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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드라마 분석②] 막장드라마의 부활이 염려스러운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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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딱 1년 전의 일이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리뷰를 주로 블로깅 하는 필자는 지난해 6월 <막장드라마는 왜 자취를 감췄나?>라는 제목의 글을 포스팅 한 적이 있다. 필자는 이 글에서 드라마 속에서 흔히 등장하던 출생의 비밀이나 비상식적인 캐릭터 대신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꼼꼼한 스토리와 일상의 캐릭터가 극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는 몇몇 드라마에 대한 이유를 분석했다.

 

우선 지난 해 6월 방영됐던 드라마의 면면을 한번 살펴보자. 지난해 6월은 MBC <빛과 그림자> , SBS <추적자> , KBS <빅> 서로 다른 색깔로 월화드라마 경쟁을 펼치던 때였고, MBC <아이두아이두>, SBS <유령>, KBS <각시탈>이 전혀 다른 장르와 주제를 가지고 수목극 전쟁을 주도하던 시기였다. 이 시기 주말 안방극장은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 MBC <닥터진>, SBS <신사의 품격>이 시청자의 눈과 귀를 붙잡고 있었다. 다시 떠올려 봐도 그야말로 골라보던 재미가 있던 시기였다.

 

장르의 다양성에 기반을 둔 이 드라마들은 장동건, 김수로, 김민종, 송승헌, 이범수, 소지섭 등 한동안 안방에서 볼 수 없었던 톱스타들의 귀환과 맞물리면서 완성도 높은 대본과 작품을 유도했고, 그 결과 막장대신 ‘고퀄(높은 퀄리티)’을 자랑하는 명품드라마의 탄생이 줄이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로코'가 대박을 터트리면 너도나도 ‘로코’를, 사극이 잘되면 또 여기저기서 사극만 하던 시절과는 ‘안녕’하고, 이제 안방극장에도 장르와 소재의 다양성에 대한 실험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2013년 상반기 방영된 드라마를 살펴보면 불과 1년 전의 예상과는 크게 엇나가있는 모양새다. 줄을 이을 것만 같았던 명품 드라마는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엔 여전히 출생의 비밀과 재벌 2세의 사랑 이야기가 극의 중심을 좌우하는 소위 ‘막장드라마’ 논란만이 소모적인 논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주중미니시리즈로는 이례적으로 20%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 SBS <야왕>, “막장이 간다”라는 오명을 남긴 MBC 일일극 <오자룡이 간다>, 그리고 3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인 MBC 주말극 <백년의 유산>과 ‘출생의 비밀’을 전면에 내세운 KBS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까지 올해 상반기는 그야말로 막장드라마의 풍년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막장드라마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임성한 작가가 <오로라 공주>를 들고 시청자를 찾아왔다.

 

 

 

 

<오로라 공주>는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각종 막장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는 모양새다. 대체 왜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던 막장드라마는 올해 들어 다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일까. 그 이유를 살펴보자.

 

막장드라마의 부활이 염려스러운 이유

 

사실, 안방극장에서 막장드라마가 꽃피운 시기는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도 막장드라마 하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아내의 유혹>을 필두로, <천사의 유혹>, <수상한 삼형제>, <보석비빔밥> 등이 인기를 끌며 안방극장을 점령했다. 그야말로 막장드라마의 르네상스라 할만한 시기였다.

 

하지만 지나친 우연의 남발, 그리고 진부한 갈등과 스토리가 반복되면서 시청자는 막장 드라마에 회의를 느끼고 시작했고, 이듬해인 2010년에는 막장 드라마가 하나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실제로, 드라마 작가들은 2010년 10대 뉴스 중 하나로 막장 드라마의 추락을 꼽기도 했다.

 

막장 드라마의 추락은 필연적으로 다양한 소재의 장르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했고, 높은 작품성을 바탕으로 제작된 한국 드라마는 한류바람을 타고 일본과 중국, 동남아 국가 곳곳으로 수출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비극은 바로 여기서 시작됐다. 드라마 제작사에서 해외 수출을 염두해 두고 드라마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한류스타 모시기가 치열해졌고, 배우들의 몸값 상승은 물론 드라마 제작비용이 턱 없이 높아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류 드라마의 거품이 빠지면서 해외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자 결국에는 한정된 국내 시장을 두고 수많은 제작사가 이전투구를 벌이는 양상으로 경쟁구도가 흘러가면서 자극성과 선정성으로 무장한 막장 드라마가 부활의 조짐을 보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실험정신과 도전으로 무장한 케이블 드라마가 시청자들로부터 호평 받는 사례가 늘어나자, 지상파에서는 손쉽게 시청자를 묶어둘 수 있는 이른바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제작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동일 패턴으로 진행되는 막장 드라마가 부활하고, 심지어 시청률에서까지 선방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막장으로 막장을 상대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검증받은 작가들의 막장 드라마가 우대받는 상황에서 신인 작가들의 창작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는 드라마 전체의 질적 하락도 우려된다. 막장 드라마의 부활이 염려되는 이유다.

 

 

 

 

또한 드라마 속에서 반복되는 자극적인 설정은 시청자의 정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최근 하나의 경향성을 보이는 막장 드라마의 홍수는 한번 쯤 생각해볼 문제이다. 사람은 강한 자극에 노출되면 이후에는 더 강한 자극에만 반응을 보이는데, 이를 심리학적 용어로 ‘탈감각화 현상’이라고 한다. 드라마속의 자극적인 설정에 많이 노출되게 되면 그 악행을 체화해 실천해 옮긴다거나 모방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탈감각화 현상’이 빚어낸 심각한 사회문제다.

 

흔한 말로 드라마는 그 시대의 세태를 반영하거나 삶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갑자기 막장 드라마가 늘어나는 이유 역시 그만큼 우리의 삶이 자극적인 것만 쫒고 혹은 궁핍해져가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삶이 곧 막장인 상황에서 막자 드라마가 무슨 문제냐고 반론한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보다 나은 삶, 보다 재미있는 드라마를 추구해야 하는 것 아닐까?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결국 막장드라마는 한번 보고 끝나는 ‘소비’재에 불과할 뿐이다. 단순하게 ‘소비’하는 드라마가 아닌,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그런 드라마가 많이 제작되길 소망해 본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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