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아빠!어디가?’, 시청자 부끄럽게 만든 성빈의 한마디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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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눈은 정확하다’는 말이 있다. 어른들과 달리 이해관계에 사로잡힐 일도 없고, 또 사심에 흔들릴 까닭도 없으니, 무언가를 볼 때 순수하게 그 본질을 꿰뚫어 본다는 의미다.

 

22일 방영된 MBC <일밤-아빠!어디가?>를 본 시청자라면, 아마도 이 말에 다시 한 번 공감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빠와 함께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청사를 방문한 성빈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가 바로 일제시대의 본질을 대변했기 때문이다.

 

 

 

 

이날 성빈은 임시정부청사의 본격적인 관람에 앞서, 일제시대 일본군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시청각 자료를 먼저 접했다. 어쩌면 처음 접하고 어려울 수도 있는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성빈은 독립운동에 대한 설명에 집중했으며, “유관순 누나를 안다”고 말해 아빠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일본군이 저지른 각종 인권유린과 우리민족에 대한 탄압은 어린 성빈의 입장에서 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료를 보던 성빈에게 아빠 성동일이 “옛날에는 정말 저랬다”며 사실을 확인시켜 주자, 성빈은 주저 없이 “나빴다”라고 일갈했다.

 

역시, 아이의 눈은 정확했다. 남의 나라에 멋대로 들어와서 통치권을 빼앗고, 국민들의 인권을 유린하며, 또 자시들의 전쟁에 강제 동원하여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일제의 만행을 “나쁘다”말 대신 어떻게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하느님의 뜻’도 아닐뿐더러, 우리나라 국민들이 게을러서 겪어야 했던 시련은 더더욱 아니다.

 

이날 성빈의 “나빴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아마도 많은 시청자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왜냐하면, 성빈이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 “나쁜 것”조차 쉽사리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사회이며, 그런 사회를 만든 것은 바로 다름 아닌 우리 어른들이기 때문이다.

 

 

 

꼭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할 참혹했던 역사의 한 페이지를 게으른 자국민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이 총리 후보로 나서는 나라. 또 그런 사람을 총리 후보로 지명하는 정권. 언론과 국민들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버티는 그 후보 개인을 탓하기에 앞서, 그런 사람이 총리 후보로 지명될 수 있다는 사실에 먼저 우리 어른들은 모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만약, 10년이 흐르고 20년이 흘러, 지금의 아이들이 어른들이 되었을 때, 대체 지금 어른들은 무엇을 했기에 일제시대를 ‘하느님의 뜻’이라 말하는 사람이 총리 후보로 나설 수 있었냐고 묻는다면, 그때 우리는 과연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지 생각해본다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비록 해야 할 일은 많겠지만, 우선은 부끄럽지 않은 총리부터 인선되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게 급선무인거 같다. 그것은 아마도 성동일-성빈 부녀를 굳이 상하이 임시정부청사까지 데리고 간 <아빠!어디가?> 측의 숨은 제작의도일는지도 모르겠다.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MBC)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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