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무한도전 추격전'에 해당되는 글 2건

  1. 무한도전 뱀파이어 특집, 캐릭터의 함정에 빠진 아쉬운 전개 12

무한도전 뱀파이어 특집, 캐릭터의 함정에 빠진 아쉬운 전개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반응형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캐릭터의 힘이다. 잘 만든 캐릭터는 프로그램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매회 특집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웃음을 이끌어 내고, 멤버들의 조화와 갈등을 부추김으로써 프로그램의 몰입도를 높이는 것도 결국은 캐릭터가 갖는 힘이다. 그래서 프로그램 초창기 제작진과 멤버들은 이 캐릭터 만들기에 집중하며, 현재 방영되고 있는 <무한도전>, <1박2일>, <런닝맨> 등 인기 프로그램 내에서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캐릭터가 살아 숨 쉬고 있다.

 

물론 캐릭터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매야 보배인 법. 반복되는 캐릭터는 예측 가능한 구도를 만들어 냄으로써 때로는 식상함을 동반한다. 또 지나치게 캐릭터에만 의존한다면 프로그램의 재미를 반감시키기도 한다. 캐릭터에 몰입하는 것은 좋지만, 거기에만 집착한 나머지 프로그램 전체를 보는 눈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오히려 캐릭터는 프로그램을 살리는 ‘힘’이 아닌 프로그램을 망치는 ‘독’이 될 수 있다. 26일 방영된 MBC <무한도전> ‘뱀파이어 헌터’ 특집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것 역시 멤버들이 지나치게 ‘캐릭터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다.

 

 

 

 

 

무도 ‘벰파이어-헌터’ 특집이 남긴 아쉬움

 

추격전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뱀파이어 헌터’ 특집은 그 내용상 멤버들의 캐릭터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 제작된 측면이 크다. 7명의 멤버 중 한명인 정형돈을 뱀파이어로 심어두고, 멤버들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 자체가 심리전을 유발하는 장치였다.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동맹과 배신이 판을 치게 만들면, 눈치가 없는 캐릭터, 배신 캐릭터, 사기꾼 캐릭터 등 멤버들이 뛰어 놓을 수 있는 마당이 그만큼 넓어지는 것이다.

 

시작은 좋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멤버들은 서로 3개조 나뉘어 뱀파이어를 잡기 위한 힌트 찾기에 들어갔고, 헌터들 사이에 낀 정형돈은 ‘개체 수 늘리기’라는 개별 미션을 부여받고 의도적으로 유재석 팀에 합류,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높였다. 결국 함께 차에 탑승한 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정형돈은 유재석을 뱀파이어로 만들었고, 이후 유재석은 길의 목덜미를 물어 뱀파이어 개체수는 3명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형돈과 유재석은 길의 눈치 없는 캐릭터를 살려주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들이 뱀파이어라는 힌트를 건네줬다. 아무리 시청자가 전지적작가 시점에서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치더라도 저 정도면 눈치를 못 채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그런데 길은 끝까지 두 사람을 뱀파이어로 의심하지 못했고, 결국 제대로 반항조차 못한 채 뱀파이어에게 물렸다. 심지어 길은 눈치를 챘다가 다시 의문을 거두는 장면을 여러번 선보임으로써 자신의 판단보다는 정형돈과 유재석에 이끌리는 모습도 보였다. ‘눈치 없는 캐릭터’를 위한 지나친 작위적인 설정이 아쉬움을 만들어낸 순간이었다.

 

 

 

 

어쨌든 이렇게 뱀파이어가 3명으로 증가함으로써 ‘헌터 vs 뱀파이어’의 대결구도는 4:3으로 팽팽한 균형추가 맞춰지게 됐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무기고에서 만나게 됐다. 먼저 도착한 하하와 정준하가 뱀파이어를 처치할 수 있는 은색 망치를 손에 쥠으로써 다시 한 번 긴장감과 몰입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또 다시 멤버들은 여기서 ‘악수’를 두고 만다. 지나치게 캐릭터에 집착한 나머지 상황판단 능력이 흐려진 것이다.

 

하하와 정준하가 망치를 이용해서 누구든 한번 때려 보자고 합의한 것까진 좋았다. 그런데 이들은 유재석이 의심된다며 한번 때려보자고 해놓고, 만약 유재석이 뱀파이어가 아니면 분량은 누가 책임지느냐는 걱정에 빠졌다. 결국 이들은 분량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길을 제1의 타겟으로 삼았다. 결국 뱀파이어 길은 망치를 맞고 죽게 됐다. ‘뱀파이어-헌터’특집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첫 번째 희생자가 나온 것이다. 추격전의 묘미라 할 수 있는 심리전과 추리를 동반하지 않은 막무가내 식 작전이었다. 그것도 멤버들 가운데 가장 재미없고 분량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길을 타겟으로 삼은 것은 너무도 아쉬운 선택이었다.

 

 

 

 

더 큰 문제는 그 뒤에 이어졌다. 막무가내로 망치를 내리 친 게 하필 뱀파이어이었던 까닭에 길과 함께 차를 타고 온 정형돈과 유재석 역시 정체를 들킬 위험에 처한 것이다. 왜냐하면 뱀파이어는 한 시간에 한 번씩 피를 공급받아야 살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 게임의 룰이었기 때문이다. 설령 그 룰을 모른다 치더라도 당연히 길과 함께 차를 타고 온 정형돈과 유재석이 뱀파이어 의심인물로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하하와 정준하는 노홍철의 사기꾼 이미지를 걸고 넘어지며 노홍철을 뱀파이어라 확신했고, 박명수 역시 게임의 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의 캐릭터에 맞춰 이에 동조했다. 자신을 죽이려는 이들을 피해 노홍철은 유재석과 정형돈의 차에 합승했고, 이로써 ‘뱀파이어-헌터’ 특집은 다음 주를 기약하게 됐다. 본격적인 심리전의 묘미는 다음 주에 이어질게 분명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전개상 아쉬움이 많이 남는 방송임에는 틀림없었다.

 

 

 

앞서 언급했듯, 멤버들이 지나치게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에 몰입함으로써 전체를 보는 눈을 잃어버린 것이다. 최소한 길을 그런 식으로 죽여서는 안됐으며, 길이 뱀파이어로 밝혀졌으면 유재석과 정형돈을 의심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설령 그게 방송 분량을 줄이는 일이 됐든, 아니면 자신의 캐릭터와는 맞지 않는 행동이었어도 그렇게 하는 게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높이는 길이었다. 시청자의 흐름과는 전혀 딴판으로 움직이는 멤버들, 그리고 무척이나 신경 쓴 게 눈에 보이는 갖가지 소품들과 설정들이 멤버들의 억지스러움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고착화된 캐릭터, 새로움 보다는 익숙함, 그리고 틀에 짜인 무난한 전개를 선택한 멤버들의 오판이 빚어낸 결과다.

 

추격전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무한도전>이 선보인 특집 치고는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많이 묻어났던 이번 방송은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생명력이라고 할 수 있는 다섯 글자, 바로 ‘자연스러움’을 떠올리게 했다. 부디, 다음 주 방송에서는 똑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공감하셨다면 구독과 추천을 눌러주세요^^ 글쓴이에게 커다란 힘이 됩니다.^^

아래 손가락 버튼을 꾸욱~^^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