벽 아래로 떨어져 추락한다는 이야기는 도무지 이 코너의 흐름과 맞지 않아 보인다.

 

현재 <개그콘서트> 게시판에는 제작진의 사과를 요청하는 시청자의 질타가 줄을 잇고 있다. 굳이 일베와의 연관성을 떠나서라도, 두 코너 모두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장면이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방송됐다는 점에 많은 시청자가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두 코너의 아이디어 회의 참여하고 연기를 펼친 개그맨(혹은 개그우먼)들이 정말로 일베에서 소재를 가져왔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 개연성은 충분해 보인다. ‘확대해석’이란 빌미를 제공하여 일베 논란으로 키운 것은 분명한 제작진의 실수며, 오판이고, 무능력의 산물이다.

 

이번 ‘김치녀’ 논란과 맥락 없는 ‘추락사’가 개그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비난과 질책을 동반한다는 점은 이미 <개그콘서트>가 지향하는 개그코드와 대중의 바라는 웃음포인트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방증에 다름 아니다. 부디, <개그콘서트> 관계자들은 “공감을 얻지 못하는 개그는 장수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개그콘서트> 제작진은 이번 논란과 관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말을 어린이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점에 경각심을 일깨우자는 의도였다"며 "하지만 공영방송에서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는 인터넷 용어를 사용한 것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시청자 여러분의 지적이 있었다.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차후에는 인터넷 용어 사용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글의 무단 도용 및 불펌을 금지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