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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당 세광-말숙 커플, 이중적인 시월드에 대한 유쾌한 고발!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시청률 40%를 웃돌며 ‘국민드라마’로 자리매김한 KBS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쿨당)>에는 별다른 갈등이 없다. 스토리의 가장 큰 축을 이루는 방귀남(유준상 분) 실종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 속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이어지기는 했으나, 다른 드라마와 비추어 볼 때 그 갈등의 골은 비교수준이 안된다.


드라마를 이루는 또 다른 뼈대인 차윤희(김남주 분)의 시월드 적응기 또한 갈등이 오래 지속된다기 보다는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로 작용할 뿐, 심각한 갈등구조를 내포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넝쿨당은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깨알같은 패러디, 그리고 대한민국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법한 소재들을 이용하여 드라마 전개에 힘을 높이고 있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막장 스토리나 심각한 갈등구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 바로 거기에 ‘넝쿨당’의 진짜 힘이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심각한 갈등 구조가 없는 만큼 자칫 드라마가 밋밋해질 수 있는 위험도 있다. 하지만 제작진은 드라마 내 유일한 악역, 방말숙(오연서 분)을 통해 그런 밋밋함을 해결하고 극 후반부로 갈수록 세광-말숙 커플의 분량을 늘리면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세광-말숙 커플은 이들에게 일어나는 에피소드나 러브라인만을 놓고 봤을때는 드라마속에서 코믹함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볍고 유쾌하게 그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9일 방영된 넝쿨당 46회분을 살펴보면, 이들 세광-말숙 커플이 단순히 재미를 위한 설정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세광-말숙 커플을 통해 하루 아침에 입장이 뒤 바뀐 두 가족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이중적인 ‘시월드’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엄청애와 한만희는 차윤희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각각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이지만, 말숙이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입장이 뒤 바뀐다. 윤여정이 연기하는 엄청애가 바로 말숙이의 친정어머니가 되는 것이고, 세광의 어머니 역할로 나오는 한만희 캐릭터가 말숙이게는 시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평소 자기 딸이 시댁살이 하는 것에 불만을 느낀 한만희는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여자가 살림만 해야 하냐며 전통적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엄청애를 보수적이며 답답하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날 방영분에서 자기아들이 말숙이와 사귄다는 것을 알게 되자, 여자가 술을 먹고 다니고 성격이 드세다며 말숙이를 며느리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부정한다. 그녀가 비판했던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가치관이 정적 자신의 일로 닥치자 여지없이 시어머니 본색이 드러난 것이다.


엄청애 또한 마찬가지였다. 차윤희를 대할때는 딱딱하고 원리원칙을 따지는 시어머니의 모습이었지만, 자기 딸이 막상 며느리의 입장에 처할 것을 생각하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보수적인 가치관으로 며느리를 평가하느냐며 한만희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의 며느리 차윤희를 대할때와는 180도 다른, 이중적인 잣대가 작용한 것이다.

 

 

 


시월드’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김남주의 모습은 또 어떤가.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집안일에도 신경쓰며, 또 어른들에게도 잘하는 현대 여성의 표본, 차윤희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김남주는 드라마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희생해야만 하는 우리사회 며느리상을 잘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본인이 며느리가 아닌 동생 언니의 입장에서 올케를 받아 들이는 입장에 처하자 그녀의 태도는 완전 뒤바뀐다.

 

 

 

 

이날 말숙이에게 건낸 ‘차윤희 시월드 리스트’를 통해서 알 수 있듯, 차윤희는 말숙이가 세광이와 결혼 할 경우 말숙이를 어떻게 시집살이 시킬 것인가 목록을 만들고 그것으로 말숙이를 협박하기에 이른다. 물론, 겹사돈이라는 복잡한 관계를 피하기 위하여 만들어낸 하나의 설정일 뿐이지만, 동생이 사귀는 여자가 마음에 안 든다고 무조건적으로 연애를 반대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또 다른 ‘시월드’의 표본과도 같았다.


하루 아침에 친정어머니에서 시어머니가, 딸에서 며느리로, 아가씨 입장에서 올케가 되어야만 하는게 우리나라 ‘시월드’의 현주소다. 나에게 있어 친정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시월드’이며, 내가 불편해하는 시댁은 다른 이에게 있어 더없이 편한 친정이 되는 것이다.


엄청애가 차윤희를 구박하면 할 수록 말숙이 역시 한만희와 차윤희에게 구박을 받게 된다.

한만애가 말숙이를 싫어하면 싫어할수록 차윤희의 시집살이는 고달파질 수 밖에 없다. 오직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해결책이 안보이는 법이다.


이날 방영분에서 세광-말숙 커플의 연애가 온 가족에게 알려지면서 대부분 모든 캐릭터의 갑-을 관계가 꼬이게 됐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세광-말숙 커플의 연애를 알기 전과 알고 난 후 판이한 행동 양식을 보였으며, 내뱉는 대사 또한 그전과는 사뭇 달랐다.

 

 

 


자기가 ‘시월드’에 있어 어느 입장에 있느냐에 따라 카멜레온 처럼 변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바로 우리나라 ‘시월드’가 이중적일 수 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거기에 시월드의 갈등을 풀 수 있는 열쇠가 있다. 아무리 며느리가 잘하고 이뻐도 자기 딸만 못한게 시어머니의 마음이라지만, 마찬가지로 자기의 딸 역시 결혼하면 며느리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 드라마는 말숙-세광으로 인해 꼬여버린 족보, 겹사돈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크고 작은 갈등들이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엄청애는 며느리 차윤희를 통해 말숙을 보고 한만희 역시 말숙이를 통해 차윤희를 생각할 것이다. 차윤희는 시어머니를 통해 친정어머니를 떠올리고 말숙이 역시 차윤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종국에는 차윤희와 엄청애가 느끼는 문제가 결국 마음 먹기에 따라 달라지고, 내 입장만 생각할 게 아니라 상대방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게 바로 세광-말숙 커플이다. 이들은 그저 웃긴 커플이 아니다. 우리나라 이중적인 ‘시월드’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동시에 시월드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열쇠와도 같다. 그저 못된 캐릭터로 등장하여 대한민국 모든 며느리의 ‘공공의 적’이 돼버린 말숙이 역시 결혼을 하게 되면 결국 며느리가 될 수 밖에는 이 불편한 진실에 답이 있다.


우리나라 이중적인 시월드를 유쾌하게 고발하는 세광-말숙 커플. 이 두사람을 통해 오늘도 현실 속 ‘시월드’에서 갈등을 겪는 모든 사람이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고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바로 작가의 바람일터니 말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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