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좌충우돌 상경기] 3. 술 취해 쫓겨난 그 아저씨는 어디로 갔을까?

살아가는 이야기/일상다반사
반응형




태어나 지금까지, 29년이라는 삶을 살아오며 한 번도 전라도를 벗어나 본적 없는 ‘촌놈’이 2011년 3월, 큰마음 먹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처음 서울 생활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지역 출신들이 그러하듯, 직장생활을 이유로 상경하게 되었습니다. 지역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이곳 서울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다양한 이야기를 <좌충우돌 상경기>에 풀어내도록 하겠습니다.











취업과 동시에 급하게 서울에 올라온 필자는 급하게 방을 얻어 생활을 해나가야 했습니다.

 


먼저 서울에 올라와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도 있고, 또 친척집도 있었지만, 혼자 생활하는 게 더 편할 것이란 생각과 회사에서 가까운 곳에서 지내고 싶은 욕심이 앞서, 결국 고시텔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물론, 지역과는 비교도 안 되는 서울 집값과 출근까지 며칠 남지 않은 시간 탓도 있었습니다. 전세값은 꿈도 못 꿀 정도였고, 월세를 구하려 해도 회사와 가까운 곳의 매물을 찾기가 쉽지는 않았기 때문이죠. 결국 인터넷을 뒤져 고시텔을 계약했는데, 한 달에 40만원이라는 금액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지방에서 대학에 다닐 적에는 기숙사에서 떨어진 4학년 때, 1년간 고시원 생활을 해본 적 있었는데, 한달에 20만원이었습니다. 그나마 서울 고시텔에는 방마다 TV와 냉장고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위안을 삼았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고시텔 생활에서 무엇보다 가장 놀란 점은 고시텔에 묵고 있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생각보다 높았다는 점인데요. 장을 보러 마트에 나갔다 오거나, 공동으로 사용하는 주방을 왔다 갔다 할 때면, 40대 이상으로 추정되는 중년의 아저씨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정말이지 서울은 사람이 많고, 사람이 많다보니 좋은 사람도 많고, 이상한 사람도 많고, 사연 많은 사람도 많은가 봅니다. 50대, 60대로 보이는 아저씨들을 볼 때면, 각자 저마다의 어떤 사정이 있어서 고시텔 생활을 하는 것이겠지만, 나이 들어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모습을 보니 괜스레 마음 한켠이 ‘찡’ 해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었습니다. 퇴근 후 빨래를 돌리기 위해 주방에 들어갔는데, 한 아저씨가 주방 바닥에 누워있었습니다. 가스렌지에는 물이 끓고 있었고, 싱크대 옆에는 라면과 젓가락이 놓여 있었습니다.




 

                               <고시텔 공용 주방>




아마도 라면을 끓여먹기 위해 주방에 왔다가 잠시 잠든 모양이라고 저는 생각했죠. 세탁기를 돌리고 방에 들어와서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졌습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고시텔 주인이 들어온 모양이었습니다.

 



“아저씨, 이러면 곤란하죠. 사람을 놀래키면 어떡해 해요.”

“아..아니...그러니까...”

“게다가 술까지 드시고... 방안에서 음주하시면 안되는거 모르세요?”

“그게 아니고....”

“이러면 안돼요. 당장 나가세요. 당장요.”




전후 사정을 들어보니, 그 아저씨께서는 술에 취해 주방에 잠들어 있었던 것이었고, 다른 누군가가 그 아저씨를 보고 너무 놀란 나머지 신고를 했던 모양입니다. 고시텔 주인은 고시텔의 이미지를 생각하여 그런 식으로 규정에 위반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에 강제퇴실 조치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고시텔 내에서는 흡연과 음주가 금지되며, 그 밖에 다른 몇가지 규정이 더 있습니다.)

 


그 아저씨는 계속해서 무어라 해명을 하는 듯 보였으나, 혀가 꼬여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모양이었고, 고시텔 주인은 계속해서 남은 방값을 환불해줄테니 당장 나가라고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결국, 다음날 나가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사건은 일단락되었습니다.

 


다음날, 빈방을 청소하고 있는 고시텔 주인의 모습을 통해 결국 그 아저씨가 나갔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가족과 연락이 닿았거나 혹은 다른 지인 집으로 들어갔기를 바라보지만, 급하게 살 곳을 찾아야 하니 결국 또 다른 고시텔에 들어가지 않았나 추측됩니다.

 


그 아저씨가 어떤 이유에서 술을 마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곳에서도 잘 살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좁은 방 한칸에 몸을 의탁하며 외롭게 서울 생활을 해나가고 있을 이 시대 ‘고시텔족’ 모두에게 ‘화이팅’을 외칩니다.




구독과 추천을 눌러주시면 글쓴이에게 커다란 힘이 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