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그 겨울 7회: 오수를 ‘힐링’시킨 오영의 한마디, 감동으로 다가온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반응형

 

 

오수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도 이제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수는 영이 방에 있는 금고를 털기 위해 거짓말까지 해가며 먼저 집으로 돌아왔지만, 예상보다 일찍 집에 도착한 왕비서에게 그야말로 ‘딱’ 걸리고 말았다.

 

이미 오수가 돈이 필요해 영이 앞에 나타난 사실을 알고 있던 왕비서는 78억을 줄테니 영이 앞에서 사라질 것을 제안했고, 오수는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만약 그 제안을 받아들였더라면, 자신이 가짜 오빠라는 사실을 밝히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왕비서는 오수의 정체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고, 수의 지문을 채취하여 감식에 들어갔다. 필요하다면 영이와의 혈액대조를 통해 다시 한 번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계획도 세웠다. 이에 맞서 오수는 왕비서가 영이의 눈을 방치하여 멀게 만들었다는 심증을 갖고, 그 이유를 파헤쳐나가기로 했다. 왕비서가 저지른 잘못을 밝혀 그녀에게 돈을 뜯어낸다는 계획이다. 28일 방영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7회는 오수와 왕비서 두 사람의 팽팽한 대립이 극에 긴장감을 불어 넣음으로써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 방송 말미에는 오수에 대한 집착으로 그를 감옥에 보낸 진소라까지 등장, 다음회에서는 오수의 진짜 정체가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결국 영이가 받게 될 충격이다. 그녀는 시력을 잃어버린 뒤,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어느 누구도 믿지 않았으며, 삶에 대한 미련도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수를 만난 다음부터 다시 웃기 시작했고,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가고 있다. 만약 오수가 진짜 오빠가 아닌 사기꾼 오수이며, 단지 돈 때문에 자신 앞에 나타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녀가 받을 상처는 지금껏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아픔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를 염두해 두고 이날 방송에서 노희경 작가는 묘수를 하나 마련했다. 바로 ‘가짜 오수’에 대해 영이가 이해할 수 있는 설정을 통해 앞으로 다가 올 상처에 대한 완충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날 엠티를 떠나자는 영의 제안에 수는 영과 함께 눈썰매장에 놀러갔고, 이후 두 사람은 방에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영은 수에게 ‘가짜 오수’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졸랐고, 결국 수는 자신의 입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털어놓게 됐다.

 

 

 

“그 사람 이름의 수자는 나무 수자야. 어릴 때 엄마가 나무 밑에 버렸기 때문이지. 초등학교 때 학교 앞으로 찾아와 엄마가 58,000원을 주고 간 뒤 한 번도 만난 적 없어.” 수는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영이에게 해줬고, 이를 듣던 영은 수가 상처투성이였던 어린 시절 때문에 사기꾼이 된 거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수는 “핑계 좋네. 그놈은 원래 그냥 그런 놈이다. 태생부터 쓰레기 같은 놈이다”라고 자신을 힐난했다.

 

수는 계속해서 자신이 살아온 삶을 영이에게 들려주며 스스로를 비난했다. “여자가 자기 애를 가졌다고 하는 순간 야멸차게 뒤도 안 돌아보고 여자를 버렸다. 그러다 그 놈을 뒤따라 오던 여자가 그만 사고로 죽었다. 그때 나이가 19살이었다. 어쨌든 자기 아이를 가진 여자를 책임지지 못한 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자신에게 화를 냈다.

 

 

 

그런데, 묵묵히 듣고만 있던 영이의 대답이 반전이다. 영은 “네가 뭔데 그 사람을 용서해? 사람이 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용서가 아니라 위로야”라며, 수가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영은 자신이 어릴 적 시력을 잃어버렸을 때도 누군가 위로를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도 그런 사람이 없었다며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녀가 듣고 싶었던 말은 “영이야, 안괜찮아도 돼. 무서워해도 돼. 울어도 돼”였지만, 다들 “괜찮아”, “넌 이길 수 있어”, “항암치료 별거 아니야”라는 말만 했던 것이다. 6살의 영이는 누구한테도 위로받지 못했다.

 

가짜 오수 역시 어린 시절의 자신처럼 위로받지 못했을 거라는 영이의 말에 수는 결국 울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누구도 해 준 적 없었던 이야기고, 아무도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앞못보는 아가씨가 자신의 마음을 꿰뚫고 ‘위로’를 건넨 것이다.

 

 

 

“기억도 못할 나이에 나무 밑에 버려졌고, 처음 본 엄마는 5만8천원 주고 떠났잖아. 게다가 열아홉의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여자를 영원히 잃어버렸는데 아무한테도 위로받지 못했어. 물론 아이를 지키지 못한 것은 큰 잘못이야. 아주 큰 잘못. 하지만 그 사람은 자기도 책임질 수 없었던 열아홉이었어. 그 나이에 자기 인생을 꼭 빼닮을 거 같은 그 아이가 무서웠을 거야…”

 

영이의 이 말에 오수는 아마도 생전 처음 ‘따뜻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스스로를 쓰레기라 부르고 용서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해왔지만, 영은 수에게 용서가 아닌 위로를 건넸다. 수에게 이 보다 더한 치유와 힐링이 있을까. 아마도 수는 앞으로 조금 더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싶다.

 

 

 

이날 수와 영이 나눈 대화는 그동안 늘 사람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견지해 온 노희경 작가 특유의 감성이 잘 묻어난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과거 그녀가 쓴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한 가득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었고, 노희경 작가는 작품을 통해 상처입은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보듬으며 위로하고 또 치유하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내곤 했다. 수와 영 역시 상처 많은 캐릭터다. 이날 노희경 작가는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용서가 아닌 위로임을 확실히 밝혔다. 때문에 앞으로 수의 진짜 정체가 밝혀지더라도, 영은 그런 수를 이해하고 위로할 것이다. 속았다는 배신감에 상처받는 것이 아니라, 그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수의 상처를 치유해 줄 것이다. 영은 이제 6살의 꼬마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어른’이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노희경 작가의 따뜻한 감성이 잘 녹아든 이날 오영의 대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뭉클한 감동을 자아냈고, 특히 상처 많은 오수를 ‘힐링’시켰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았다. 앞으로 수의 정체가 밝혀지겠지만 부디 상처받지 말고, 두 사람이 위로의 힘에 기대 위기를 잘 극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공감하셨다면 구독과 추천을 눌러주세요^^ 글쓴이에게 커다란 힘이 됩니다.^^

아래 손가락 버튼을 꾸욱~^^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