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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최인혁 교수가 아닌 김희선을 ‘타임슬립’한 진짜 이유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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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 고려무사 최영(이민호)이 데리고 간 의사가 유은수(김희선)가 아닌 최인혁(이성민) 교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최영이 천혈을 타고 ‘타임슬립’한 곳이 하필이면 하늘나라(21세기 대한민국) 강남 한 복판이었기 때문이지, 만약 세중대병원 근처였다면 최영은 아마 의선을 데리고 고려로 되돌아가는데 있어 그다지 힘을 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환자가 있소” 이 한마디면 최인혁 교수는 그곳이 고려든 고구려든 지옥이든 기꺼이 “어서 앞장서라”며 두 팔을 걷어 붙였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최인혁 교수가 ‘타임슬립’ 되었더라면, 임자 커플의 로맨스도 기대할 수 없었을 테고, 은수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 폭탄주를 마시고 꽃을 꺾는 귀연운 악당 기철(유오성)의 모습도 불가했을 것이니, 아쉬움은 이쯤에서 달래야겠다.

 

 

 

 

외과에서 성형외과로 전공을 바꾼 것만 보더라도 <신의>속에서 김희선이 연기하는 유은수라는 캐릭터는 사실 의사로서의 사명감이나 자존감이 그리 크지 않다. 유은수의 미래는 환자보다는 돈을, 의사로서의 명예보다는 과장으로서의 실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골든타임> 속 네 명의 과장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보니 말은 하늘나라 의선인데, 실제로 고려시대로 ‘타임슬립’ 된 김희선이 의사로서 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목에 검상을 입은 노국공주와 자신이 찌른 최영을 살린 게 고작인데, 이도 결국은 현대에서 가지고간 각종 의료도구와 의약품의 도움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김희선은 약이 다 떨어지고 의료도구가 없으면 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응급조치 외에는 없는 상황이다. 이는 <닥터진>에서 천재외과의사 진혁이 여러 사람을 살리고 의원으로서 인정을 받는 것과 분명히 다른 부분이다.

 

 

 

 

그렇다면 왜, 김희선은 하늘나라 의선으로 그려짐에도 불구하고 의사로서의 사명감이나 실력은 낮게 그려지고 있는 것일까? 바로 여기에 <신의>를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스토리가 숨어있다.

 

지금까지 총 8회가 진행된 <신의>는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비극적인 로맨스, 그리고 덕성부원군 기철과 공민왕의 힘겨루기, 최영과 공민왕이 서로를 믿고 의기투합 하는 과정 등에 큰 초점이 맞춰져왔다.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은수는 코믹적인 상황을 연출하거나 최영을 위기에 빠뜨리는 민폐 캐릭터로 전락한 것이 사실.

 

 

 

 

그녀는 공민왕 시대 어의 장빈(이필립)으로부터 “어찌 의원이 환자를 두고 그냥 가냐”고 구박받기 일쑤고, “하늘나라 의선이면 뭐 좀 해보라”는 최영의 말에 그저 두 손 놓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고려 시대에는 제약회사도 없고, 응급도구도 없으며, 무엇보다 그녀는 환자를 살리는 일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은수에게도 의사로서 자각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기철이 건넨 독을 스스로 먹고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은 경창군을 눈앞에 두고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은 깨달은 것이다.

 

비록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끌려왔다 하더라도 은수가 고려시대에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그녀가 바로 의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려시대 사람들이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는 ‘하늘나라 의선’, ‘화타의 제자’로 믿고 있는 만큼, 그녀는 어느 순간 능력 발휘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것도 머지않아.

 

 

 

때문에 이제 그녀는 제약회사에서 만든 의약품 대신 약초를 가지고, 그리고 수술도구 대신 침을 가지고 환자를 살려야 한다. 인물 소개에도 나와있듯, 장빈을 스승으로 모시면서 한의학을 배우게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골든타임> 속 인턴의사 민우와 재인이 조금씩 의사로서 각성해 나가는 것과는 분명 다르겠지만, 김희선 역시 이제부터 조금씩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순간 순간과 직면하면서 조금씩 진정한 하늘나라 의선의 모습을 찾아갈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지키는 일인 동시에 <신의>가 최인혁 교수가 아닌 성형외과 의사 은수를 ‘타임슬립’한 진짜 이유이기 때문이다.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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