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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왕 종영, 복수를 사랑이라 우기는 억지결말

대중문화 이야기/이카루스의 채널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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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복수드라마에는 복수가 없다”

 

2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야왕>의 최종회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마지막 회에서 만큼은 조금 더 치밀하고 통쾌한 복수가 펼쳐지리라 기대했건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SBS 수목드라마 <야왕>이 주다해(수애 분)의 죽음으로 막을 내렸다. 석태일은 대통령에서 물러났고, 하류(권상우 분)는 죽을 고비를 두 차례나 맞이했지만 끝내 목숨을 부지했다. 백학그룹 식구들은 모두 화해했고, 석수정(고준희 분)은 아픔을 딛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었다. 엄삼도(성지루 분), 홍안심(이일화 분), 택배(권현상 분) 모두 ‘주다해의 악령’에서 벗어나 일상의 행복을 되찾았다. 벌 받을 사람은 모두 죗값을 치른 자연스런 결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애초 이 드라마가 생명처럼 사랑했던 여자에게 목숨을 걸고 복수하는 남자의 이야기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주다해의 죽음으로 모든 게 끝나버린 결말은 허무하기 그지없다. 만약 누군가 “복수란 원래 허무한 것”이라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 적어도 그 복수가 완성되기까지의 통쾌함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리고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이날 <야왕> 최종회가 보여준 결말은 ‘복수’라기 보다는 차라리 한 남자의 처절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는 게 옳을 정도로 방향성을 잃어버림으로써 실망감을 안겼다. 복수가 자리해야 할 자리에 느닷없이 사랑을 끼워 맞춤으로써 억지 결말을 완성한 것이다.

 

이날 총에 맞고 깨어난 하류는 주다해를 유인, 그동안 주다해가 저지른 악행에 대해 자백을 받아냈다. 주다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말하게 끔 유도한 뒤, 그 음성 파일을 기자들에게 전송한 것이다. 결국 주다해는 영부인의 자리에서 물러났고, 쓸쓸히 청와대를 나와야만 했다.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간 천사가 순식간에 타락천사가 되어 지옥으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하류에게 있어 복수란 단지 주다해를 영부인의 자리에서 끌어 내리는 게 아니었다. 그녀 스스로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진심으로 사과하게 만드는 것이야 말로 하류가 원하는 또 다른 의미의 복수였다.

 

 

 

 

문제는 욕망이라는 괴물에 사로잡혀 이미 인간성을 잃어버린 주다해가 과연 어떻게 사람의 감정을 되찾을 것이냐였다. 사실상 <야왕>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은 마지막 주다해의 감정변화를 어떻게 그려내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었으며, 그 역할은 바로 하류의 몫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제작진은 전혀 상상조차 못했던 카드를 들고 나왔다. 바로 주다해에 대한 하류의 일편단심 사랑이 그것이었다. 이미 수차례 자신을 죽이려 하고 또 죽였던(물론 형이 대신 죽었지만) 주다해를 하류는 끝까지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나름 대박 반전이었다.)

 

이날 청와대에서 나온 주다해는 국민들로부터 달걀세례를 받는 굴욕을 맛봤고, 여기서 그녀를 구해준 것은 다름 아닌 의붓오빠 주양헌(이재윤 분)이었다. 주양헌의 목적은 아버지를 살해한 주다해를 죽이는 것이었고, 그는 주다해를 용서해주겠다며 거짓말로 속인 뒤 차로 그녀를 들이받았다. 하지만 이때, 느닷없이 하류가 나타나 주다해를 끌어안고 대신 차에 받히는 장면이 연출됐다. (뜬금포도 이런 뜬금포가 없다.)

 

 

 

그토록 죽이고 싶었던, 그리고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싶었던 여자를 대신해서 하류는 목숨을 던졌고,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는 하류의 진심을 마주한 순간에서야 주다해는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고 사죄했다. 하류가 원하던 복수는 마침내 완성됐지만, 주다해에 대한 하류의 사랑이 과연 그 정도나 됐는지는 드라마가 끝난 지금도 ‘물음표’로 남아있다.

 

물론, 제작진의 표현을 빌려 “복수심 또한 사랑이었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 한 남자의 처절한 복수가 아닌, 한 남자의 처절한 사랑을 위해 그 많은 사람을 죽이고, 영부인과 청와대 압수수색이라는 거창한 판을 만들어낸 것이었다면, 대체 그 사랑은 누구를 위한 사랑이었단 말인가? 끝내 남은 건 하류 혼자뿐인데 말이다.

 

 

 

마지막까지 쓸데없는 장면을 삽입하면서 공을 들인 PPL 만큼이나 조금만 더 결말에 신경을 썼더라면, 주다해에 대한 하류의 사랑이 이정도로 ‘갑툭튀’로 느껴지진 않았을 것이다. 주다해는 그저 하류를 죽일 생각만하고, 하류는 주다해의 잘못을 까발릴 것에만 몰두해 놓고, 이제와 두 사람은 애증의 관계였다고 얼버무리면 대체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서다. “한 남자의 인생을 관통하는 처절한 사랑을 통해 이 시대 인스턴트 사랑에 대한 의문을 던져본다”는 제작진의 기획의도가 공허한 외침으로 들리는 까닭은.

 

<방송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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