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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이현도편, ‘라스정신’이 사라졌다!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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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고 갈 건 털고 갑시다”

 

불미스러운 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스타나 이른바 ‘물어뜯을 것’이 많은 연예인이 게스트로 나올 경우 MBC <라디오스타(이하 라스)> MC들은 유독 ‘파이팅’이 넘친다.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굳이 눈물로 해명하거나 아름답게 포장하기 보다는 ‘셀프디스’와 ‘자폭’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그래서 <라스>는 끊임없이 스타의 허물을 들추고 꺼내며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요리한다. MC들의 집요한 공격에 결국 게스트가 두 손을 들고 스스로 자신의 과오를 개그소재로 삼을 때, 비로소 ‘시원하게 털고 가는’ 그림은 완성된다. 다른 토크쇼에서는 볼 수 없는, <라스>이기에 가능한 해명방식인 셈이다.

 

때문에 듀스의 이현도가 <라스> 게스트로 초대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대다수의 <라스>팬은 과연 <라스>가 이현도의 병역문제를 어떤 식으로 건드릴까에 많은 기대를 했을 것이다. 실제로 MC들은 이날 오프닝에서 9년 만에 방송에 나온 이현도를 향해 “오랜만에 나온 첫 예능이 '라디오스타'다. 물어뜯을 게 많은데 괜찮겠냐”라고 물었고, 이현도는 “그래서 섭외한 거 아니냐”며 분위기를 띄웠다.

 

 

 

 

사라진 ‘라스정신’, 라디오스타가 위험하다

 

사실, 이현도에게는 전설의 힙합그룹 듀스의 멤버라는 ‘명’과 더불어 병역기피 논란과정에서 생긴 별명 ‘아르헨도’라는 ‘암’도 함께 존재하고 있었다. 1995년 듀스 해체 이후 이현도가 아르헨티나 영주권을 획득, 군대를 면제받자, 일부에서 그에게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최근 불거진 연예사병 문제만 보더라도, 연예인들의 군대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군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받은 특혜에도 대중정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병역기피 논란을 불러일으킨 과거의 스타를 게스트로 초대한다는 것은 그만큼 <라스>가 어느 정도의 ‘각오’를 단단히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이날 방송 역시 털고 갈 건 시원하게 털고 갈 것이라 믿은 시청자의 예상은 어쩌면 당연한 기대였다.

 

 

 

 

하지만 이날 <라스>는 이현도와 함께 듀스의 팬을 자처한 버벌진트, 뮤지, 하하, 스컬을 게스트로 불러 모아 놓고, ‘듀스’ 헌정 방송을 만들었다. 듀스 예찬론을 펼치고, 이현도를 향한 존경심을 불태우던 게스트들의 모습에서는 마치 KSB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를 보는 듯 한 착각마저 들었다.

 

1990년대 초중반, 듀스가 서태지와 아이들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을 당시의 에피소드, 그리고 이현도의 강한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그의 소심한 성격에 대한 후배들의 증언 등은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그럼에도 이날 방송은 무언가 2% 부족한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바로 이현도에게 따라 붙은 ‘아르헨도’에 대한 속 시원한 해명이 없었고, MC들이 이를 전혀 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현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고, 대중이 관심을 갖는 병역 의혹에 대해서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는 점은 최근 ‘위기론’에 휩싸인 이 프로그램의 현주소를 보는 듯 했다. 적어도, 2001년 3월 개정·발효된 병역법시행령에 따라 병역의무를 마치지 않은 국외 이주자 출신 연예인과 운동선수, 예술인 등이 영리 활동을 목적으로 연간 60일 이상 국내에 체류할 경우 병역의무를 부과하도록 규정했다는 점을 언급해 주거나, 이현도가 아르헨티나 영주권을 획득한 시기는 병역법 개정 이전에 이뤄졌다는 점을 짚어줬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현도를 둘러싼 병역 의혹이 털고 가야 할 ‘흠’이었는지, 혹은 잘못된 사실 전달로 인한 ‘오해’였는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연예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바로 이를 바라보는 ‘대중정서’다. 법적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그럼에도 대중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어뜯을 게 많은데 괜찮겠냐?”고 한껏 분위기를 띄워 놓고는, 결국은 핵심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끝나 버린 이날 방송에서 ‘라스 정신’이 사라졌음을 느꼈다면 너무 지나친 해석일까.

 

<무릎팍 도사>마저 폐지된 이 상황에서 과연 언제까지 <라스>가 “다음 주에 만나요”를 해맑게 외칠 수 있을까. <라스>를 즐겨보는 한 명의 시청자입장에서 이 프로그램의 앞날이 심히 우려된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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