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미래의 선택'에 해당되는 글 1건

  1. ‘미래의 선택’, 이럴 거면 왜 목숨 걸고 타임슬립 했나 2

‘미래의 선택’, 이럴 거면 왜 목숨 걸고 타임슬립 했나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반응형

 

 

 

드라마 속 ‘타임슬립’은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하나는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과거나 미래 특정 시점으로 이동하는 경우고, 또 다른 하나는 자발적 의지로 시간여행을 주도하는 경우다. 전자는 <닥터진>과 <신의>가 대표적인 예고, 후자는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이하 나인)>을 꼽을 수 있다. 최근 방영중인 KBS 월화드라마 <미래의 선택> 역시 본인 뜻에 따라 ‘타입슬립’한 경우다.

 

시간여행을 한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여기엔 스토리의 향방을 결정짓는 매우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바로 ‘과거를 바꿀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다. 특히, 과거로 ‘타임슬립’한 경우 주인공은 필연적으로 역사에 개입하는 문제를 두고 고뇌에 빠질 수밖에 없고, 드라마는 때때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타임슬립’한 경우에 한해서다.

 

오히려 자발적으로 시간여행에 뛰어든 주인공들은 과거를 바꾸기 위해 애를 쓴다. <나인> 속 주인공은 비틀어진 과거를 바꾸기 위해 무려 아홉 번이나 향을 태웠고, <미래의 선택> 속 큰 미래 역시 ‘목숨을 걸고’ 과거로 돌아왔다. 물론 이들이 ‘타입슬립’ 후 취하는 행동과 선택, 결정 등은 역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들이 그렇게 목숨까지 내던지며 시간여행을 하는 건 오직 하나, 바로 자신의 삶(현재)을 바꾸기 위해서다.

 

 

 

 

둘 중에서 작가의 상상력이 보다 더 빛을 발할 수 있는 건 자발적인 ‘타입슬립’의 경우이다. 시간 여행의 시점이 역사 속 특정 시기로 한정되면, 결국 ‘기록된 역사’대로 이야기가 흘러갈 수밖에 없는 만큼, 어떤 획기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타임슬립’이 아무리 판타지에 기반한 소재라 할지라도 역사 자체를 바꾸기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사실, <미래의 선택>이 역사와는 무관한 설정의 ‘타임슬립’을 들고 나왔을 때 기대됐던 건 바로 이 부분이었다. tvN <나인>을 제외해 놓고 보면, SBS <옥탑방 왕세자> , tvN <인현왕후의 남자> , MBC <닥터진> 에 이어 SBS <신의>까지 대부분의 ‘타임슬립’ 드라마는 역사의 한 부분을 다뤄왔고, 그 결과 비슷한 세계관을 선보일 수밖에 없었다.

 

반면 <미래의 선택>은 400~500년 전이 아닌 불과 20~30년 전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인 만큼, ‘역사’와는 무관하게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과거의 조그마한 선택이나 인연이 현재 혹은 미래에 어떤 ‘나비효과’로 나타날지 기대하기 쉽지 않은 만큼 다양한 반전이 가능하고, 나아가 과거-현재-미래를 되짚으며 ‘삶’에 대한 의미까지 전달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한 마디로 정의하면, 역사에 갇히지 않는 보다 진화된 ‘타임슬립’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하지만 방송 3회 만에 8.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꼴찌로 주저앉은 <미래의 선택>은 안타깝게도 진화된 ‘타임슬립’이 아닌 퇴보한 ‘타임슬립’이었다. 왜냐하면 큰 미래가 기껏 목숨 걸고 과거로 돌아온 목적이 다름 아닌 재벌 2세와 결혼해서 팔자를 바꾸기 위해서기 때문이다.

 

아직 드라마 초반인 만큼 숨겨진 사연이 더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타임슬립’의 목적이 신데렐라행 기차표를 끊기 위해서로 한정되자 자연스레 이야기는 멜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으며, 어느새 미래의 나가 과거의 나를 만난다는 신선함조차 사라지고 만 것이다. ‘타임슬립’이 아니어도 무관할 재벌2세와 삼각관계 등이 드라마 전반을 지배하는 구조는 관연 작가의 상상력을 탓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의 특성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흔히 ‘그때 내가 ~했더라면’이라는 가정법을 동원하여 지금과는 달라졌을 내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늘 예측대로 흘러가던가. 제 아무리 ‘미래의 나’가 전지전능한 시점에서 ‘과거의 나’를 컨트롤해도 변수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변수를 얼마나 재치 넘치게 그려낼 것이냐의 문제. ‘타임슬립’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미래의 선택>이 풀어야 할 과제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언론사에 있습니다.>

공감하셨다면 구독과 추천을 눌러주세요^^ 글쓴이에게 커다란 힘이 됩니다.^^

아래 손가락 버튼을 꾸욱~^^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