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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유산, 막장논란에 불 지핀 최악의 전개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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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이 30%의 시청률을 돌파하자 새삼 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주말 안방극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KBS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을 앞지른 것도 모자로, 동시간대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개그 콘서트>의 2배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자 다양한 의미와 분석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비록 30.3%(닐슨코리아 기준)라는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던 38회와 달리 지난 18~19일 방영된 39회, 40회의 시청률은 하락세를 보였지만 <백년의 유산>은 여전히 28~29% 사이를 오가며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이다. 게다가 한번 형성된 시청층이 쉽게 이탈하지 않는다는 주말드라마의 특성과 경쟁 상대라 할 수 있는 <개그 콘서트>의 부침을 생각해본다면, 이 드라마가 어디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는 시청률과는 별개로 극 초반부터 <백년의 유산>에 덧씌워진 ‘막장 논란’을 생각해본다면, 최근 이드라마가 보여주고 있는 스토리 전개에는 아쉬움이 많이 따른다.

 

 

 

 

그나마 민채원(유진 분)에 대한 방영자(박원숙 분)의 엽기적이고 비윤리적인 행태는 말이 안 될 정도의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설정에도 불구, 막장 시어머니 방영자를 그려내는 박원숙의 훌륭한 연기 덕에 시청자의 눈을 붙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이세윤(이정진 분)과 민채원을 향한 김철규(최원영 분)-김주리(윤아정 분) 남매의 과도한 집착 또한 ‘욕 하면서 보는 드라마’의 공식에 맞춰 시청자의 공분을 이끌어 내는 요소로 작용해왔다. 때문에 이 드라마의 성공요소를 분석하는 데 있어 빼 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막장의 힘’임을 부인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다만, 막장 논란과 별개로 <백년의 유산> 자체가 가진 주말드라마로서의 경쟁력을 생각해본다면, 역시 이 드라마가 갖는 ‘재미의 힘’도 빼놓을 수는 없다. 그 ‘재미의 힘’이 상당부분 ‘막장의 힘’에서 비롯됐다 보더라도, 어쨌든 <백년의 유산> 속에는 우리들의 사는 이야기가 녹아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주말드라마는 결국 ‘사는 이야기’다. 시청자는 드라마를 통해 펼쳐지는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또 있을 법한 이야기에 더 집중한다. 아버지의 100억 유산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자식들의 모습이나, 번번이 당하면서도 제대로 된 복수 한 번 못하는 채원에게선 현실 속 소심한 우리의 모습의 겹친다. 어쩌면 채원이라는 캔디 캐릭터가 결국은 국수공장을 일으켜 세우고 개인과 가족의 행복까지 성취한다는 전형적인 스토리일지 모르겠지만, 그녀를 둘러싼 다양한 캐릭터(우리네 일상 속 캐릭터)가 가진 매력은 채널을 쉽게 돌리지 못하게 하는 또 다른 힘임에 분명하다.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더라도, 그리고 어디서 본 듯한 설정들이 어설프게 버무려지더라도, 우리들의 사는 이야기가 녹아있다면 그것은 어느새 ‘공감의 힘’으로 탈바꿈한다. 막장 논란 속에서도 <백년의 유산>이 이만큼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여기에 막장 드라마의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는 ‘출생의 비밀’이 더해지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그리고 아쉽게도 <백년의 유산>은 이제 막 세윤과 채원의 로맨스가 탄력을 받기 시작한 지금 아끼고 아껴왔던 ‘출생의 비밀’ 카드를 꺼내들면서 스스로 막장 논란에 불을 지피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드라마는 그동안 백설주(차화연 분)와 양춘희(전인화 분) 사이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음을 여러 차례 드러냈는데, 세윤과 춘희의 만남에 불같이 화를 내던 설주의 모습을 통해 그 비밀이 세윤과 관계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19일 방영된 40회에서는 설주와 춘희가 자란 보육원 원장수녀의 일기를 통해 그 비밀이 밝혀졌다. 바로 세윤의 친엄마가 춘희였던 것이다.

 

현재 춘희는 채원의 새엄마가 된 상황이며, 세윤과 채원은 결혼을 앞두고 있다. 때문에 세윤과 채원은 남매인 셈이다. 비록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어쨌든 세윤 입장에서는 장모님이 순식간에 엄마가 돼버린 상황이다. 온갖 모함과 함정을 이겨내고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세윤과 채원이 앞날이 험난한 가시밭길일 수밖에 없는 상황, 그리고 그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 ‘출생의 비밀’이란 사실은 결국 이 드라마에 붙은 ‘막장’이란 꼬리표를 끝내 뗄 수 없게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막장의 힘’을 상쇄할 수 있는 유일한 요소는 바로 ‘공감의 힘’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뒤바뀐 아들의 운명’, 그리고 ‘알고 보니 나를 길러준 엄마가 친엄마가 아니었다’라는 식의 이야기는 드라마와 달리 현실에서는 그다지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소재가 아니다.

 

극 후반부 갈등을 고조시키기 위한 설정인지, 아니면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다른 메시지가 숨어 있는 것인지, 아직은 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불륜을 조작하고, 심지어 정신병원에까지 감금하려 했다는 설정에 더해 ‘출생의 비밀’까지 등장함으로써 <백년의 유산>은 어느덧 스스로 ‘막장 드라마의 끝판왕’ 격에 해당하는 위치를 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쉬운 건 막장 논란에도 불구 드라마가 이렇게 성공하고 나면, 이 이후에 만들어질 드라마 역시 이런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차용할 것이란 사실이다.

 

시청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반복되는 ‘출생의 비밀’ 코드. 대체 언제쯤이면 우리는 ‘출생의 비밀’ 없는 드라마를 볼 수 있는 것일까? 시청자의 문제인 것인지, 아니면 방송사의 문제인건지, 이젠 그 이유조차 모를 지경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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