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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대상] 대상보다 뭉클했던 한주완의 개념소감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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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KBS 연기대상은 김혜수의 품으로, 그리고 SBS 연기대상은 이보영의 손에 안겼다. KBS <직장의 신>과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올 한해 화제의 중심에 서며 시청률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수상은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었다. 이는 두 사람의 수상 소감에서도 드러났다. 김혜수는 대상 수상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봤다”고 솔직히 고백했으며, 이보영 역시 눈물과 함께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두 사람은 너무도 ‘강력한’ 수상후보였으며, 이제는 수상자가 되었다.

 

 

 

받을 사람이 받았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는 없지만, 그럼에도 너무도 예상 가능한 수상이었기에 31일 방영된 KBS 연기대상과 SBS 연기 대상은 사실 조금 밋밋한 감이 없지 않았다. 달리 표현하면 감동이 없었다. 인기 드라마에 출연한 스타들은 저마다 인기상이니, 스타상이니, PD상이니, 트로피 하나씩을 기본으로 챙겼으니, 조연상, 우수상, 최우상 등 중복 수상의 영예를 안은 주인공도 여럿 나왔다. 매해 시상식 때마다 지적돼 온 ‘퍼주기 논란’은 올해도 변함이 없었으며, 오히려 시상자들을 앞세워 자사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창조홍보(?)’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손현주의 대상처럼 깜짝 반전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는 ‘싱거운’ 시상식이었으며,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하며 연기를 펼친 수많은 연기자들에게는 조금은 섭섭한 시간이 아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감동이 사라진 시상식에도 훈훈함을 불러일으킨 스타는 존재했다. 바로 이날 ‘개념 소감’ 한마디로 단숨에 호감형 스타로 떠오른 한주완이 그 주인공이다. 이날 K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한주완은 수상 소감 말미에서 “공공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요즘 따라 더욱 애쓰고 계신 아버지들 많이 계시는데, 노동자 최상남 역을 연기한 연기자로서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힘내십시오”라며 ‘뼈있는’ 멘트를 남겼다. 최근 코레일 민영화에 반대하며 길거리로 나섰던 철도 파업 노동자들을 연상시키는 발언이었다.

 

사실, 이날 한주완의 수상 소감이 뭉클하게 다가온 이유는 공개적으로 철도 파업을 지지해서가 아니다. 그의 그런 마음도 물론 훌륭하지만, 오히려 극중에서 자신이 맡은 ‘노동자’라는 캐릭터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노동자’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입에 담을 수 있다는 점이 더 그를 돋보이게 했다.

 

생각해보면, 연예인도 결국은 자신의 몸을 써서 일을 하는 ‘노동자’인데, 우리 사회는 유독 ‘노동자’라는 단어를 꺼내는 데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연예인뿐만이 아니다. 우리 중 90%는 사실 ‘노동자’인데,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란 단어는 무언가 힘들고 고된 일을 하는 부정적인 어감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노동자=노동조합=파업=불법’으로 이어지는 보수언론의 프레임 때문에, 노동조합과 파업이 법에서 보장하는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과 파업을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노동이 무엇인지, 그리고 노동자가 누구이고, 노동권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노동에 대해 가르치고, 노동조합 단체교섭을 실습하는 것이 교육과정에 포함되어있는데, 우리는 이런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자고 주장하면 ‘빨갱이’로 낙인찍힌다. 그러니, 노동조합은 귀족노조고, 시민불편을 야기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그려진다. 결국 ‘노동’과 ‘노동자’라는 단어에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남고, 또 쉽게 꺼내 쓰기 힘든 말이 돼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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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공중파 시상식에서, 그것도 이제 갓 배우의 길로 접어들며 신인상을 수상한 젊은 배우가 ‘노동자’라는 단어를 입에서 꺼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가 거리로 나선 아버지들을 지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그것이 공공의 재산을 지키는 일이고, 둘째는 자신이 노동자를 연기하는 연기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노동자인 사람들이, 또 앞으로 노동자가 될 예비 노동자들이 공공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거기로 나선 사람들을 응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단순히 철도를 떠나서 말이다.

 

감동을 잃어버린 연기대상에서 누구보다 빛났던 한주완의 개념 소감. 앞으로도 노동과 노동자의 가치를 잊지 않는 훌륭한 배우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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