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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의 서 종영, 결말 논란 속에서 거둔 3가지 성과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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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뭐지?”

 

25일 방영된 <구가의 서> 최종회를 후반부부터 본 시청자는 아마도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았을까 싶다. 왜냐하면 판타지 사극이었던 이 드라마의 장르가 갑자기 현대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2013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복 대신 정장을 차려입고 나온 배우들의 모습에 당황한 시청자도 분명 적지 않았을 것이다.

 

<구가의 서> 제작진이 밝혔던 ‘충격적인 반전(?)’은 다름 아닌 ‘환생’이었다. 조관웅(이성재 분)의 수하가 쏜 조종에 맞은 것은 ‘역시나’ 여울(수지 분)이었고, 둘 중 한명이 죽을 수밖에 없다는 도화커플은 잔인한 운명을 피해가지 못했다.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남기고, 그렇게 여울은 강치의 곁을 떠났다. 홀로 남은 강치는 함께 늙어갈 누군가를 다시 만나기 전에는 당분간 신수로 지낼 것임을 밝혔고, 제작진은 언젠가 두 사람이 다시 재회할 것임을 암시했다.

 

 

 

 

불로불사의 몸을 가진 강치는 혼자서 422년이라는 시간을 보냈고, 2013년 서울, 초승달이 뜨는 복숭아나무 아래서 강치와 여울은 다시 운명적으로 만났다. “다시 만나게 되면 그 땐 내가먼저 널 알아볼게. 내가 먼저 널 사랑할게….” 여울을 떠나보내며 다짐했던 강치는 여울을 한눈에 알아봤고, 여울 역시 강치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해피엔딩이었고, 나름 신선(?)한 결말이었다.

 

하지만 ‘환생’이라는 반전 결말에 집작한 나머지 그동안 이 드라마를 관통해 온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식은 실종됐고, 시청자가 기다려온 조관웅의 몰락 역시 다소 허무하게 그려졌다. 꼭 여울이 죽었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신수를 인간으로 바꿔주는 ‘구가의 서’가 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극이 마무리됐다는 점 역시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비록 결말에 대해선 아직까지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구가의 서>는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었던 월화드라마 전쟁에서 당당히 1위를 고수하며, 숱한 화제를 뿌렸다. 이 드라마 거둔 3가지 성과를 짚어봤다.

 

 

 

 

이승기와 수지의 청춘 멜로…상반기 최고커플?

 

결말에 이르러 극의 균형추가 무너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이승기와 수지가 빚어낸 멜로는 단연 이 드라마가 거둔 최고 성과가 아닐까 싶다. 특히, 그동안 연상의 배우와 호흡을 맞춰 온 이승기는 <구가의 서>에서 처음으로 연하 파트너와 멜로 호흡을 맞춰야했던 까닭에 부담감이 심했을 텐데, 이를 잘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가수’ 이승기가 아닌 ‘배우’ 이승기에 대한 재평가를 이끌어 냈다. 수지 역시 드라마 방영 내내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지만, 적어도 이승기와 함께하는 멜로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비난의 화살을 피해갈 정도로 사랑스러운 여울의 모습을 완벽히 그려냈다.

 

 

 

 

상반기 방영된 드라마 속 커플 가운데 가장 뇌리에 남는 커플은 역시나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송혜교와 조인성 일 테지만, 이승기와 수지는 젊고 풋풋한 자신들의 매력을 뽐내며 송혜교-조인성 커플 못지않은 인상을 남겼다. 코믹과 애절함을 오가며 웃음과 감동을 안긴 이승기와 수지의 커플 호흡은 <구가의 서>가 종영된 이후에도 상당히 오랜 시간 여운으로 남을 것 같은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두 사람이 현대극에서 다시 한 번 만나 호흡을 맞췄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최진혁의 재발견…여심 사로잡은 ‘월령앓이’

 

결말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 그동안 <구가의 서>가 대중적 인기와 함께 작품성에 있어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는 무엇보다 배우들의 호연을 빼놓을 수 없다. 이승기, 수지, 이유비, 유연석과 같은 젊은 연기자에 더해, 유동근, 이성재, 엄효섭, 조성하 등 중년 연기자들의 무게감 있는 연기는 이 드라마를 한층 더 빛내주었다.

 

특히 극 초반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데 이후 중후반 ‘다크월령’으로 돌아온 최진혁은 <구가의 서>가 재발견한 보석 같은 배우가 아닐까 싶다. ‘월령앓이’하는 신드롬을 만들어 낼 정도로 최진혁은 이 드라마를 통해 큰 사랑을 받았고, 그동안 최진혁 이라는 배우에 대해 몰랐던 시청자에게 묵직한 존재감을 남겼다.

 

 

 

 

게다가 서화(이연희, 윤세아 분)를 향한 월령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여심을 사로잡으며, <구가의 서> 흥행에 매우 큰 몫을 했다. 앞으로 최진혁이라는 배우가 걸어 나갈 배우의 길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알 수 없으나, <구가의 서>가 그에게 있어 ‘터닝포인트’가 되었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의 차기적인 벌써부터 기대될 정도로 배우 최진혁은 이 드라마가 남긴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이야기의 힘 확인…구미호 전설과 역사의 콜라보레이션

 

끝으로, <구가의 서>는 드라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이야기의 힘’임을 새삼 증명해냈다. 반인반수 최강치를 통해 구미호 전설을 재해석한데 이어 이순신이라는 실존 인물을 드라마 속에 녹여내면서도 스토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이유야 말로 <구가의 서>의 진짜 경쟁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논란에 휩싸인 결말이 하나의 오점이 될 순 있겠지만, 그동안 <구가의 서>는 판타지 사극이라는 장르의 한계를 오로지 탄탄한 스토리 하나만으로 극복해냈을 만큼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를 보여줬다. 조관웅과 이순신의 대립, 그리고 최강치의 고뇌를 통해 ‘인간다운 삶’에 대해 성찰했고, 구월령과 서화, 그리고 강치에 대한 여울의 절대적 신뢰를 통해 사랑과 믿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전설, 멜로, 역사, 액션 등 다양한 주제의식과 장르가 혼합됐음에도 모든 게 딱딱 맞아떨어지면서, 매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해 주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 드라마는 일본 드라마의 리메이크를 통해 제작의 편이성을 도모하거나, 이른바 ‘막장’이라 불리는 자극적 소재와 식상한 클리셰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엇보다 참신한 이야기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구가의 서>는 톡톡히 보여줬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훌륭한 배우들이 남았고, 또 지난 석 달 동안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를 선물 받았다는 점에서 <구가의 서> 종영이 아쉽지 만은 않을 거 같다. 수고한 모든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기쁜 마음으로 <구가의 서>를 보내주고자 한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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