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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제왕, 앤서니 킴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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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제왕> 속 앤서니 킴을 보면 떠오르는 인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셰익스피어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장사꾼 샤일록인데요.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입장 따위는 생각지 않으며, 심지어 생명보다 돈을 더 귀하게 여기는 ‘탐욕 덩어리’에 불과한 상인입니다.

 

드라마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사람의 목숨보다 촬영 테잎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거짓말과 배신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앤서니 킴과 샤일록은 크게 보아 그다지 다른 점이 없는데요. 지난 1,2회 방송에서 그려진 앤서니 킴의 모습은 틀림없는 탐욕스런 장사꾼의 모습, 딱 그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앤서니 킴을 보고 있으면 샤일록에게 느껴졌던 분노 대신 오히려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는데요. 지금까지 가장 못된 짓을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앤서니 킴은 결코 미워할 수 캐릭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결코 앤서니 킴을 연기하는 김명민이 드라마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라거나 혹은 때때로 그려지는 코믹적인 설정 때문만은 아닌데요. 6일 방영된 <드라마의 제왕> 2회에 그 답이 있었습니다.

 

 

 

 

이날 앤서니는 퀵서비스 기사를 죽음으로 내몬 책임을 지고 회사에서 쫓겨나게 되었는데요. 그는 평소 자신을 탐탁치 않게 여겼던 방송 관계자들, 회사 직원들, 작가들로부터 철처히 외면 받으며 그야말로 나락에 떨어졌습니다. 새로 만든 회사는 계속해서 부도가 나고, 그는 집을 팔고 월세를 채납할 만큼 바닥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한때 ‘제왕’이라 불렸던 앤서니 킴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삶이었습니다. 이쯤 되면 자존감이 무너지고 패배의식이 정신을 짓눌로 사실상 ‘폐인’이 되기 십상인데요. 앤서니는 여전히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저, 살아있는 도도한 눈빛을 보십시오.)

 

왜냐하면 그에겐 ‘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나락에 떨어뜨린 사람들에 대한 복수심도 있었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다시금 ‘드라마의 제왕’이 되고자 하는 순수한 열정이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순수한 열정은 결국 그에게 천재일우의 기회를 만들어 줍니다. 바로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아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은 길입니다. 우선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3년 전 자신이 쓰고 버린 보조작가 이고은(정려원)의 도움이 절실한데요. 그녀는 당시 앤서니 킴의 거짓말에 속아 드라마 대본을 수정하는 바람에 선배작가들로부터 ‘배은망덕한 작가’로 찍히고 끝내 작가의 인생을 포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만큼 앤서니 킴에 대한 분노가 누구보다 깊은데요. 고은은 함께 작업을 하자고 찾아온 앤서니 킴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하였습니다.

 

반면, 앤서니는 3년 전 고은이 기획한 ‘경성의 아침’이라는 대본을 통해 투자를 약속받기로 한 만큼 그녀가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쉽게 물러설 수 없었던 그는 온갖 감언이설을 앞세워 고은을 설득하려 했으나 이 마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이미 앤서니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 만큼, 고은에게는 어떤 말도 통하지 않았던 것이죠.

 

 

 

 

결국 앤서니는 자신의 솔직한 속마음을 고백하기에 이르는데요. “당신처럼 나쁜 사람과는 일하지 않겠다”는 고은을 향해 앤서니는 “내가 나쁜 사람인 것과 네 꿈이 무슨 상관이냐”며 “날 미워해도 좋아. 하지만 부디 니 인생에 미안해할 짓은 하지마”라고 마지막 말을 건냈습니다.

 

특히, “나중에 딸에게 엄마도 꿈이란 게 있었다”라고 말할 것이냐는 앤서니의 대사가 마음에 와 닿았는데요. “꿈은 추억하는게 아니라 이루라고 있는 것”이라는 앤서니의 말에 결국 고은의 마음도 움직였습니다.

 

 

 

‘드라마의 제왕’이 되는 것, 그리고 그 명성을 유지하는 것. 누군가에게는 거만으로 보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썩은 권력으로 비춰졌을지 몰라도, 그게 앤서니에게는 꼭 이루고 싶었던 꿈이었습니다. 심지어 빈털터리가 된 지금도 앤서니는 그 꿈을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악역이지만 밉지 않았던 이유, 거짓말과 배신마저도 이해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앤서니에게 이런 순수한 열정과 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신의 꿈을 위해 타인을 짓밟거나 누군가를 희생해서는 안됩니다. 그건 탐욕 덩어리 장사꾼 샤일록에게나 어울리는 일입니다.

 

진정한 ‘제왕’이 되기 위해서는 나의 꿈만큼 다른 사람의 꿈을 존중하고, 무엇보다 인간애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지금 앤서니에게 부족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아마도 앤서니 킴은 앞으로 고은을 통해 이 부분을 차츰 배워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탐욕 덩어리 장사꾼이 진정한 드라마의 제왕으로 거듭나는 것이겠지요.

 

다시 한 번 높은 곳에 올라 '드라마의 제왕‘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앤서니 킴. 성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욕심이 ‘탐욕’이 아닌 ‘열정’으로 비춰지고 기억되길 바랍니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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