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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프린스>, <라디오스타>에게 배워라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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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는 양면성을 가진 프로그램이다. 시시껄렁한 농담으로 시작해 원초적인 웃음을 선사해줄 때가 있는가 하면, 또 어느 때는 ‘고품격 음악방송’이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무기로 과감히 웃음을 포기한다. 그리고 웃음이 떠난 빈자리는 어느새 감동의 여운이 ‘슥~’ 하고 차지한다.

 

한동준, 박학기, 홍경민, 조정치가 게스트로 초돼 된 30일 방송 ‘김광석의 친구들’ 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근황토크에서 주고받은 간단한 농담을 빼고 나면 이날 방송은 사실 평소의 <라스>라고 보기엔 어딘지 어색할 만큼 분위기가 많이 진지했다. 규현의 독설도 실종됐고, 유세윤의 상황극도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진지함은 지루함 대신 집중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고, 시청자들의 가슴 한 켠을 ‘찡’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렸다. 바로 故 김광석 씨의 음악이 갖는 힘이었고, <라스>라는 이 특별한 토크쇼가 갖는 매력이었다.

 

 

 

라스의 힘은 음악을 대하는 진정성에서 나온다

 

“그의 음악은 우리의 삶 길목, 길목 곳곳에 흔적이 남아있다”는 박학기 씨의 말처럼 故 김광석 씨의 노래와 음악은 그가 세상을 떠나고 한참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어떤 힘이 있다. 그건 단지 그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세대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그를 모르는 세대에게도 그의 음악은 사랑받는다. 명곡의 힘이다.

 

이날 <라디오스타>가 커다란 폭소 없이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는 바로 명곡을 대하는 제작진과 MC들의 자세에 있었다. ‘고품격 음악방송’이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늘 개그소재로 이용해왔던 <라스> 제작진은 적어도 이날만큼은 어떤 음악프로그램 못지않게 故 김광석 씨의 노래를 해부하고, 그의 음악세계를 소개했다. 진정한 고품격 음악방송이었다. 특히 이날 게스트가 무대에 올라 故 김광석 씨의 노래를 직접 부르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로 다가왔다. 마지막을 장식한 박학기 씨가 故 김광석 씨의 영상에 맞춰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서는 <라스>가 예능프로그램인줄도 모르고 빠져들게 됐다.

 

 

 

 

만약 이날 <라스> MC들이 ‘웃음’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면, ‘김광석의 친구들’ 편은 그 흐름이 크게 깨지고 말았을 것이다. 웃음도 아니고 감동도 아닌 어정쩡한 방송으로 그쳤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4MC는 굳이 웃음을 고집하려 하지 않았다. 필요할 땐 농담을 ‘툭툭’ 던지면서도 그 바탕엔 게스트의 말에 귀 기울이고, 故 김광석 씨를 추모하는 마음이 깔려있었다.

 

‘웃음’만이 예능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이날 <라스>가 증명해낸 또 하나의 ‘예능의 정석’이었다.

 

<달빛프린스>, 책을 너무 가볍게 여기지 말라

 

이날 <라디오스타>를 보며 떠 오른 예능프로가 하나 있다. 바로 <달빛프린스>다. <라스>가 음악을 소재로 한다면 <달빛프린스>는 책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두 프로그램은 유사성을 갖는다. 하지만 시청자의 평가나 두 프로그램이 음악과 책을 대하는 태도는 천지차이다. <달빛프린스>는 방송 2회 만에 ‘위기론’을 불러일으켰고, 심지어 MC들도 자신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막 시작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무언가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라디오스타> ‘김광석의 친구들’ 편은 ‘책’을 주제로 색다른 토크쇼의 길을 찾고 있는 <달빛프린스>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음악과 책은 여러모로 공통분모가 많다. 한 가수의 삶을 그의 음악을 통해 엿볼 수 있듯, 책은 저자의 인생이 녹아있기 마련이다. 또한 시대에 따라 유행이나 흐름이 변하더라도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존재한다. 우리는 그걸, 명곡과 명작이라 부른다. 음악과 책 모두 아날로그 정서가 녹아있는 오래된 예술작품이라는 점과 우리의 삶을 소재로 한다는 점도 유사점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라디오스타>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달빛프린스>가 책을 대하는 태도는 확연히 다르다. “책을 소재로 시청률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김수로의 말처럼 <달빛프린스>는 기본적으로 책을 프로그램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책이 담고 있는 세계관을 조명하거나 책의 메시지가 현제 우리가 사는 사회에 어떤 의미로 재해석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책 속에 등장하는 대사 맞추기 같은 퀴즈로 그 책을 이해하려 한다. 심지어 탁재훈을 내세워서는 책을 읽지 않고 읽은 척 할 수 있는 팁을 제시한다. 웃음 강박관념이 빚어낸 참극이다.

 

 

 

물론 <달빛프린스>는 예능프로그램이다. 때문에 웃음을 포기하란 소리는 아니다. 책을 내세웠다고 해서 프로그램을 교양프로그램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날 <라디오스타>처럼 과감히 웃음을 포기하더라도 하나의 메시지만은 분명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솔직히 지난 2회 방송 동안 <달빛프린스>가 ‘개밥바라기별’과 ‘리어왕’을 통해 시청자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했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의 인생을 대입시켜 다른 감정을 느끼듯, 책 역시 마찬가지다. 읽는 사람이 누가 되냐에 따라 책은 상반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책 속에 담긴 유명한 대사나 문구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굳이 방송에서 다룰 필요는 없다. 다만, 게스트가 되었든, MC가 되었든, 그 책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 자신의 삶을 덧붙여 조금 더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

 

음악과 책 속에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이 녹아있다. <달빛프린스>가 조금 더 책을 진지하게 대할 때, 그 안에 숨어있는 기쁨과 슬픔, 분노와 웃음이 나타날 것이다. 부디 책을 웃음을 위한 소재로 가볍게 다루지 않길 바란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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